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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이 5.3항쟁 30주년 기념비를 만지고 있다.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이 5.3항쟁 30주년 기념비를 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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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퇴근 시각 무렵, 인천 남구 주안쉼터공원(옛 인천시민회관)에 백발이 성성한 사람들과 50, 60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은 60대를 훌쩍 넘긴 한 남성에게 "선배 이게 얼마만이야"라면서 반겼다. 곳곳에서 이런 인사와 덕담이 이어졌다.

이들은 30년 전 인천에서 벌어진 5.3 시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다. 꼭 30년 전 이날, 바로 이 자리에선 학생·노동자·시민 2만여 명이 모여 '독재 타도'와 '대통령 직선제' 등을 외쳤다. 신군부에 저항한 1980년 5.18광주민주항쟁 이후 처음으로 벌어진 대규모 시위였다.

이날 시위엔 인천지역 시민과 학생뿐 아니라 서울 등지의 학생·노동자 등도 꽤 참여했다. 이들의 시위는 상당히 과격했고, 당시 지하서클에서 주장했던 '노동해방' '미군 축출' '반미구국' 등의 다양한 구호도 등장했다.

당시 언론은 이들의 이념과 폭력성을 집중적으로 부각했지만, 이들이 요구한 대통령 직선제 등은 외면했다. 이 시위로 129명이 구속되고 60여 명이 지명수배됐다.

이 시위는 1987년 6월 항쟁의 가교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제도권에선 여전히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폭력시위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시위 참가자들에게 '소요죄'를 적용했다. 그로부터 29년만인 지난해, 한상균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소요죄'를 적용받았다.

"5.3 정신은 현재진행형... 작은 차이 극복하자"

 인천지역 시민사회 한 인사가 5.3항쟁 기념비 앞에서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 한 인사가 5.3항쟁 기념비 앞에서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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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항쟁 30주년을 기념해 이날 '인천 5.3민주항쟁 정신계승 기념식'이 열렸다. 인천 남구(구청장 박우섭)과 '30주년 인천 5.3민주항쟁 계승대회 조직위원회(아래 5.3조직위)'가 공동 주최했다.

기념식엔 인천지역 진보적 인사들과 야권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박우섭 남구청장, 홍미영 부평구청장을 비롯해 송영길·박남춘·박찬대 국회의원 당선자 등이 참석했다. 여기다 이호웅 전 국회의원(5.3항쟁 당시 인천지역사회운동연합 의장, 구속), 이부영 전 국회의원 등도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기념식에 앞서 5.3민주항쟁 정신 계승비 제막식도 진행했다. 주안쉼터공원에 세워진 이 기념비는 가로 2.2m, 세로 1.5m 크기로 '다시 부르마, 민주주의여!'라는 글귀와 함께 뒷면에는 민주항쟁을 벌이다 구속된 시민들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당시 항쟁 참가자와 시민활동가 129명의 엄지 지문을 새겼다. 이 기념비도 남구와 5.3조직위가 함께 준비했다.
 인천 5.3민주항쟁 정신계승 기념식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인천 5.3민주항쟁 정신계승 기념식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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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5.3민주항쟁 정신계승 기념식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천 5.3민주항쟁 정신계승 기념식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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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모으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념식에서 박우섭 남구청장은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30년 이상을 달려왔지만,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라고 한 뒤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했지만 그렇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30년 전에도 우리끼리 싸움에 익숙했는데, 여전하다"라면서 "6월 항쟁도 5.3 때 분열을 극복했기에 가능했다"라면서 "이 자리가 흐트러진 우리 마음을 다시 모으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호웅 전 국회의원은 기념식에 앞서 '5.3의 정신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형식적 민주주의도 흔들리고 있고, 더 큰 문제는 자본권력 등에 의해 인간성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라며 "5.3항쟁의 정신은 자유·사랑·인권이었다, 우리가 추구했던 이런 정신들은 여전히 우리와 후배 세대들이 함께 만들어야 할 가치다"라고 말했다.
 인천시의 비협조로 5.3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은 남구와 5.3조직위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가 됐다. ‘5.3항쟁은 인천이란 도시의 정체성을 찾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는 사건임에도 인천시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렸다.
 인천시의 비협조로 5.3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은 남구와 5.3조직위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가 됐다. ‘5.3항쟁은 인천이란 도시의 정체성을 찾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는 사건임에도 인천시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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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 ‘민주평화인권 사진 콘테스트’ 입상자에게 상장을 주고 있다.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 ‘민주평화인권 사진 콘테스트’ 입상자에게 상장을 주고 있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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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학운 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은 축사에서 "평범한 교사였던 저 같은 사람은 5.3항쟁을 보면서 각성해 민주화운동에 동참할 수 있었고, 영광이었다"라면서 "제 인생을 이렇게 잘 살 수 있게 해준 5.3 항쟁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부영 전 국회의원은 참석자들에게 질타가 섞인 부탁을 했다. 그는 "박우섭 청장이 말했듯이 분열로 (인해) 6월 항쟁으로 만든 민주주의 성과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 야권 분열로 인한 슬픔과 아픔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면서 "차이를 극복해 큰 성과를 만들자, 인천이 선두에서 그런 장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은 반성과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먼저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어떤 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있는지 반성한다"라면서 "민주주의는 30년 전으로 퇴행했다, 학생들에게 헌법 정신을 제대로 가르치겠다, 인천에서 일어난 3.1 만세운동, 4.19민주항쟁의 장소가 어디인지 잘 가르치겠다, 5.3항쟁, 6월 민주항쟁의 정신이 무엇인지 알려주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5.3조직위는 '29주년 6월 항쟁' 기념에 맞춰 5.3항쟁 관련자들의 증언록을 출간할 예정이다.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증언록이라, 인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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