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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을'은 이번 4·29 재·보궐 선거의 최대 접전지다. 여야 지도부는 이삼일이 멀다하고 부평을 찾아 정치적 구호를 외치고, 여야 정당 출입 기자단은 이를 보도하기 바쁘다. 

 

하지만 부평유권자들은 그들의 주장에 귀를 쉽게 기울이지 않고, 마음도 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중앙 언론은 'GM대우 회생'을 내걸고 나온 한나라당 전 지식경제부 차관 이재훈(53) 후보와 재경부 본부장 출신의 민주당 홍영표(52) 후보의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여기에 여야 지도부는 부평을 찾아 인천 경제의 1/4을 차지하고 있는 GM대우 회생을 위한 지원책을 남발하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15일 부평을 찾아 "미국 GM이 파산되더라도 GM대우는 살리겠다"고 밝혔으며,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GM대우를 위해 '고용안정 및 지역 핵심 산업 긴급지원특별법' 제정과 함께 6500억원 추경 편성을 약속했다.  

 

'잘잘못' 가리고 자금 지원 검토 필요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전세계 경기 침체는 자동차 판매를 위축시켰다. 이로 인해 GM대우는 유동성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GM대우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은 산업은행, 청와대 등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정부는 미국 GM본사에 대한 미국정부의 조치를 보고 자금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당연한 것이다. 독립 법인이라고 하지만, 본사가 파산될 위기에 처해 있어 GM대우에 대한 금융 지원은 위험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GM대우 담보 능력은 GM대우가 요청하고 있는 2조원에는 턱 없이 못 미치고 있다.  GM 파산과 이로 인해 GM대우가 최악의 상황에 처하면, 2조원을 허공에 날릴 수 있다.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신중함은 일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 4월 부평을 재선거를 겨냥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유동성 자금 지원만을 주요하게 주장하고 있다.

 

물론 자동차 산업의 파급 효과, 인천경제 침체 등을 감안하면 GM대우에 대한 유동성 자금 지원은 필요한 실정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미래 전략 수립과 산업 재편도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2005년부터 3년 연속 흑자를 낸 GM 계열사 중 가장 알짜 기업인 GM대우가 왜 유동성 위기를 이렇게 빨리 맞고 있는지 어느 누구도 지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GM대우 경영진도 경영진에게 지급되는 고액 연봉, I.S.P요원에 지급되고 있는 고액 연봉 등에 대해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GM대우 노조에 따르면 특정 부서에만 파견됐던 I.S.P 임원들의 수는 올 2월 현재 210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GM대우에서 임금 및 수당을 직접 받고 있지만, 이들의 역할은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노조는 진단하고 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임금 및 수당, 기술자문비 등은 상당한 액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GM대우 경영진은 지난해 파생상품에 투자해 수천 억대의 적자를 보았으며, 미국 GM으로부터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1조원 이상의 판매 대금 등에 대해서도 전혀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재선거 후보들은 온통 GM대우 회생을 위한 자금 지원만을 주장한다.

 

정책과 인물, 지역 대표를 뽑기 위한 여러 기준과 잣대 등은 이미 실종된 상황이다. 사교육비 문제, 부평의 고질적 문제인 환경, 교육, 낙후된 주거환경 등에 대한 비전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실정이다. 한 마디로 GM대우 프레임에 갇혀, 부평을 재선거의 취지는 무색해지고 있다.

 

다만 민주노동당 김응호(37) 후보만이 GM대우에 대한 유동성 자금 지원에 동의하면서도 비정규직 일자리 보호, 하청업체에 대한 지원 및 일자리 보호, GM대우 경영 투명성 등도 제기하고 있다.

 

GM대우 프레임... 한나라당에 '유리', 민주당 '글쎄?'

 

 

한나라당 이재훈 후보는 힘 있는 여당 후보인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다. 여당 후보를 뽑을 때만이 정부로부터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사업, GM대우 유동성 지원 등을 위한 국비 지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후보는 여당 후보만이 정부와 여당의 협력을 얻어 GM대우에 대한 지원 등이 용이하고, 야당은 어렵다는 주장하고 있다.

 

여당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상당하다. 한나라당을 선택하지 않으면 부평과 GM대우를 정부와 한나라당이 포기하겠다는 것이냐며, 반발 정서도 일고 있다.

 

부평을 재선거에 GM대우 문제가 급부상한 시점은 한나라당이 공천이 유력시 됐던 부평출신 천명수 인천시 정무부시장과 김연광 전 월간조선 편집장 등의 공천 신청을 무시하고, 인천출신 국회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식경제부 차관 출신인 이 후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부터다.

 

거기다 대우자동차 용접공 출신 홍영표 후보가 공천되면서 이 문제가 더욱 본격화 됐다. '자동차 관료'대 '용접공 출신'의 대결 양상도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여당 지도부가 민심의 '바로미터'인 부평을 재선거 필승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면서 부평을 재선거는 온통 'GM대우' 구호만이 공허하게 메아리 치고 있다.

 

낙하산 공천으로 인해 한나라당 공천 신청 후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천명수 후보와 한나라당 토박이 당원들의 비토에도 불구, 민주당 홍영표 후보는 이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홍 후보가 재선거를 1년 동안 준비해 온 점을 감안한다면 상황은 심각하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부평을 재선거용으로 급조한 'GM대우' 프레임에 갇히면, 80석 야당의 한계로 인해 어려운 승부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의 재선거는 항상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가져왔는데, 한나라당이 이재훈 후보를 내세우면서 선거의 모든 쟁점을 GM대우 회생으로 맞추고, 언론도 이를 무비판적으로 보도함으로 모든 선거의 쟁점이 GM대우에 맞춰지고 있다"며 "민주당이 그 프레임을 깨지 않는다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평의 열악한 교육, 환경, 교통 문제 등과 재선거를 실시하게 된 부정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 등이 재선거의 주요 고려 사항이 되어야 한다"면서 "정책, 인물,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평가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 금속노조 GM대우 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이대우 지회장도 "GM대우 문제는 경영의 투명성, 고용 유지, 하청업체(중소기업), 하청업체 고용 불안 문제 등 다각도로 접근해야 함에도 정치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자금 지원 유무만이 언급되고 있다"며 "GM대우 문제만이 재선거에서 언급되면 여당인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되고, 한나라당의 승리는 결국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비정규직법안 개정과 각종 악법을 재생산해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회장은 "GM대우 문제를 해결하려면, 오히려 재선거에서 GM대우 프레임을 깨고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원비 상한제, 대형마트 규제 들고 나온 김응호 후보 호평

 

한편, CJ 북인천 방송은 17일 부평을 재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돋보인 후보는 정치 신인 민노당 김응호 후보다. 김 후보는 민노당 인천시당 사무처장 출신으로 당내에서는 정책통이다. 김 후보는 부평 지역이 처한 현실에 기반해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모았다.

 

특히 김 후보는 사실상 일자리를 잃게 될 GM대우 비정규직 문제, 치솟는 사교육비를 잡기 위한 학원비 상한제, 영유아 보육료 확대, 대학 등록금 후보제 등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다. 수도권 최대 재래시장 상권인 부평시장 상권이 대형마트 입점으로 붕괴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대형마트 규제 등을 들고 나왔다.

 

이외에도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부평 지역의 사회복지, 교육여건이 열악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한 수치 등을 제시하면서, 정부의 정책 수정을 주문했다. 더욱이 한나라당 후보가 특목고 유치를 주요 공약으로 들고 나오자, 부평지역 결식아동수와 열악한 교육환경을 수치까지 들어가면 정면으로 받아쳤다. 하지만 김 후보는 10% 내외의 지지율을 받는 것으로 여론조사에 나타나, 대안 세력으로 다가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천명수, "알맹이 없는 GM대우 회생 대책 남발 중단"

 

인천시 정무부시장 출신의 무소속 천명수(61) 후보도 18일 "GM대우 회생과 관련해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여야는 현실성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라"고 밝혔다.

 

천 후보는 "여야가 표심을 얻기 위해 알맹이 없는 GM대우 회생 대책을 남발하고 있다"며, "선량한 부평 대다수 시민을 속이는 기만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여야가 경쟁적으로 GM대우 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는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에 그칠 우려가 높고, 이기고 보자는 식의 구시대적  '승리 방정식'은 GM대우와 협력업체 가족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천 후보는 "GM대우 문제는 미국 정부의 GM 처리 결과에 따라 그 향배가 결정된다"며 "따라서 정부의 지원책도 미국 GM의 파산호보 신청여부가 결정되는 6월 1일 이전에 결정하는 것은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부평을 재선거, #GM대우, #이재훈, #홍영표, #김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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