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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준설 현장.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예산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편성해 국회의 예산안 심사·감시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낙동강 준설 현장.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예산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편성해 국회의 예산안 심사·감시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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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예산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편성해 국회의 예산안 심사·감시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례적으로 4대강 비용 일부 사업에 대해 감액을 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3일 발행한 <2010년도 예산안분석>(총 6권)에서 "4대강 사업은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포괄적으로 예산을 편성했다"며 "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예산안 심의와 감시를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없이 총 22조 2000억 원이 들어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예산 숨기기'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식예산'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지적이다.    

한 해 동안 8조 원 들어가는데 3조 원밖에 안 된다고?

정부는 국토해양부 소관 2010년 국가하천정비사업 예산으로 총 3조 7350억 원을 책정했다. 이 가운데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은 3조 5000억 원이다. 여기에 한국수자원공사(수공) 지원사업 예산으로 800억 원이 추가됐다. 이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참여 대가로 정부가 수공에 지원하는 금융비용액이다.  

이것만 보면 2010년 한 해 동안 들어갈 4대강 살리기 사업비는 총 3조 5800억원(3조 5000억원+800억원)에 그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투자와 별도로 수공에서 3조 2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고, 국토해양부 외 부처들에도 '4대강 예산'은 숨어 있다.

수공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총 8조 원을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2010년에 투자할 사업비는 3조 2000억 원. 정부는 3조 2000억 원 투자로 인한 이자비용으로 800억 원을 출자금 형식으로 책정해놓은 상태다. 

또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은 국토해양부에만 편성된 것이 아니다. 환경부는 1조 2873억 원, 농림수산식품부는 4566억 원, 문화체육관광부는 94억 원 등 총 1조 7433억 원의 예산이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연계돼 있다.

여기에는 ▲ 농업용 저수지 둑 높임 사업 ▲ 영산강 하구둑 구조개선사업 ▲ 하수처리시설 ▲ 하수총인처리시설 ▲ 폐수총인처리시설 ▲ 자전거유스호스텔사업 등이 들어가 있다.

결국 2010년 4대강 살리기 사업관련 총 예산은 국토해양부와 기타 부처 예산을 합쳐 총 5조 3333억 원(3조 5800억원+1조 7433억원)이다. 여기에 수공에서 투자할 3조 2000억 원까지 더하면 내년 한 해 동안 투자될 4대강 살리기 사업비만 총 8조 5333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분류해 국토해양부 소관 예산인 3조 5000억 원만 2010년도 예산으로 편성해놓았다. '민생·복지예산 삭감'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예산 숨기기' 수법을 동원하고 있는 셈이다.

"포괄적인 예산편성이 예산 심의·감시 어렵게 해"

특히 정부의 '2010년 국가하천정비사업 예산안 세출각목명세서'를 보면 각 수계별로 토지매입비와 시설비 등 얼마의 예산이 투자될 것인지가 나와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국가하천정비사업 중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이 정확히 얼마인지, 어느 국가하천에 어떤 사업이 시행될 것인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섬진강 수계의 예산을 합하면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안 파악이 가능할 것 같지만 이곳 수계들에 각각 편성된 예산안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 대상 외의 국가하천정비사업 예산안도 포함되어 있어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수계별 예산액'과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러한 방식의 예산안 편성으로 인해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방식의 예산안 편성은 국가하천정비사업의 적정 예산 규모에 대한 국회의 심의를 곤란하게 할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예산안 심의와 감시를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과 관련, 정부는 "4대강 사업은 1건의 사업구간에 제방 보강, 준설, 보, 생태하천 등을 전부 포함한 패키지형 종합정비사업"이라며 "설계 완료 후 수량 산출은 가능하나 예산안 편성시 유형별, 내용별로 분류가 곤란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예산정책처는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의 포괄적인 예산 편성방식은 적정예산에 대한 검토를 어렵게 하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단기간에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사업이므로 사업추진의 효율성과 '국가재정법' 제16조 4호의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도 국가하천정비사업과 분리하여 별도로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생태하천조성-자전거도로건설이 국가하천정비 대상?

또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중 생태하천조성사업과 자전거도로건설사업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하천법'에 근거해 두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두 사업을 국가하천정비사업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국회예산정책처는 "하천법에는 하천의 기능에 관한 명확한 법적 정의가 없어 두 사업이 하천의 기능을 높이기 위한 시설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국가하천정비사업의 대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가하천정비사업이 종래까지 주로 홍수예방 등 치수 중심의 사업이었음을 감안하면 두 사업이 포함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두 사업의 예산안을 감액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수공에 '금융비용 지원' 약속했지만…

현재 수공이 떠안은 4대강 살리기 사업비는 2010년 3조 2000억 원, 2011년 3조 8000억 원, 2012년 1조 원 등 총 8조 원이다. 정부는 수공의 사업참여 대가로 ▲하천주변 개발권 부여 ▲금융비용 지원 등을 약속한 상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하기 전 수공은 상당히 양호한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09년 당기순이익이 772억 원에 이르고 부채비율은 28.3%에 그쳤다.

하지만 수공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할 경우 부채비율은 2010년 75.5%, 2011년 126.4%, 2012년 138.5%, 2013년 139.1%, 2014년 135.2% 등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렇게 수공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는 것이다. 다만 국회예산정책처는 "2008년 공기업 전체 부채비율 133.3%와 비슷한 수준으로 수공이 사업비 조달에 따른 부채를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의 금융비용 지원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수공이 수익을 창출할 때까지 출자형식으로 금융비용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정부가 출자형식으로 지원할 금융비용도 2010년 800억 원, 2011년 2550억 원, 2012년 3750억 원, 2013·2014년 각 4000억 원 등 5년간 총 1조 5100억 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수공의 경영상태를 감안해 연도별 지원금액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예산정책처는 "출자기간 및 출자 총액에 관한 계획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며 "4대강 주변지역 개발에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오히려 공사의 경영상태가 악화될 경우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김성순(서울 송파병,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공기업의 이자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출자하는 사례는 아주 이례적"이라며 "수공을 지원하기 위해 보조금 또는 교부금이 아닌 출자금 형식을 택한 것은 변칙적이고 어색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엄밀한 의미에서 이자비용 지원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보조금 형식이 아닌 출자금 형식의 지원이 향후 이자비용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중단하는 구실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회예산정책처는 "수도 등 수공의 기존 사업들의 사용자에게 징수하는 요금에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돗물 값 인상 가능성을 점쳤다.

또한 국회예산정책처는 수공의 투자금 회수 모델이 없는 것과 관련해 "정부가 금융비용을 지원할 경우 수공이 수익모델 창출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수익모델 창출에 실패하면 정부가 투자 손실분을 지원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렇게 수공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며 "단순히 이자 등의 자금조달에 따른 금융비용을 지원할 게 아니라 수공의 수익모델 창출 등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통해 사업비 투자분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유인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태그:#4대강 살리기 사업, #국회예산정책처, #2010년도 예산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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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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