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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8일 경찰이 서울 여의도 본사 3층과 6층 건물에 불법적으로 난입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KBS는 이번 경찰의 불법난입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이 이날 오전 KBS 이사회의 요청에 따라 제589차 임시이사회가 열리는 본관 3층 회의장과 사장실이 위치한 6층 등에 진입해 불법적으로 폭력과 폭언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충돌로 KBS 직원들이 부상당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단독 안건으로 상정한 이번 KBS 임시이사회를 '부당한 처사'로 규정한 KBS 직원들은 "90년 5월 방송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경찰이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며 "이 같은 일은 5공화국 때도 벌어지지 않았던 일"이라고 개탄했다.

 

경찰은 어떻게 이날 'KBS의 심장부'랄 수 있는 본관 3층까지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는 KBS 임시이사회를 취재하려는 '출입기자들의 출입'까지도 봉쇄됐다. 전경과 청원경찰들은 출입증을 일일이 확인한 뒤 기자임이 확인되면 출입을 불허했다. 이를 지켜본 KBS의 한 관계자는 "치밀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경찰력을 동원해 기자들의 언론사 출입을 막아선 주체는 누굴까. 경찰은 "KBS의 요청"이라 했고, KBS는 "경찰에 요청한 바 없다"고 팽팽히 맞섰다. 출입을 가로막은 청원경찰들은 '회사의 지시'라고 항변했다.

 

6명의 이사 보호 위해 '철통경호' 나섰던 경찰

 

KBS 청원경찰과 '서울경찰청 직원중대' 등으로 구성된 '방어부대'는 이사회 회의장으로 통하는 모든 통로를 몸으로 막고 육탄방어에 나섰다. 사복경찰들이 회의장 앞을 대거 포진한 사실이 발각되자 KBS 직원들은 "경찰 나가" 등의 구호를 연호하면서 "길을 터줄테니 나가라"고 거듭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철통경호에 바빴다.

 

경찰은 이날 새벽 6시부터 KBS 본관에 진입해 있었다. 처음에는 16개 중대 1280명 규모였지만, 규모는 차츰 늘어나 31개 중대 2480명의 경력이 배치됐다. KBS 이사회의 '현장 신변보호 요청' 이전부터 경찰은 전경버스를 동원해 이미 KBS 건물 외곽을 둘러친 상태였다. KBS 전체를 차벽으로 둘러싸고 정문에서부터 일일이 신분을 확인했고, 기자는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문제는 경찰이 KBS의 요청으로 건물과 신변보호에 나섰다고 주장했지만, 취재결과 정작 KBS는 경력을 요청한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누가 이 같은 '방패막이'를 세운 걸까.

 

바로 KBS이사회였다. 신변에 위협을 받았기 때문에 경력을 요청했다는 건대, 6명의 이사를 보호하기 위해 KBS 건물 전체를 둘러싸고 모든 사람들의 출입을 체크하는 것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날 현장에 투입됐던 영등포경찰서 경비계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돌발상황에 따라 KBS 이사회가 현장 지휘관에게 구두로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며 KBS 이사회의 공식 요청에 따라 경력이 투입됐음을 알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KBS 이사회는 KBS의 건물보호 등을 요청할 자격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KBS 측의 입장이다.

 

KBS 측은 "건물주인으로 등록된 KBS 사장은 경력을 공식 요청한 바 없다"며 "이사회가 KBS와 상의 없이 단독으로 경력을 요청해 3층과 6층에 난입하도록 한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경찰의 불법 난입으로 기물 파손 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른 고소.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KBS 본관 경찰력 투입, 5공 군사 독재 정권 시대에도 없던 일"

 

 

사실상 경찰은 KBS이사회의 하수인을 자처하고,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 가결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실제 경찰은 이날 KBS 임시 이사회를 '사수'하기 위해 KBS 본관 주변에 서울시내 대부분의 경력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이날 오후 '경찰의 KBS 난입에 대한 KBS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KBS에 대한 경찰력 투입은 국가 1급 보안 시설인 KBS 본관에 계엄령과 같은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나, 경영진이 직접 요청할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경찰의 KBS 불법난입을 비판했다.

 

이어 "회사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경찰이 언론사에 투입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공권력으로 방송을 통제하던 5공 군사 독재 정권 시대에도 없었던 일"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KBS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폭력으로 짓밟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공식적으로 심대한 우려를 금치 못하겠다"는 입장도 더불어 밝혔다.

 

또한 "방송의 독립성을 수호하는 것은 국민이 KBS에게 준 소명"이라며 "공영방송 KBS를 유린한 작금의 상황에 대해 언론자유 수호 차원에서 관련책임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현 KBS 이사인 이기욱 변호사는 "유재천 이사장이 '신변보호와 원활한 의사진행을 위해 경찰력 투입을 요청했다'고 했지만 이사회 규정에는 이사장이 의사진행을 위해 공권력 투입을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 변호사는 "설사 그런 규정이 있더라도 청원경찰이 있는데 KBS 안으로 공권력을 불러들인 것은 옳지 않다"며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 의결을 위해 비이성적 행동을 벌였다"고 꼬집기도 했다.


태그:#KBS,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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