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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 펀드, 집값 폭락… 미국에서 불붙은 세계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거쳐 가정경제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경제교육전문기업 '에듀머니'와 함께 '가정경제 119'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실질소득은 줄어드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무방비로 노출된 서민과 중산층. 주식·부동산 등 무모한 재테크의 함정에서 벗어나 우리 집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최소한의 안정된 삶을 지키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편집자말]
"우리 집 재정 상태를 들여다 보는 것이 겁이 나요. 솔직히 머릿속에 있는 가계부가 꼭 시한폭탄 같아요. 언제 터질지 몰라 아슬아슬한데 요즘같이 경제가 하루가 다르게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는 폭탄의 째깍째깍 소리가 귓속에서 더 크게 울리는 기분입니다."

남편이 대기업 건설업체 과장인 어느 전업주부의 이야기다. 월 소득이 500여 만 원인 이 가정의 한 달 지출은 600만 원이 넘는다. 가정 경제가 적자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아이들 교육 때문에 강남으로 이사 오면서부터다.

강북의 아파트를 팔아 재개발 소문이 자자했던 사당동 빌라를 사서 이사했다. 재개발 후의 시세차익과 아이들의 8학군 교육을 위해서다. 집값은 아직 개발 전 강남 빌라라고 해도 강북의 아파트와는 큰 차이가 났다. 그로 인해 순식간에 부채 2억 원이 새로 생겼다.

2억 원의 빚을 갚고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교육비 감당하느라 저축은커녕 적지 않은 연봉을 받고도 빚이 늘어나고 있다. 말 그대로 가정 경제가 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고 자칫 잘못하면 극단적인 위험에 내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가난한 아빠 만드는 '부자 아빠 신드롬'

'부자 아빠 신드룸'을 불러일으킨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 중 한 권
 '부자 아빠 신드룸'을 불러일으킨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 중 한 권
부자 아빠 신드롬은 결국 모든 이를 가난한 아빠로 만들었다. 2000년대 최고 인기를 끈 재테크 화두가 바로 부자 아빠가 될 것인가 아니면 가난한 아빠가 될 것인가였다. 그저 성실히 일해서 돈 벌고 그 돈으로 알뜰한 소비 생활을 유지하면서 착실히 저축을 이어가는 것은 가난한 아빠의 생활 유형이다.

그보다는 아침형 인간이 되어 자기계발과 투자공부를 하고 고도의 재테크를 해서 근로소득 외의 자산소득을 만들어 내는 것이 부자 아빠의 상이었다.

부자 아빠가 되려면 투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재테크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며 높은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자신이 휴가를 간 사이에도 투자한 돈이 돈을 버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이 벌고, 더 적은 세금을 내는, 그야말로 기찬 삶을 추구하는 것이 부자 아빠의 생활상이다.

달콤한 유혹이면서 동시에 늘 현실에 좇기는 삶을 사는 가장들에게 또 하나의 짐이 된 화두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부담스럽기만 한 부자아빠 되기에 뛰어들었다. 빚을 내서 부동산 투자를 했고, 예금과 적금 통장은 구체적인 계획 없이 펀드 통장으로 전부 갈아타기 바빴다. 알뜰한 삶은 구질구질한 것이었으며 부동산과 펀드 자산 가치 상승으로 부자아빠가 된 기분에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다는 사실을 무시했다.

알뜰한 삶은 구질구질한 것?

아파트 알뜰장터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주부들. 부자 아빠 신드룸은 알뜰한 삶을 구질구질한 것으로 여기게 했다.
 아파트 알뜰장터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주부들. 부자 아빠 신드룸은 알뜰한 삶을 구질구질한 것으로 여기게 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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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자도 결국 강북에서 산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차익을 실현하고 더 큰 빚을 내서 강남으로 이사했다. 좋은 학군에서 질 높은 교육을 시키고 싶은 부모의 심정,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문제는 부자아빠가 되었다는 섣부른 투자 성공 경험이 가족의 인생을 걸고 모험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저지르기식 선택이었다.

부자아빠 신드롬에 빠져 있는 상당히 많은 중산층 가장들이 이러한 무모한 선택을 저질렀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는 중상위 계층인 소득 상위 30~40%계층(가구당 월평균 소득 323만 원)이 처분 가능한 소득의 29.4%를, 소득 상위 20~30%계층(소득 373만 원)이 25.9%를 부채 상환에 돈을 쓰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또 상류층으로 분류되는 상위 10%이상(소득 672만원)과 상위 10~20% 계층(444만 원)도 각각 처분 가능 소득의 23.0%와 22.6%를 부채 상환에 쓰고 있다. (하나경제연구소 자료)

가처분 소득의 20~30%를 빚 갚는 데에 쓰면서까지 저지른 투자의 전망은 상당 기간 불투명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소득이 줄어들거나 대규모 감원과 구조조정으로 소득이 일시적으로 중단될 위험까지 커지고 있어 부자아빠들의 상당수가 채무 불이행 위험까지 안게 되었다.

2004년 카드 대란은 주로 저소득층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의 부자아빠 신드롬에서 시작된 위험한 머니게임의 결말은 중산층과 일부 상류계층마저 빈곤층으로 전락시키며 모든 이를 가난한 아빠로 만들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 없으면 생활 불가능한 '자발적 노예 생활'

부자아빠들은 억울하기도 하다. 일하지 않아도 돈이 돈을 버는 꿈을 꾼 것이 일하기 싫어서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늘상 사회에서 밀려나는 압박 속에 살면서 밀려나더라도 초라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자녀들의 미래가 자신의 어깨에 놓여있다는 압박감으로 좀 더 좋은 교육여건을 만들어 주고 싶었을 뿐이다. 학원 하나 더 보내자는 아내의 이야기에 어두운 얼굴을 하기 싫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가처분 소득의 20~30%는 빚 갚는 데 쓰고 나머지에서 상당 부분을 자녀 사교육비로 지출한다. 그리고 평소 생활은 마이너스 통장이 없으면 안 되는 일상을 반복한다.

사례자의 경우도 연 소득은 높지만 주로 연말 연초 들어오는 상여금에 2000만 원 가까운 돈이 몰려있고 평달의 월 소득은 300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중 부채 상환으로 150여 만 원을 지출하고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 앞으로 매월 교육비로 100만 원 넘게 지출한다.

평달은 빚 갚고 교육비 쓰고 나면 50여 만 원이 남는 것이다. 평소 생활비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해결하고 연말 연초 들어오는 상여금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메운다. 그리고 새해는 다시 마이너스 통장이 없으면 안 되는 생활을 반복하는 것이다.

부자아빠가 되고 싶었으나 마이너스 통장이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빚을 갚기 위해 노동을 해야 하는 그야말로 자발적 노예 생활이나 다름없다. 알고 보면 이런 비참한 생활도 이제는 불가능한 구조가 되어 가고 있다. 구조조정이 아니라도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연말 연초 들어오던 인센티브가 먼저 구조조정될 수밖에 없는 탄력 소득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아슬아슬한 부자아빠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현실 인식에 따르는 자녀 교육비 절감이다. 사례자의 경우도 당연히 자녀를 국공립 초등학교로 전학시키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부자아빠들은 이를 불가능한 것으로 여긴다. 여전히 어려운 현실이 조만간 괜찮아질 것이란 막연한 낙관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고 자신의 무능을 자녀에게 이전시키는 것은 할 짓이 못 된다는 잘못된 부모관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렇게 가난한 아빠가 되지 않으면 자녀의 미래를 더 극단적인 것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소득이 중단되고 부채 이자를 갚아야 하는 현실이 되고 나면 자칫 사채에 손을 대거나 평범한 일상 자체를 포기해야 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가하게 자녀가 기죽을까봐 다니던 학원, 사립초등학교에 미련을 둘 현실이 아니다. 과감히 교육비부터 대폭 손을 대야 한다.

가난한 아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알고 보면 남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누군가의 손실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하지 않아도 투자한 돈이 돈을 버는 일상은 누군가의 노동이 자신의 자산 소득으로 이전되는 일이다. 결국 머니 게임이다. 머니 게임에서 높은 수익을 실현하려면 결국 소수 승자 대열에 껴야만 한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머니 게임의 패자가 될 확률만 높을 뿐이다.

머니 게임에서 패자가 되지 않는 방법

소액이나마 매년 이런 통장이 하나씩 늘어나 10년이 지나면, 허걱!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 적금통장 소액이나마 매년 이런 통장이 하나씩 늘어나 10년이 지나면, 허걱!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 정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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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말 그대로 머니 게임에서 빠져나오는 길 밖에 없다. 머니 게임의 소수 승자 대열에 껴서 불안한 현실을 잊고 싶었던 부자 아빠 신드롬을 버려야 한다. 성실히 일하고 알뜰히 생활하고 착실히 저축하는 가난한 아빠의 생활상은 구차스럽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존경받아 마땅하다.

최고의 학군에서 최상의 사교육을 시키는 부모가 되지는 못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는 삶의 평범한 가치를 생활 속에서 자녀에게 몸소 가르치는 살아있는 교과서이다.

1+1이 3.5가 될 수 있다는 요행과 편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1+1은 2가 되어야 한다는 기본을 가르치는 것이다. 결국 가난한 아빠들이 다가오는 경제위기 시대를 살면서 제대로 자신의 가치를 발휘하지 않는가.

게으르고 무능한 것이 아니라 무모하지 않으며 현실에 냉철하고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가난한 아빠, 그러면서 눈부신 아이들의 웃음을 늘 지켜줄 수 있는 지혜로운 생활을 실천하는 것이다.

재테크 광기로 빚어진 중산층들의 위기 탈출은 바로 가난한 아빠로 거듭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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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부자아빠가난한아빠, #재테크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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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가계발 금융부실이 크게 우려된다. 채무자 보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수많은 채무자들을 빚독촉의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 채무자들 스스로도 이제 국가를 향해 의무만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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