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구례군의 입구에 있는 '구례구역', 사람들은 이곳이 구례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곳은 순천시 황전면에 있는 기차역이다
 구례군의 입구에 있는 '구례구역', 사람들은 이곳이 구례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곳은 순천시 황전면에 있는 기차역이다
ⓒ 서정일

관련사진보기


섬진강을 앞에 두고 있는 역, 구례구역. 그런데 사람들은 '구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기에 이곳이 구례군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곳은 구례와 접하고 있는 순천시 황전면에 있는 역이다. 그것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역사에는 순천시에 관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순천만을 비롯해서 낙안읍성민속마을 그리고 213순천만정원박람회 등 순천시의 주요 관광지와 순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사업을 홍보하는 데 대부분의 벽을 할애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헷갈리는 순천시 황전면의 구례구역.

구례구역 앞에서 '순천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은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 '구례신역은 어디냐'고 하는 것이란다. 이곳을 구례의 구(옛)역으로 알고 신역을 찾는 이가 그렇게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전라선에서 '구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또 다른 역이 있을까? 결론은 없다. 순천시가 구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역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구례구역 앞에 가면 순천마트가 있다. 주인은 '구례 신역'이 어디냐고 묻는 손님들이 가장 많다고 한다.
 구례구역 앞에 가면 순천마트가 있다. 주인은 '구례 신역'이 어디냐고 묻는 손님들이 가장 많다고 한다.
ⓒ 서정일

관련사진보기


그럼 구례지역에 있는 것도 아니며 더구나 구례의 구(옛)역도 아닌 구례구역은 왜 그런 명칭을 사용하고 있을까? 순천마트 주인이 다시 가리키는 것은 구례구역 간판 아래에 있는 한자로 된 간판이었다.

한자로 된 간판을 보니 느낌이 왔다. 求禮口驛. 즉, 구례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역이라는 뜻으로 이 역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가면 그곳이 구례이며 이 역은 구례의 관문 정도의 성격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그래서 역사 간판도 한글로 된 것, 한자로 된 것 두 개씩이나 붙어놓은 듯하다.

마트 주인은 "관광객들이 하도 많이 지명에 관해 질문을 해대니 나도 구례사람인지 순천사람인지 주민등록증을 봐야 안심(?)할 때가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역 이름 하나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한편으로는 재밋거리다.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사진에서 볼때 우측이 보성군땅이며 좌측 원등마을회관쪽이 순천시인 순천시와 보성군의 경계지역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사진에서 볼때 우측이 보성군땅이며 좌측 원등마을회관쪽이 순천시인 순천시와 보성군의 경계지역
ⓒ 서정일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구례군과 순천시 경계에 있는 구례구역이 명칭은 구례지만 순천 땅에 있고, 순천시 깃발을 달고, 순천시 정책을 홍보하고 있는 재미난 곳이라면 순천시와 보성군의 경계선에 있는 보성군 원등마을회관은 순천 땅에 있지만 보성군 깃발을 달고 보성군의 정책을 홍보하고 있어 흥미롭다.

여기는 길 하나 사이를 두고 마을이 나눠진 곳으로, 한쪽은 순천시 옥산마을이며 한쪽은 보성군 원등마을이다. 10년여 전에 마을회관을 지으면서 보성군 원등마을에는 적당한 땅이 없어 길 건너편인 순천시 옥산마을에 그들의 마을회관을 짓게 됐다고 한다.

이런 것을 자세히 보고 다니는 사람에게는 신기한 광경인데 마을 주민들은 '그게 뭐가 재밌냐?'는 표정이었다. 얘기를 좀 더 진행해 보니 흥밋거리로만 볼 일은 아니었다. 불편한 점이 많다고 호소했다. 마을회관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같은 조건으로 살고 있는 서너 채의 집이 문제였다.

순천시 땅에 있는 보성군 원등마을회관에는 보성군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순천시 땅에 있는 보성군 원등마을회관에는 보성군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 서정일

관련사진보기


이 마을에는 회관과 비슷한 조건인, 순천시에 집이 있고 주소는 보성군에 있는 사람이 서넛 된다. 구례구역 앞의 마트 주인처럼 주민등록증을 봐야 자신이 순천사람인지 구례사람인지 구분이 가는 것처럼 그들도 순천시에 살지만 주민등록은 보성군민인 것이다.

고작 차 한 대 지나다닐 정도의 마을길을 두고 행정구역이 쪼개지다 보니 마을 공동 일에 관해서도, 농협에 대출을 하려 해도, 농사정보를 공유하려해도, 행정 일을 보려 해도 불편하고 혼자만 따돌림 당하는 기분이기에 주소를 옮기지 못하고 있는 딱한 실정이다.

구례인 줄 알았는데 순천이네? 라고 의문을 갖게 되는 순천시 황전면에 있는 '구례구역', 보성인 줄 알았는데 순천이네? 라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순천시 옥산마을의 보성군마을회관과 서너 채의 가옥, 도시가 팽창하면 할수록 접경지역에서는 이런 광경들은 자주 목격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보성군, #구례군, #순천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