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졌던 2008 우리V카드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우리은행 대 국민은행 전 4쿼터 종료 직전에 일어난 여자프로농구 10년 역사에 전무후무(前無後無)한 폭력 사태가 이제는 여자프로농구계의 문제를 넘어서서 네티즌 전체의 문제로 일파만파(一波萬波)가 되고 있다.

 

이미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 최상위에는 이 사건의 가해자, 김은경(25)의 이름이 하루종일 올라 있는 실정이다.

 

우선, 팀의 승패를 떠나서 폭력 사건 전 경기 중에 둘 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올해 프로 7년차에 접어드는, 공인(公人)인 김은경이 4년 후배인 김수연 선수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한 것은 분명 프로 선수의 정도를 넘어 한 사람으로서 변명의 여지없이 잘못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폭력 사태 후 네티즌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었던 인터뷰에서의 태도도 분명 잘못한 일이다. 이는 어떠한 이유를 불문하고 해당 연맹의 일벌백계와 해당 선수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사태에 대한 네티즌들의 도를 넘어선 김은경에 대한 비난, 비난을 넘어선 듣기 낮뜨겁기 짝이없는 소위 '육두문자'의 사용은 사이버 언어폭력의 추가적인 피해자 발생이라는 또다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이른바 온라인에서의 익명성을 무기로 하는 '사이버 언어폭력'의 피해자들을 적지 않게 보아왔다. 우리가 그 사람들로 인해 매체에서 즐거움과 감동을 얻었던 사람들을 '하늘로' 보내는 것도 보아왔고, '하늘'이 아니더라도 그 피해자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는 것도 보아왔다. 그리고 그에 대해 사이버 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하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보아왔다.

 

사이버 언어폭력에 의한 이러한 '또 한명의 피해자'를 네티즌들이 만드는 것은 그 선수의 폭력행위와 태도 못지 않게 잘못을 저지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앞의 사건들로 인해서 이 땅에서의 사이버 언어폭력에 대해 최근들어 성토했던 것을 무색케 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사람의 속은 우물 속보다 더 알기 힘들다 했다. 지금 폭력 사태의 가해자이지만 사이버 폭력 사태의 피해자가 된 김은경은 과연 네티즌들의 매도대로 그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당당한 것이 아니라 비난의 괴로움 속에서 숙소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하늘로 간 사람들이 하늘로 가기 직전처럼 말이다.

 

그리고 폭력 사태의 피해자인 김수연도 과연 이 사태를 보면서 속이 시원할까? 김수연은 데뷔 때부터 2005년 10월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던 김은경과 KB 국민은행에서 한솥밥을 먹어왔다. 그 당시에는 울음이 나올 정도로 억울하고 황당하고 화가 났겠지만 지금 사이버 언어 폭력에 노출된 '선배'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현재 온라인 상에서 '불끓 듯' 하는 김은경에 대한 비난과 욕은 자칫하면 한 여자프로농구 선수의 선수생명은 물론이요, 나머지 인생까지도 망칠 수 있다. 그리고 네티즌들이 바라는, 김수연의 회복과 정상적인 코트에서의 플레이를 바랄 수도 없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라고 했다. 여자농구팬이든, 여자농구팬이 아닌 일반인이든 이 사태에 대한 올바른 처신과 태도는 김은경이라는 사람을 무작정 미워하는 것보다 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WKBL)의 김은경의 죄에 대한 정당하고도 확실한 징계 처분과, 김은경 자신이 피해 선수와 팬들, 네티즌들에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 이상 사이버 언어폭력의 피해자를 만들어서 그 사람을 하늘로 보내는 '또 하나의 죄'를 지을 수는 없다.

2008.02.03 11:13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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