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5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5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 권우성

꽃 피는 봄날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 후 두 달이 훌쩍 흘렀습니다. 장마가 왔고, 열대야가 시작됐지만 지금도 촛불은 타고 있습니다. 예고 없이 시작된 촛불은, 모든 예상을 뒤엎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돌아보면 새로운 국면과 고비는 늘 있었습니다. 많은 언론은 지난 두 달 동안 월요일이면 늘 이런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촛불, 이번 주가 고비.'

 

그만큼 촛불이 걸어온 길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극적인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촛불의 집단 지성을 모아야 할 때가 '또' 찾아왔습니다. 지금처럼 계속 촛불을 들어야 할까요, 아니면 이제 꺼야할까요. 촛불을 계속 들어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꺼야 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정리해야 할까요.

 

[촛불 계속 들어야 - "바뀐 게 없지 않나"]

 

6.10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던 지난 5일 촛불집회에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국민승리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 유통 중지와 전면 재협상, 구속자 석방과 수배 해제 등 국민 5대 요구안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대통령과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대표의 공개토론회를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안과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오히려 정부는 종교계의 시국기도회와 대규모 촛불집회가 끝나자마자 6일부터 다시 서울광장을 원천봉쇄했습니다.  그리고 7일 경찰은 "촛불집회 주최 종교인들도 사법처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민들은 다시 이렇게 묻습니다.

 

"국민승리를 선언했지만, 도대체 우리가 뭘 승리했고, 얻었지?"

 

지난 5일 밤샘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정부가 계속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힘 대 힘으로 가자고 하면 응해줘야 한다"며 "누가 이기는지 끝까지 가보자"고 했습니다. 어떤 시민은 "매주 '국민노숙의 날'을 정해 질기게 싸우자"고 했고, 어떤 이는 "여름 휴가를 서울광장에서 보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결국 얻은 게 없으니, 촛불을 끌 수 없다는 견해입니다.

 

 학생, 시민, 종교인, 정치인들이 5일 오후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하여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학생, 시민, 종교인, 정치인들이 5일 오후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하여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촛불 이제 꺼야 - "계속 이렇게 갈 수 없지 않나"]

 

<한겨레>는 7일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바로 촛불집회 지속 여부에 관한 내용입니다.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5일 벌인 조사 결과 응답자의 43.7%가 "촛불집회에 공감하지만 이제는 중단돼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계속 돼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8.5%에 그쳤습니다.

 

물론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59.9%로, 추가협의를 했으므로 재협상 필요 없다는 견해(34.5%)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 전화면접 조사로 응답률은 16%. 오차한계 95%신뢰수준에서 ±3.1%p)

 

이런 모순된 반응에 대해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사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정부의 대응을 여전히 비판하고 촛불집회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나 집회 참가자 어느 쪽도 양보 없이 장기간 대치하는 현재의 국면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며 해법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촛불을 꺼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이제 할만큼 했고, 우리는 그동안 많은 것을 쟁취했다"며 "계속 이렇게 갈 수 없는 만큼, 다른 길을 찾는 것도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청와대도 고삐를 더욱 죄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시위가 계속되면 우리나라의 경제에 부정적 요소가 생길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학생, 시민, 종교인, 정치인들이 5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을 마친뒤 대형태극기를 들고 거리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학생, 시민, 종교인, 정치인들이 5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을 마친뒤 대형태극기를 들고 거리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 유성호

[촛불,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나]

 

촛불은 누구의 의도와 계획에 따라 지금까지 온 게 아닙니다. 자발적으로 스스로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촛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건 네티즌 의견과 길거리 토론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를 구속하고 수배하는 경찰은 그야말로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입니다.

 

그동안 촛불의 진로를 알아보기 위해 국민대책회의는 물론이고, 여러 지식인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많은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오마이뉴스>는 네티즌 여러분들에게 길을 묻습니다. 촛불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까요. 여러분들의 의견을 댓글로 남겨 주십시오. 

 

촛불, 2달여의 발자취

4월 17일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5월 2일 1만 명 규모 제1차 촛불문화제 개최

5월 8일 1700여 시민사회단체와 인터넷 커뮤니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결성

5월 15일 정부, 장관 고시 연기

5월 22일 이명박 대통령 대국민담화 "쇠고기 문제 송구"

5월 24일 17차 촛불집회 후 첫 거리 시위 및 밤샘 집회

5월 25일 경찰, 도로 시위자 37명 연행

5월 29일 정부, 장관 고시 강행

 

6월 1일 경찰, 물대포 동원 촛불집회 강제 진압

6월 5~8일 국민대책회의, 72시간 '국민MT' 진행

6월 10일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 컨테이너 박스 '명박산성' 등장(주최측 추산 100만명 참가) 

6월 14일 고 이병렬씨 추모촛불문화제

6월 19일 제1차 국민대토론회 개최. 이명박 대통령 "뼈저리게 반성" 특별 기자회견

6월 20~22일 미국산쇠고기 재협상 촉구 48시간 릴레이 농성

6월 21일 한미 쇠고기 수입 추가협상 결과 발표

6월 26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관보 게재

6월 28~29일 경찰과 촛불 시위대 대규모 충돌

6월 3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시국미사 시작

 

7월 3일 개신교 시국기도회 개최

7월 4일 불교 시국법회 개최

7월 5일 '100만 국민촛불대행진' 진행(주최측 추산 50만명 참가)


#촛불문화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