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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과 주민대표 간 체결한 합의서. 주공은 철제담장이 없는 새로운 보행통로를 만들어 주는 것 등을 약속했다.
 주공과 주민대표 간 체결한 합의서. 주공은 철제담장이 없는 새로운 보행통로를 만들어 주는 것 등을 약속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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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 주민들이 빼앗겼던 공공 보행 통로를 결국 되찾았다. 그러나 대한주택공사의 오만한 대처는 분양아파트 주민과 임대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돈으로 치유할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다.

광주 동림동 동천 주공 분양아파트 주민과 임대아파트 주민들 사이의 길싸움 뒤엔 대한주택공사가 있었다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의 보도(아래 관련기사 참조) 이후 감사원은 "공공 보행 통로에 대한 중대한 침범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주공과 광주광역시 등에 "이른 시일 안에 시정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국민권익위원회는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오마이뉴스> 보도를 근거로 낸 '공공 보행 통로 확보 관련 민원'을 접수받고 주공측에 "관련 서류 일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지난 8일 민원을 제출했다.

임대아파트 주민들, 보행 통로 되찾아

다급해진 주공 측은 1단지 주민들을 접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일 저녁 '동천마을 1단지와 2단지 경계부에 위치한 공공 보행 통로와 그에 설치된 담장과 관련된 모든 민원사항에 대해 합의'하는 합의서를 1단지 주민 대표와 체결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주공은 동천마을 1단지 경계부에 보행로를 신설하는 것 등을 주민들과 약속했다. 주공이 철제담장으로 가로막아 놓고 있는 기존의 공공 보행 통로 대신 새로운 공공 보행 통로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1단지 주민들을 대표해 주공측과 합의서에 서명한 오재헌씨는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오마이뉴스> 보도가 큰 힘이 됐다"며 "주공이 원래의 공공 보행 통로에 쳐놓은 철제담장을 치우면 간단하지만 2단지 주민들과의 문제도 있고 해서 새로운 공공 보행 통로를 1단지 구간에 설치하는 것에 합의해줬다"고 합의배경을 설명했다.

즉, 철제담장을 둘러싼 주민들 간의 논란과 갈등 원인이 주공에 있었던 만큼 원만한 사태해결을 위해 이 정도 선에서 1단지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양보했다는 것. 이 합의에 따라 1단지 주민들은 <오마이뉴스> 보도 등을 근거로 국민권익위와 감사원 등에 낸 진정과 민원 등을 취하할 예정이다.

'해볼테면 해봐라' 식 대응이 사태 악화시켜

결국 주공 측이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으로 이른바 '분양-임대 아파트 주민 간 철제담장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주공과 합의한 1단지 주민들도, 이를 지켜보고 있는 2단지 주민들도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공에겐 도로교통영향평가를 무시하면서까지 2단지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철제담장을 친 원죄가 있다. 또 이를 항의하는 1단지 주민들의 공공 보행 통로 확보에 대한 진정성을 외면하고 '한번 해볼테면 해봐라'식으로 사태를 악화시킨 오만의 죄도 크다.

국민들의 혈세를 밑천 삼아 사업을 하고 있는 주공이다. 그런 주공의 오만한 대처가 남긴 것은 주민들 간 폭력사태와 고소 등 상처뿐이다. 주민들 마음에 선명하게 남겨진 이 상처는 돈으로 치유할 수도 없다.

승자 한 명 없는 사태가 마무리됐다. 자체 준공 검사권을 가지고 있는 주공의 오만방자한 사업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사태는 언제 어디서건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주공에게 제도적 브레이크를 달아주는 것도 검토해볼 시점이다.

한편 '광주 동천 주공아파트 분양-임대아파트 담장 논란과 관련 현직교사와 공무원이 주민 갈등을 부추기는 부적절한 처신을 하고 있다'는 <오마이뉴스> 보도와 관련해서 해당 기관에서 두 사람에 대해 주의·경고 등의 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주공, #아파트, #철제담장, #동천주공, #주택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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