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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1·2>겉그림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1·2>겉그림
ⓒ 일공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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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을 싸는 곤충도 있고, 똥을 자기 몸에 온통 바르고 다니는 곤충도 있어요. 개미지옥처럼 똥을 안 누는 곤충도 있고요. 방귀를 뿡뿡 뀌는 특이한 곤충도 물론 있답니다. 한동안 방구벌레라고 부르다가 지금은 폭탄먼지벌레라고 이름을 바꾸어 부르는 곤충이 방귀를 뀌는 곤충이랍니다. 사실 이 곤충이 터트리는 방귀는 방귀라고 하기보다는 폭탄이라고 부르는 게 맞아요.

화학물질을 내뿜어 폭탄을 터뜨리듯 방귀를 뀌기 때문이에요. 이 방귀를 맞으면 깜짝 놀랄 만큼 높은 열이 나면서 지독한 냄새까지 풍기기 때문에 천적들도 놀라 달아나기 일쑤예요. 똥구멍 옆 분비샘에서 화학물질을 혼합해 내뿜고는 달아나는데, 이것이 사람 피부에 닿으면서 살이 부어오르고 아프답니다. -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1·2>에서

서울 외곽, 나무와 풀이 많은 지역에 살다보니 여름과 가을에는 꽤 많은 벌레(곤충)들이 집안으로 들어오곤 한다. 이들과의 동거가 그리 달갑지 않다. 때문에 보이는 족족 잡아 내쫒곤 하는데, 잡히는 순간 위험을 느낀 곤충이 내뿜는 고약하고 이상야릇한 냄새에 코를 막아야 할 때도 종종 있다.

자신을 방어하고자 냄새를 내뿜는 곤충들을 보며 종종 궁금했었다. '곤충들도 방귀를 뀔까?'고 말이다. 이 궁금증은 사실 어린 시절 요즘은 폭탄먼지벌레라고 부르는 방구벌레에게 엄지와 검지를 공격당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런 호기심을 해결해 줄 책을 찾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1·2>(일공육사 펴냄)는 이처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호기심을 해결해줬으며,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곤충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 책이다.

책의 저자(강의영, 성기수, 표도연 공저)들은 '지독한 곤충스토커'들이다. 1년 중 3분의 2를 곤충관찰을 위해 전국 각지 산과 들, 냇가 등을 헤집고 다닌다니 말이다. 관찰과 탐구로만 끝나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곤충 관련 사이트를 운영, 자신들과 같은 또 다른 곤충 스토커들과 주기적인 모임을 통해 우리 곤충 제대로 알(리)기에 남다른 노력들을 하기도 한다.

이들이 그간 이룬 성과는 많다. 학계에 잘못 알려진 누에산나방의 생태를 제대로 밝혔는가 하면, '감색반무늬방아벌레'처럼 우리나라에 존재하지만 곤충명집이나 보고서에 빠진 곤충들에게 특성에 맞는 이름을 붙여 그 존재를 정식으로 기록,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또, 어떤 곤충의 생태 특성을 '어찌할 것이다' 짐작은 하지만, 그 어떤 생태사진가도 담아내지 못한 곤충들의 순간포착 장면들이 이들에 의해 많이 알려지고 있다.

왕거위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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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공육사

이 책에서 만나는 왕거위벌레의 집짓는 과정을 담은 사진은 자못 흥미롭다. 왕거위벌레가 잎 전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거리를 잰 다음 말기 좋게 다소 두터운 주맥을 잘근잘근 씹어 놓는다든지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다듬은 다음 돌돌 말다가 알을 낳고 다시 말아 집을 완성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폭탄먼지벌레가 냄새를 내뿜는 순간포착의 사진도 마찬가지, 이제까지 그 누구도 찍지 못한 사진이다. 그럴 수밖에! 단 몇 장의 사진을 건지고자 수 천 장을 찍었다나! 이 정도라면 '곤충 스토커'라는 표현이 마땅하지 않을까? 그것도 '지독한 곤충스토커!'

이런 저자들이 곤충이 살고 있는 현장에서 수많은 시간들을 숨죽여 관찰, 그렇게 이뤄낸 성과물이라 이 책은 책상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남이 찍은 사진이나 자료를 인용하여 만들어낸 일부 책들과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이 가치 있는 이유는, 이 책 속에 실린 수많은 곤충사진들을 저자들이 직접 제작한 '곤충의 눈 렌즈'로 찍었다는 사실이다.

국내 최초 '곤충의 눈 렌즈' 개발 촬영

곤충의 눈 렌즈라? 아마도 어지간한 사진 마니아, 그것도 생태사진가들에게나 익숙할 법하다. 벌이나 잠자리, 나비 등 곤충을 찍어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공감하리라.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가기 때문에 곤충 사진은 원하는 대로 찍을 수 없음을. 곤충 가까이에서 찍더라도 나머지 배경이나 곤충 일부분은 흐려지는, 사진을 찍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지는 등의 곤충사진의 한계를 말이다. 

이런 한계들을 극복해 낸 것이 '곤충의 눈 렌즈'이다. 저자들은 이와 같은 곤충사진의 한계를 고민하다가 렌즈를 직접 개발, 이 책은 곤충의 눈 렌즈로 찍은 국내 유일한 책이다. 때문일까? 털들이 보슬보슬, 날카로운 침, 끈적끈적해 보이는 표피, 사람이나 나무보다 훨씬 큰 곤충들…등 책 속 사진들은 징그럽고 소름끼칠 만큼 생생하다. 그래도 이 책을 놓지 못하고 계속 붙잡고 읽었던 이유는 일반 곤충 책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순간포착의 흥미진진한 사진도 많고 오래 전부터 궁금해 했던 곤충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이다.

곤충 사진의 어려움과 한계를 극복하고자 저자들이 개발한 곤충의 눈 렌즈(위)로 촬영하고 있다
 곤충 사진의 어려움과 한계를 극복하고자 저자들이 개발한 곤충의 눈 렌즈(위)로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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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눈 렌즈로 찍은 사진1
 곤충의 눈 렌즈로 찍은 사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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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은 2권으로 구성되었다. 1권 '우리 학교는 곤충왕국'에서는 초등학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곤충들을 소개, 2권 '신기한 곤충세상'에서는 학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곤충들의 생태적인 특성을 들려준다.

저자들이 이 책을 기획한 이유는 아이들이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학교의 곤충들을 함께 관찰함으로써 아이들이 주변을 돌아보고 주변의 곤충이나 여러 자연현상을 이해, 자연생태적인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것이란다. 이 책에 숨은 이야기, 곤충의 눈 렌즈 이야기 등을 저자들로부터 들어 봤다.

- 책이 나오기까지 몇 학교를 방문, 얼마나 걸렸나?
"취재한 곳을 일일이 정리해 놓지 않아서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2004년부터 3명이 150여 곳의 학교를 방문한 것 같다. 5년간 수십 차례에서 100여 차례 방문한 학교도 있고, 단 한번 방문한 학교도 있다. 책 면지(앞뒤 표지 안쪽)에 방문한 학교들의 현판을 넣었는데, 일부 파일이 날아가 70여 곳만 결국 넣게 되었다. 넣지 못한 학교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처음부터 넣을 생각이었으면 더 많은 학교 리스트를 작성했을 텐데, 관찰 탐구를 시작한 지 3년이나 지난 후에야 현판 넣을 생각을 했다."

- 꽤 많은 곤충들을 다루고 있는데?
"1권과 2권에 총 460여 종이 들어갔다. 사진 장수는 1000장 가량 된다."

- 책 속에는 많은 아이들이 나온다. 곤충을 관찰하고자 만들어진 모임인가?
"아니다. 주변의 아이들을 한둘씩 데려간 적도 있지만, 무작정 찾아간 학교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과 곤충을 함께 찾고 그렇게 찾은 곤충의 생태를 설명해주고 하면서 사진을 찍고 질문도 받고 그랬다. 대부분 방과 후에 이루어진 관찰인데, 방과 후 도시의 학교에서는 아이들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또 낯선 사람을 경계해서인지 함께 관찰하는 것을 대부분 꺼렸다. 그래서 도시의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관찰을 하며 찍은 사진은 별로 없다. 요즘 세태가 초등학교 운동장에도 그대로 흐르고 있어 한편으론 아쉬웠다"

수 천 장 찍어 국내 최초 '폭탄먼지벌레' 폭탄발사 순간 포착

폭탄먼지벌레, 일명 방구벌레가 폭탄을 내뿜는 장면이다. 저자들은 이 사진을 얻고자 수천장을 찍었는데 국내 어떤 생태사진가도 담지 못햇었다.
 폭탄먼지벌레, 일명 방구벌레가 폭탄을 내뿜는 장면이다. 저자들은 이 사진을 얻고자 수천장을 찍었는데 국내 어떤 생태사진가도 담지 못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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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탄먼지벌레가 폭탄을 발사하는 순간을 찍고자 수 천 장의 사진을 찍었다는데?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인 벌하늘소(강의영)님이 60여 마리의 폭탄먼지벌레를 집안에서 직접 키웠다. 이 녀석들은 한두 번 폭탄을 터뜨리면 연료가 떨어져 버려서 방귀를 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르면서 찍을 수밖에 없었다. 방귀를 뀌는 게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라서 수천 장 찍은 사진 중에 딱 4장이 쓸 만했다고 한다. 방귀를 뀌는 순간 포착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긴 몰라도 국내에서 이런 사진은 아마도 처음일 거다.

그동안 생태사진가들도 찍을 엄두를 못 냈던 사진이다. 핀셋으로 집고 있는 사진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손으로 잡은 채 방귀를 맞으면 처음 몇 방은 맞을 만한데 나중엔 손이 남아나질 않기 때문이다. 이 벌레의 폭탄은 작은 곤충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뜨겁고 허물이 다 벗겨져버린다. 손도 검붉은 색으로 물들어버려서 보기에 흉하다."

- 책을 낼 때마다 국내 새로운 곤충을 발견한다든지, 마땅한 이름을 붙이는 등의 의미 있는  일들도 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감색반무늬방아벌레'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는 방아벌레인데 곤충명집에도, 다른 보고서에서도 빠져 있었던 곤충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처음으로 이름을 지어 싣게 되었다. 거위벌레가 잎의 크기를 계산하여 재단, 집을 짓고 알을 낳는 사진 등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진이다."

- '곤충의 눈 렌즈'로 찍은 국내유일의 책으로 아는데? 곤충의 눈 렌즈에 대해 알려 달라
"작은 곤충도 크고 선명하게 사진에 담기 위해서는 아주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데, 사람의 눈과 달리 사진기 렌즈로는 배경까지 또렷하게 담기 어렵다. 또 어떤 곤충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가기 일쑤인지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기 어렵다. 이런 어려움과 '개미처럼 작은 곤충이 보는 세상은 어떨까?'의 호기심 때문에 개발하게 되었다.

일본의 구리바야하시 사토시라는 사진작가가 처음 시도한 방법인데, 자세한 기술 공개를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이런 방법으로 촬영한 예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가 하던 방법과는 다른 방법을 찾아내어 렌즈를 만든 것이다. 1년 반 정도의 시행착오 끝에 어느 정도 화질이 확보된 렌즈를 개발할 수 있었다. 완성하기까지 수백 번은 실험한 것 같다. 앞으로도 이 렌즈로 생생하고 재미있는 사진을 계속 찍을 생각이다. 반응이 무척 좋다. 그래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보람으로 남고 있다."

책속
 책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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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하면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자라게 할까?
"학교에서 곤충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을 해주니 신기해하고 관심을 아주 많이 보이더라. 나중엔 아이들이 우리보다 곤충을 더 잘 찾아내곤 해서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곤충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다. 오히려 어른들이 자신들의 편견을 아이들에게 표현하거나 강요, 멀리하게 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곤충의 특성을 이용한 발명 사례가 많고 우리 인간들에게 유용하게 쓰이는 것들이 많다. 또 곤충에 대해 알아야만 자연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 식물보다 움직이는 곤충 관찰이 아이들 관찰력, 지구력 등에 좋다. 곤충 관찰 탐구는 학습이든 생활이든 여러 분야에 많은 도움이 된다. 관찰하는 곤충을 스케치하게 하고 일지를 쓰게 하는 것이 좋다. 요즘 많이 보급된 디지털카메라로 접사촬영을 시켜 관찰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사진이 워낙 생생하고 다루고 있는 내용들도 깊이가 있어 저자들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반디(성기수)님은 곤충동호인들이나 곤충 전문가들에게 '한국의 파브르'로 불린다. EBS, MBC 등에서 방영된 자연다큐멘터리를 기획하기도 했다. 또 곤충관련 잡지에 글을 쓰기도 하고 사진을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해 <신기한 생태교실 1-곤충의 사랑>(오마이뉴스 인터뷰: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59352이란 책을 냈는데, 우수 환경도서(환경부 선정), 우수 과학도서(교육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교양도서(문화체육관광부 선정)도 선정됐다.

벌하늘소(강의영)님은 생태사진가이자 벌하늘소 연구가로 오랫동안 벌하늘소를 연구해오고 있다. 그리하여 그동안 우리나라 하늘소에 대한 생태를 여럿 밝혀냈다. 저 포디(표도연)는 곤충 생태사진가로 한국곤충회, 한국잠자리연구회, 한국나비학회 등에서 일한다. 출판학을 전공하여 출판기획자로 일하고 있는데 주로 생태 관련 책을 기획 출판하고 있다. 곤충을 좋아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 곤충 관찰을 떠난다. 곤충도 좋아하지만 곤충이나 식물관련 책을 내려면 그들 세계를 깊고 폭넓게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 이후 출판 계획은?
<학교에서 만나는 새>(가제) <학교에서 살아가는 풀, 꽃, 나무>(가제)가 나올 계획이다. 그리고 지난해 <곤충의 사랑>을 낸 반디님(성기수)의 <곤충 세계의 사냥꾼>(가제)을 준비 중이다. 아울러 '거위벌레 생태도감' '한국의 나방 대 도감' '한국의 나비' '한국의 하늘소' 등의 도감 등도 준비하고 있다. 언제 이 책들을 다 만들지 까마득하기는 하지만, 어지간히 오래 걸리는 책에 이젠 익숙해져서 한 두 해 만에 내는 책이 사실 좀 어색하다(웃음)."

※ 공동저자 중 2명이 곤충 관찰 때문에 남부지방에 있어 공동 저자로 이 책을 출판기획한 표도연씨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1·2> | 저자 : 강의영 성기수 표도연 | 출판사 : 일공육사 | 1만3000원



우리 학교는 곤충 왕국

강의영 외 지음, 박지숙 그림, 일공육사(2009)


태그:#곤충의 눈 렌즈, #폭탄먼지벌레, #방구벌레, #한국의 파브르, #곤충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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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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