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시작됐다. 전방위적이다. 동원 가능한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할 태세다. MBC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바야흐로 본격화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포문을 열자 뉴라이트 언론단체와 일부 언론들이 일제히 집중포화에 나섰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19일 방송문화진흥회 20주년 기념식장에서 MBC의 맹성을 촉구하고,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고 다그쳤다. 그는 "MBC가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국민의식 속에 무엇을 심어주었는지 돌아보라"고 말했다. MBC는 공영인지, 민영인지, 공·민영인지 그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축사 대신 포고문을 읽은 셈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언론통제위원장'?
박성재 MBC노조 위원장은 그의 이런 언급에 대해 "한마디로 '언론통제위원장' 같은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후안무치하고 안하무인격의 발언이라고도 했다. 김영희 한국PD연합회장은 "남의 잔치에 재를 뿌리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도 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아무리 해야 할 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경우는 없다. 아무리 막가기로 작정했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얼굴을 하고는 차마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남의 잔칫상에 재를 뿌렸다. 이대로 갈 수 있는지 두고 보자는 식으로 방문진 이사들을 윽박질렀다.
그가 굳이 그런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다면 공식 기자회견이라도 갖고 했어야 할 말이다. 한국 공영방송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MBC의 공영성과 정체성이 그토록 의문스럽다고 판단했다면 방통위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통해서 그 문제점을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제기하고, 그 대응을 밝혔어야 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권위적이다. 명색이 방통위원장이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방통위원들 사이에서도 그 입장과 시각에 있어서 큰 편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전혀 염두에도 두지 않은 발언이다. 대명천지의 시대에 "1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라"거나 "국민의식 속에 무엇을 심어주었는지 돌아보라"는 식의 발언을 도대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마치 조선 시대 때 탐관오리들이 무고한 백성을 잡아다놓고도 "네 죄를 네가 알렸다"며 족치는 식이다.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고, 국민의식 속에 무엇을 심어주었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사람은 바로 최시중 위원장 자신이다. 그야말로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조직에 대해, 또 이 정권의 방송 정책에 대해 국민의식 속에 무엇을 심어주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독립성 수호의 최후 보루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방통위원장이라는 역할과 자리가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일지를, 그 정명(正名)이 무엇인지 다시 살펴봐야 할 사람은 바로 최시중 위원장 본인이다.
MBC 문제삼은 조중동, 당신들의 공정성 지수는?
그의 그런 발언이 있자 조중동 또한 일제히 MBC를 겨냥했다. 마침 공정언론시민연대라고 하는 뉴라이트 언론단체가 시의 적절하게 KBS와 MBC의 편파성을 문제 삼은 보고서도 나왔다. 제목과 앵커 멘트 만으로 보도 내용 전반의 편향성 여부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평가의 공정성 논란이 불가피한 이 보고서를 놓고 이들 신문들은 KBS와 MBC를 '일관된 편파방송'이란 식으로 몰아붙였다. <조선일보> 같은 경우는 PD수첩의 사례를 들어 MBC를 아예 '선동방송'이라고 낙인찍기도 했다. "객관적인 사실을 짜 맞추고 조작해 특정방향으로 몰고 가 사회 파괴적 선동방송"을 벌였다는 주장(12월 22일자 사설 'PD수첩 왜곡 낳은 MBC의 정체성 혼란')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합창'이야말로 그들이 얼마나 극단적인 자기 폐쇄 회로에 갇혀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일 뿐이다. 왜냐하면 일반인이나 언론학자를 비롯한 언론 전문가들의 판단은 이들과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디어의 신뢰성 등에 대한 여론조사 평가 결과를 보면 일반인이든, 언론전문가들이든 KBS나 MBC를 신뢰성이나 공정성 측면에서 가장 높게 쳐주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 11월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언론학회 소속 회원 전원을 대상으로 17개 주요 신문과 방송의 신뢰성과 공정성 등을 물은 결과 KBS와 MBC는 모두 5위 안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MBC 등 방송의 편파성을 제기한 조중동은 공정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5위안에 든 신문은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조중동은 지난 촛불 정국 때는 왜곡보도 등의 사유로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거센 분노를 사 경찰의 보호 없이는 신문사의 안위가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그런 신문들이 시민들의 격렬한 저항을 자초한 자신들의 편향성 문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방송의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선동방송'이라고 매도하는 것이나, 대통령 정치 자문역이 더 어울릴 사람이 방송의 공정성과 정체성을 말하며 '정명(正名)'을 운위하고 있으니 이같은 난장판도 없다. 자신들의 허물은 보지 못한 채 이렇게 뒤틀린 자기아집과 억지 논리와 언사로 마구 밀어붙이고 있는 것을 보자면 여의도 국회의 쇠망치나 소화기 정도는 되레 점잖은 편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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