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친구가 강원도 화천 용화산 자락에 예쁘게 집을 짓고 텃밭을 일궈 온갖 채소를 가꾸며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늘 친구의 정성어린 손맛으로 만든 맛깔스런 웰빙 식단으로 우리 집 식단을 장식한다.

친구의 손을 만나면 모든 것이 맛깔스런 음식으로 탄생한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자연이 주는 행복감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고 한다.

 친구내외 ,부부는 함께 살다보면 닮아가나보다.
친구내외 ,부부는 함께 살다보면 닮아가나보다. ⓒ 조정숙

뽕잎이 날라치면 뽕잎 장아찌를 만들고 콩잎이 날 때면 콩잎으로 색다른 콩잎 장아찌를 만들어 준다. 그 향이 독특하여 밥맛이 없을 때 한입 깨물면 밥맛이 돌아올 정도다. 봄이면 새로 나온 새순들을 따서 백초차를 만들어 오는 지인들에게 차를 대접하고 돌아갈 때는 꼭 작은 그릇에 담아 선물도 한다. 참 아름답게 사는 친구 내외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친구 내외를 위해서 늘 이벤트를 연구하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다. 이번 계획은 친구 내외와 친구 집 근교에 있는 산사로 가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예전에는 춘천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건너 청평사를 갔었지만 요즈음은 굽이굽이 배후령을 넘어 간척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20여 분을 달려 도착하는 코스로 청평사를 찾아갔다.

가끔 시간이 되면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을 즐기기 위해 갔었지만 이번만큼은 가을의 끝자락에서 산사의 가을은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하는 설렘을 가득 안고 친구 내외와 남편과 함께 동행했다. 산사를 향해 들어가는 입구에 가면 가끔 보았던 낯익은 풍경이 들어온다.

 우리의 길을 안내하는 다람쥐
우리의 길을 안내하는 다람쥐 ⓒ 조정숙

음식물을 파는 사람들의 호객행위다. 오늘은 왠지 음식물을 파는 사람들의 호객행위가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가을 정취를 느끼고 싶어 왔기 때문인가 보다. 그래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하는 거겠지 생각하며 지나쳐 걸어가는데 반갑게도 다람쥐가 우리 앞을 안내라도 하는 듯 잰걸음으로 앞서서 뛰어간다.

이곳 다람쥐들은 사람들과도 적당히 친해졌나 보다. 다람쥐의 안내를 받아 산사를 향해 가는데 예전에 무심코 지나쳤던 "청평사 공주와 상사뱀의 전설"이란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바위 위에 앉아 있는 공주의 동상도 보인다. 필시 대단한 전설이 있을게야 하는 마음으로 글귀를 읽어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애잔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공주와 상사뱀의 전설의 주인공
공주와 상사뱀의 전설의 주인공 ⓒ 조정숙

 노랗고 붉은옷으로 갈아입은 단풍이 반긴다.
노랗고 붉은옷으로 갈아입은 단풍이 반긴다. ⓒ 조정숙

공주와 상사뱀의 전설을 뒤로 하고 은행잎이 수북이 쌓인 그곳에서 은행잎을 밟고 걷는데 아뿔싸 은행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떨어져 있는 은행들을 보면서 나무를 털어 은행을 주워가는 도시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역시 다람쥐 먹이로 남겨두고 주워가지 않은 이곳의 넓은 배려에 자연이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해봤다.

산사를 찾은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가을 풍경을 느낀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수능 대박 기원을 빌며 불공을 드리러 왔나보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신발들을 보면서 간절한 마음들을 읽을 수 있었다.

 기와지붕위에도 가을은 흔적을 남긴다.
기와지붕위에도 가을은 흔적을 남긴다. ⓒ 조정숙

 필자의 남편과 친구 남편 이제는 서로가 눈빛만 봐도 알수있는 사이다.
필자의 남편과 친구 남편 이제는 서로가 눈빛만 봐도 알수있는 사이다. ⓒ 조정숙

눈빛만 봐도 통하는 친구 내외와 남편과 함께 산사를 구경하고 내려오는데 좌측에 매표소와 주차장까지 가는 산책로가 있다. 융단을 깔아놓은 듯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노랫가락에 맞춰 즐거운 청평사 구경을 하고 내려왔다.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출출하여 허기를 달래기 위해 산장 휴게소를 찾아 들어갔다. 춘천에 별미 막국수를 시켜 맛있게 먹고 친구 집으로 향하는 마음은 구중궁궐의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았다.

친구는 이맘때쯤이면 난로를 설치해서 군밤과 군고구마로 늘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 군밤과 군고구마가 익어갈 때쯤이면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우리는 기다리는 동안 친구 남편의 기타에 맞춰 노래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군침이 절로 삼켜지는 군고구마 달콤한맛은 둘이 먹다 하나가 없어져도 모른다.
군침이 절로 삼켜지는 군고구마 달콤한맛은 둘이 먹다 하나가 없어져도 모른다. ⓒ 조정숙

 꿀꺽~잘 익어가는 군밤
꿀꺽~잘 익어가는 군밤 ⓒ 조정숙

 친구가 싸준 아래 좌로부터 깻잎,고추,뽕잎,콩잎장아찌,군고구마.별미를 느끼게 해주는 웰빙식품
친구가 싸준 아래 좌로부터 깻잎,고추,뽕잎,콩잎장아찌,군고구마.별미를 느끼게 해주는 웰빙식품 ⓒ 조정숙

남편은 이곳에 오면 도시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모두 잊어버릴 수 있으니 이곳에만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2박 3일 동안의 행복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친구가 싸준 군고구마와 뽕잎 장아찌, 고추장아찌, 깻잎장아찌 등 친구 내외의 푸짐한 마음까지 담아 집으로 돌아온다.

가장 가까이 마음을 열 수 있는 친구 한 명만 있다면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열 친구 부럽지 않을 인생의 동반자….

덧붙이는 글 | 부부의 사랑을 돈독히 하는 비결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가을여행#친구#청평사#용화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