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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을 자주 당하다 보면 대개 '그러려니' 하고 내성이 생기는가 봅니다.

 

우리 '이주노동자 쉼터'는 그동안 청소비와 물세를 다른 층 세입자에 비해 과다하게 내 왔습니다. 그래도 건물 청소비와 물세를 꼬박꼬박 냈는데, 얼마 전 건물주로부터 "청소비·물세가 몇 달째 밀렸다는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고 보니, 중간 관리를 맡았던 다른 층 세입자가 형편이 여의치 않았는지 중간에서 관리비를 넉 달 가까이 내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작심하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니까 대뜸 건물주가 하는 말.

 

"아, 거긴 사람도 많이 드나들고, 다 외국 사람들이라 다른 층 사람들이 싫어한다고요. 게다가 맨 위층이니 그 사람들 때문에 청소도 더 해야 하는데 그 정도는 내야 하는 거 아니유? 그리고 그 얘긴 저번에 관리하던 양반이 정한 거지 내가 그렇게 하라고 한 것도 아니에요."

 

사실 관리비에 대한 불만을 처음 이야기했던 건 아니지만,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건물주에게 한두 번 당하는 일도 아니고 어르신과 괜한 말다툼이 될 것 같아서 공손하게 "그럼, 이번부터는 공평하게 낼 수 있도록 조정해 주세요"라고 요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먹히지 않는 겁니다.

 

"그건 그렇게 못해요, 건물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이 두 층이나 비었는데, 그렇다고 청소비가 적게 들어요?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단 걸 또 어떻게 바꿔요? 다른 층 사람들이 더 낸다고 그래요?"

 

이쯤 되자, 피차에 감정이 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그 동안 관리비를 다 내왔으니까, 먼저 그동안 미납된 부분은 사장님(건물주)께서 해결하시고 나서 이야기하죠."

 

그에 대해 건물주 역시 만만치 않더군요. "그럼, 방 빼요"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 말에 대해 불쾌하긴 했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알았어요, 방 뺄게요"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건물주는 툭하면 '임대료'와 '외국인' 운운하며 방 빼라고 타박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방을 빼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도 임대료 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건물주 입장에서는 말이라도 한 마디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건물 2층과 5층이 비어있을 만큼 세입자가 들지 않는 건물에 우리가 사는 것은 '싼 맛' 때문입니다. 건물주의 주장을 다 들어줄 만한 여력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방 빼'라는 말에도 이젠 내성이 생겼는데, 이래저래 건물 없는 신세는 언제 면하나 하는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하다못해 방 빼라는 소리는 그만 듣고 싶고, 외국인들 때문에 건물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이 어떻다 하는 이야기는 듣지 않고 지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실 같은 건물에 있는 모 휴대폰 판매업체나 음식점, 지금은 나가고 없지만 예전에 세들어 있던 당구장 등은 '쉼터'를 찾는 사람들 덕을 보았으면 보았을 텐데, 자그마한 이익을 위해 쏟아내는 편견에 가득 찬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을 수 있게 말입니다.


태그:#편견,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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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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