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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나온 사람이 또 나왔다구요?"

 

오는 29일 재선거가 치러지는 인천 부평을의 민심은 이 한 마디로 요약된다. 갈산시장에서 수퍼마켓을 하는 50대 이아무개 사장 내외는 재선거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기호2번 민주당 후보가 1년 전 18대 총선에 나왔던 사람이란 것은 모를 정도로 이번 선거의 기본적인 정보에도 무관심했다.

 

이 사장 부인에게 이번 재선거는 '귀찮은 것'이 돼 있었다. "저번에 뽑아줬더니 불법선거했다고 1년 만에 다시 하는데 시끄럽기만하고 여론조사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귀찮기만 하다"며 "그래도 투표를 하긴 할 것 같은데 관심이 별로 안 간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GM대우는 반드시 살아야 하고 주변 기업들도 살아야 하는데 그게 정치와 뭔 관련이 있냐"며 "GM대우를 살리겠다고 하는 것은 다 개인적으로 출세하려고 그런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이어 "선거 한번 더 하는 게 얼마나 낭비냐"고 덧붙였다. 

 

여야는 공히 'GM대우 살리기'를 이번 재선거의 최대 공약으로 내세우며 자기 후보가 '해결사'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부평을 지역 주민들은 이 'GM대우 프레임'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갈산동에서 정육점을 하는 40대 사장은 "GM대우를 경영자가 살리지 정치인들이 어떻게 살리겠다는 거냐"며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높아서 '누구를 뽑아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정서가 많다"고 말했다.

 

"재보선 지역이 안됐더라도 GM대우 살리겠다고 나섰을까"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손학규 고문이 21일 오전 GM대우 부평공장 앞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홍영표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손학규 고문이 21일 오전 GM대우 부평공장 앞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홍영표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21일 이른 아침 GM대우 부평공장으로 출근을 하던 30대 사원은 "모두 다 회사를 살리겠다고 하니 희망도 생기고 기대도 하게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GM 본사에서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장담 못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여기가 재보선 지역이 안 됐다면 이렇게 살리겠다고 나섰을지 잘 모르겠다"며 정치권을 향해 일침을 날렸다.

 

여야의 구애는 그칠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지만, 회의적인 유권자들의 반응은 아직 꿈쩍도 하지 않는 듯하다.

 

한나라당은 지난 주말 동안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홍준표 원내대표, 정몽준 최고위원 등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부평을 지역 대형마트 앞 등을 돌며 지원 유세를 펼쳤다. 홍 원내대표 특유의 카랑카랑한 연설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가수 김흥국씨와 탤런트 전원주씨가 동원됐지만, 유세차량 주변으로 모인 시민은 많지 않았다.

 

민주당의 부평을 '올인'은 지난 주말에 이어 주중에도 계속됐다. 주말부터 매일 부평으로 '출근'하고 있는 정 대표와 김근태 고문의 지원 유세는 물론 8개월여만의 칩거를 깬 손학규 전 대표의 '악수 행진'도 계속됐다.

 

조업 재개와 중단을 계속하고 있는 GM대우의 조업이 있는 21일, 민주당에서는 정 대표와 손 전 대표, 김 고문, 송영길 최고위원이 부평을 공장 입구에서 출근하는 GM대우 사원들을 상대로 유세를 펼치며 출근인사를 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고는 하지만,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GM대우 사원들의 반응은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를 대하는 것에서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이어 삼산동 아파트 단지와 농수산물 시장 사이에서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외친 정 대표의 유세 연설에도 시장 상인들은 생업에 주력할 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노무현 게이트'에 실망해 누구 찍을지 모르겠다"

 

  4.29 재보선에서 인천 부평을에 출마한 이재훈 한나라당 후보가 21일 오전 인천 부평구 갈산동 상가지역을 돌며 운동원들과 함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4.29 재보선에서 인천 부평을에 출마한 이재훈 한나라당 후보가 21일 오전 인천 부평구 갈산동 상가지역을 돌며 운동원들과 함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박연차 리스트에서 이어진 '노무현 게이트' 때문에 투표할 의사가 더욱 적어졌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산곡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50대 여사장은 "우리는 세금 꼬박꼬박 다 내고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역대 대통령들을 보라"며 "대통령 끝나고 나니 딴 주머니 차고 있던 게 다 나오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금까지 선거는 한번도 빼먹지 않았다는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고 젊은 사람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이번에 실망을 많이 했다"며 "투표를 하긴 할 것 같은데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실망스러워 누구를 찍을지 못 정하겠다"고 토로했다.

 

정치 불신으로 인한 무관심이 지배적인 정서인 가운데, 그래도 자신이 투표할 후보와 그 이유를 명료하게 밝히는 유권자도 있었다.

 

갈산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아무개(62)씨는 "세계 경제가 위기여서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이고 우리 잘못이 아닌데 야당에서는 당리당략으로 무조건 비판을 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잘하고 있고, 힘을 모으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한나라당 후보에 표를 던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천동에서 마주친 20대 대학생은 "투표장에 갈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간다면 인터넷을 탄압하는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뜻으로 한나라당 말고 다른 당을 찍겠다"고 말했다.


#부평을#민심#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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