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양에서 지난 2007년 12월 25일에 실종된 어린이들. 아직 예슬이는 찾지 못했다.
 안양에서 지난 2007년 12월 25일에 실종된 어린이들. 아직 예슬이는 찾지 못했다.
ⓒ 최병렬

관련사진보기


지난 3월 11일 수원에서 어린이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기사를 접하는 순간 오빠는 혜진이, 예슬이 너희들중 하나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랐단다. 하지만 며칠만에 너희가 등장한 머릿기사에서 혜진이 네 이름 옆에 '사망'이라는 단어를 확인하는 순간 내 마음도 얼어붙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찾았건만 결국 수원에서 시신으로 발견

숨바꼭질처럼 사라져 못찾겠다 꾀꼬리를 외치면 나타날 것 같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 달이나 지났구나. 처음과 달리 너희들에 대한 이야기가 점차 줄어들고, 어쩌면 이대로 잊혀지는게 아닐까 싶어 걱정도 많이 했단다. 그나마 너희가 사는 곳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오빠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지인들에게 너희 이야기를 하고, 회원으로 있는 카페나 클럽에 글을 올리는 것이 전부였지.

하지만 항상 소극적이었던 오빠와 달리 지난 3개월간 수많은 사람들은 너와 예슬이를 찾기 위해 노력했단다. 그분들의 노력 덕분에 전국 어느 곳을 가도 너희들의 얼굴을 만날 수 있었지.

안양, 수원, 청주, 대전, 대구, 울산, 부산 등 오빠가 갔던 곳의 기차역이나 터미널마다 너희들을 찾기 위한 포스터도 붙어있었지. 때로는 우연찮게 너희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도 만났단다. 너희를 찾기 위해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 내가 부끄러워 그분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더구나.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경찰아저씨들도, 주민들도, 공무원들도 모두 지쳐갈 때쯤 수원에서 어린이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이야기가 들리더구나.

그 이야기를 듣고서 설마 아닐 거라고 혼자 위로하고 이제는 정말로 너희들을 발벗고 찾아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주에는 꼭 안양에 들러 혼자라도 돌아다녀봐야겠다고 다짐했지. 하지만 정작 오늘 DNA검사결과 수원에서 발견된 어린이가 혜진이 너라는 기사를 확인하고 나니 한편으로는 허탈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분노에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구나.

수많은 사람들이 석달 동안이나 너희들을 찾기 위해 그렇게 안양을 뒤졌는데 왜 그렇게 멀리, 그렇게 외딴 곳에서 혼자 추위에 떨고 있었니. 한겨울을 차디찬 땅속에서 견뎌야 했던 너를 생각하니 오빠는 한편으로는 울음이 터져나와 참을 수가 없구나. 그렇게 네 얼굴이 보고싶었는데.

하늘나라에선 아픔도, 고통도 없이 행복하길

너를 조금 더 일찍 찾을 수는 없었을까? 너희들이 사라지자마자 대규모 경찰병력을 동원할 수는 없었을까, 조금 더 일찍 공개수사를 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들이 머리에서 마구 맴돌아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어. 정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또 아무리 심리학을 배우고 있지만, 어린 너에게 그렇게까지 상처를 준 사람도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구나. 범인을 내 손으로 잡고 싶고, 만약 경찰아저씨들에게 잡혔더라도 그에게 수십 개, 아니 수백 개 돌이라도 던지고 싶은 심정이다. 부디 빠른 시일 내에 범인이 잡혀 네가 편안히 하늘나라로 갈 수 있었으면 하는구나.

혜진아. 엄마 아빠랑 헤어져있는 동안 많이 보고 싶고, 학교에서 친구들도 만나고 싶었지? 이제 부디 보고 싶던 사람들과 인사하고 하늘나라에서도 가장 좋은 곳으로 떠날 수 있기를 바랄게. 그곳에선 아픔도, 두려움도, 괴로움도 없이 항상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들과 학교가 있기를 바랄게.

얼마 뒤에 네 빈소가 차려지면 오빠가 정말로 꼭 찾아갈게. 지켜주지 못해서, 한번도 제대로 찾아보지 않아서 미안하단 말도 그때 서루 마주보며 이야기하자. 너무 보고싶구나 혜진아.

덧붙이는 글 | 최상진 기자는 대학교 4학년입니다.



태그:#안양 실종 어린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