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광장을 밝히는 촛불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17일 저녁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린 이후 가장 많은 1000여개의 촛불이 켜졌다.
이날 행사가 열린 대전역 광장은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촛불로 일렁였다. 웃음과 함성도 끊이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시민 자유발언대. 어린이부터 청소년, 주부, 회사원 등으로 참가자 폭도 다양하다. 또 자유발언 신청자도 끊이지 않는다.
촛불문화제는 청소년들의 문화적 끼를 발산하고 세대 간 벽을 허무는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린이 합창단 공연부터 풍물공연, 청소년들의 춤과 율동 등으로 박수 갈채가 행사시간 내내 쏟아졌다.
세 아이 엄마 "'이민 가자'는 아이 얘기에 가슴 미어졌다"
이날 자유발언대에서 선 김홍연(38·대전시 하기동)씨는 "중학생과 초등학생을 비롯 세 아이의 엄마"라며 "소심하고 내성적이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씨는 촛불문화제에 나온 이유에 대해 "중학교 2학년인 아이가 어느 날 '이민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며 '이 나라에 사는 것이 무섭고 불안하다'고 했다"며 "아이의 얘기를 듣고 가슴이 미어져 촛불을 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재협상이 이루어 질 때까지 촛불을 밝혀야 하지만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할 일이 또 하나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업체의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안했다.
김씨는 "최근 인터넷과 각종 자료를 뒤지며 먹지 말아야 할 제품과 사지 말아야 할 회사 목록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희(17·대전시 도마동)씨는 대전에서 첫 촛불문화제가 열린 지난 4일부터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촛불을 들고 있다. 박씨는 가정 형편 등 여러 사정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학교 다니는 친구들 대신 촛불 들었어요"이에 대해 박씨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에 꿈 많은 청소년들이 노출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자유롭게 집회에 참석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학교에 다니지 않는 내가 친구들을 대신해 촛불을 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행사 때마다 참석자들에게 노래 지도에서부터 홍보물 나눠주기 등 궂은 일도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박씨는 "학교를 다니는 다른 청소년들을 위한 일에 나설 수 있어 기분이 좋다"며 "하지만 하루빨리 재협상이 이루어졌으면 좋겟다"고 덧붙였다.
촛불문화제에 대한 시민들의 후원 손길도 줄을 잇고 있다.
대전의 한 시민은 촛불문화제를 주최하는 대전시민대책회의에 홍보물을 무료로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또 '우리 가정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합니다'라고 새겨진 천글씨도 무료로 제작해 지원했다.
주최측은 천글씨를 태극기 게양대 등을 이용해 가정마다 걸도록 홍보하며 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