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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주 기자는 충남대학교에 재학중입니다.
폴리티즌(Politizen) : 인터넷 공간에서 정치 토론을 하는 시민들이란 뜻의 신조어.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쉽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쉬운 방법이 개인 블로그나 포털 사이트 토론장과 같은 각종 인터넷 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인터넷 미디어는 시민 참여에 제한이 없고 접근도 쉬워 여론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미디어를 기반으로 삼아 인터넷 공간에서 정치 담론을 주고받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17대 대선 공식 선거기간이 시작되면서 시민들의 정치 참여 열기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폴리티즌을 주축으로 형성되는 여론은 후보들에게 유의미한 정책 지표가 되고 부동층에게는 선거에 대한 정보원이 된다. 이렇듯 인터넷 여론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인 셈이다.

 

 

 

얼마 전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정치기사에 댓글을 금지하고 따로 마련된 정치 토론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식 선거기간이 시작된 11월 27일 이후부터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댓글을 허용했으나 '표현의 자유를 막았다'며 불만을 품었던 네티즌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네티즌들이 의도치 않게 선거법을 어기지 않도록 그와 같은 방침을 내렸다고 했다. 정치 기사를 읽고 바로 댓글을 쓸 수 있던 것에서 정치 토론방으로 가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치기 때문에 정치의식 수준이 낮은 댓글이나 근거 없는 무분별한 비방을 걸러내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네이버>의 정치 토론방은 취지대로 잘 돌아가고 있을까? <네이버>와 더불어 다른 포털사이트인 <다음>과 <야후>에 마련된 토론 게시판을 살펴보았다.

 

 

유동성이 높은 세 개의 포털사이트(네이버, 다음, 야후 등)의 토론게시판에는 정치에 관한 시민들의 유의미한 주장들도 적지 않게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특정인에 대한 비방이 대부분이고 단순 구호 남발, 넋두리에 해당하는 비생산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치 토론에 참여하는 시민들 스스로의 말대로 이곳저곳에서 '댓글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지지자들끼리 글의 추천수를 조작한다는 얘기도 오고가고 하루에도 몇 번씩, 여러 날 동안 중복글을 올리는 네티즌도 있었다. 타당한 근거를 갖춰 의견을 내놓는 글들도 있으나 하루에도 수 백 개씩 올라오는 글의 대부분은 정치 토론장이 아닌 전쟁터를 연상시킨다. 몇몇 후보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아래 사진처럼 인터넷 토론장에서의 활동을 전쟁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선거철을 맞아 더욱 활성화된 대선후보 홈페이지에서도 위와 같은 모습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대선후보 홈페이지가 정책 토론장이나 자유 게시판을 마련해 지지자 및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고 있다. 아무래도 지지하는 후보가 같은 시민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어느 곳보다 다른 후보들에 대한 비판의 농도가 짙을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들의 홈페이지를 둘러본 결과, 인터넷 미디어가 공론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정권 다툼의 연장선상에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선거일이 점점 가까워 오면서 후보들의 홈페이지는 여느 때보다 적극적인 시민들의 참여로 활기를 띄고 있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의 토론게시판이 그러하듯 격한 말다툼이 잦고 타 후보를 비방하는 글들이 많았다. 심지어 어느 후보의 홈페이지는 '아고라(다음)에 싸우러 가자'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인터넷 정치 토론방은 전자 민주주의의 뿌리가 될 수 있는 전(全)국민 의사소통의 장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 토론장이 이상적인 아고라의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것이 건전하고 생산적인 정치 담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지는 더 오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권 다툼에서 벗어나 건강한 토론 문화를 만드는 데에는 토론장의 주인인 시민들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앞으로 시민의 목소리와 의식으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을 볼 수 있길 바란다.


태그:#정치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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