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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폭로가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대표 브랜드라는 초일류 기업 삼성에 의한 전방위적 검은 커넥션이 폭로되었기 때문이다. 썩을 대로 썩은 한국사회의 소위 ‘지도층’은 김용철 변호사가 꺼내놓은 자료 앞에 우왕좌왕이다.

진실과 부패 척결을 위한 '무모한 도전'

김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새삼 다시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 ‘내부고발자’이다. 내부고발자란 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일하면서 접하게 된 조직의 불법적인 행태나 부정한 거래를 폭로하는 사람을 일컫는 것으로 ‘딥 스로트(Deep Throat)’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whistleblower)’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재벌의 부동산 비리를 폭로한 이문옥 전 감사관이나 군부재자 투표 부정을 고발한 이지문 전 중위, F-15K 전투기 선전과정에서 외압을 폭로한 조주형 대령 등이 대표적인 내부고발자로 알려져 왔다. 최근 경기 김포외고의 입시문제 유출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것도 김포외고를 지원한 여중생들의 ‘내부고발’ 덕분이다.

▶관련 보고서 <한국의 내부고발자, 그들은 누구인가?>

내부고발은 그들이 아니었다면 세상에 드러날 수 없었던 진실이 규명되고 부패척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보호를 넘어 적극적으로 장려되어야 할 대상이다. 최근 김용철 변호사나 입시비리를 폭로한 여중생들에게 우리가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은 단지 그들의 용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무모한 도전’이 가져올 부패청산의 효과 때문이다.

청부살인 당하는 내부고발자

그러나 내부고발자는 그들이 사회에 기여한 만큼 대우를 받지 못해왔다. 내부고발을 접한 조직의 대처는 가혹했다. 올해 초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이 1990년 이후 공익제보자 2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공익제보로 인해 징계와 해고를 당한 비율은 80%(16명)이며 이 중 11명은 아직도 무직상태다.

또한 내부고발자들이 ‘가장 교모하고 악랄한 보복행위’라고 부르는 집단 따돌림은 전체의 95%(19명)가 경험했고, 90%는 우울증, 불면증, 대인기피증 편집증 같은 정신질환과 소화불량, 신경성 장염, 급성간염 등을 앓았다. 이들은 적반하장 격으로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심지어 2003년 1월에는 사학비리를 내부고발 했던 사람이 청부살인을 당하기도 했다. 양심을 지킨 대가치고는 참으로 가혹한 결과다.

▶관련 기사 <청부살인까지 부른 사립학교 회계 비리>

이들은 사회적 공공성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음에도 제대로 된 보호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공직사회에 대한 부패척결과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부패방지법’이 있지만, 이는 공공기관의 내부고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삼성과 같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는 민간기업의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매우 취약하다.

또한 내부고발이 필요한 내부 깊숙한 비리들은 통상 검찰과 정관계까지 끈끈한 커넥션이 형성되어 있기 마련이어서 법적인 고려의 대상으로 인정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그들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결국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외부고발자들이다. 이번 삼성사건과 같이 전방위적인 사회지도층이 결부되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총체적 비리의 경우, 이를 지켜보는 대다수 국민, 즉 사건 ‘외부인’의 철저한 감시와 고발이 필요한 것이다.

삼성 특검을 반대하고 있는 청와대,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삼성, 물타기로 본질을 흐리려는 국회, 언론자유를 부르짖으면서도 진실을 덮으려는 언론, 내부고발자에 대해 제명 운운하고 있는 변협. 이 모두는 ‘외부인’인 우리 국민의 고발 대상이다. 우리가 그들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우리도 내부고발을 결심해야 할 순간이 오거나, 부패한 조직의 수족이 될 것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부딪힐 것이 분명하다.

우리 모두 내부고발자를 지키기 위한 감시의 두 눈을 부릅떠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대안정책 사이트 이스트플랫폼(www.epl.or.kr)에 동시 게재됩니다.
**손우정 기자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연구원입니다.



태그:#내부고발자, #삼성, #김용철, #무모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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