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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잿빛이었지만 마음은 햇살이었다. '우리천 올레길 철쭉 심기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얼굴은 어린아이처럼 해맑았으며 꽃망울을 머금고 있는 철쭉도 사랑을 가득 담고 있었다.

 

지난 4월 11일, 낙안면 하송리에 있는 낙안효자건강촌 임직원 60여 명이 벌교천과 낙안천에 모였다. 그 때 들은 첫 마디가 "소식 들었다"였다. '하천을 가꾸고 살려 지역의 걷기 명소로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뜻이다.

 

낙안효자건강촌 은광석 이사장이 우리천 올레길 철쭉 심기 운동에 대해 알게된 것은 <다음> 우리천 올레길 카페를 통해서라고 한다. 평소 인터넷을 많이 활용하는 은 이사장에게 지역 소식은 늘 관심사였지만, "이번 일은 다른 일에 비해 좀 감동을 받았다"고 귀띔한다.

 

아들인 은성민(효덕초6)군과 함께 올레길 가꾸기 천변에 나온 은 이사장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냐'는 질문에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공공적인 일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민간이 지역복지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모습 자체가 아름다운 일이며 그런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쁨이며 보람이다"라고 덧붙였다.

 

참가인원이 많아서인지 500여 미터의 하천길이 철쭉으로 변하는 데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땅을 파는 인원, 심는 인원 그리고 마무리하는 인원으로 철쭉심기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니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그동안 하나 둘 심어놓은 철쭉에 줄을 맞춰 새롭게 심기 시작한 철쭉의 모양새는,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줄서기 하는 모습 같았다.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철쭉이 키 작은 아이들의 모습이라면 이번에 줄을 선 철쭉은 몸집도 크고 키도 컸다.

 

그렇게 튼실한 철쭉이 거의 다 심어질 즈음, 필자는 '아차'하는 생각을 했다.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착이 될 수 있도록 물을 줘야 하는 것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넌지시 "혹시 물뿌리개라든지 하는 것을 준비하지 않았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한 직원이 "하나님께 기도하고 왔다"고 말한다. '심는 것은 우리가 하지만 물주는 것은 하나님이 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인가 보다. 그 말이 허튼소리는 아닌 듯 하늘은 물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마지막 철쭉을 심으면서 '화이팅'을 외치는 그들에게 "단체 참여는 처음이기에 기념사진을 찍어야 된다"고 모두를 이끌었다. 남직원들은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면서 흔쾌히 말을 이어갔는데 여직원들은 "화장이 다 지워졌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래도 역사(?)의 한 장면을 잡을 수 있었다.

 

 

"좋은 길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하천변이 꽃으로 만발하고 자연학습장으로도 활용되기를 바랍니다","낙안과 벌교를 철쭉이 이어주길 바랍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온 얘기들은 필자의 바람과도 같았다.

 

한 그루 한 그루 정성껏 철쭉을 심어나가는 낙안효자건강촌 식구들. 무슨 일이든 처음에 참여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전 직원이 기꺼이 참여해 '벌교천 낙안천 가꾸기'에 동참했다.

 

이들은 철쭉이 필 무렵 다시 한 번 찾겠다고 한다. 그때는 가족들 모두 예쁘게 꽃단장하고 자신이 심어놓은 철쭉 앞에서 이 나무를 심던 그날을 얘기하길 빌어본다. 저녁무렵, 앞서 말한 직원의 기도와 바람처럼 하늘에서는 사랑의 물을 철쭉에 뿌려줬다.

덧붙이는 글 | (행사참여: 낙안효자병원, 순천은병원, 낙안효자실버빌, 낙안효자홈, 낙안효자복지센터, 벌교연산효자홈, 향림실버빌)

서정일 기자는 '우리천 올레길' 만들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벌교천, #낙안천, #올레길, #낙안효자건강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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