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4년 전 축구유학과 에이전트 사업을 하기 위해 브라질 유수의 클럽을 찾은 적이 있었다. 브라질 국내 여러 축구클럽들을 돌아보며 몇까지 보고 들은 점이 아직도 필자의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축구의 체질개선을 이야기 할 때면 더욱 그렇다.

브라질이라는 나라는 축구와 카니발로 유명한 나라다. 사내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여자들은 카니발을 위해 한 평생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브라질 축구 시스템을 보면 1부 리그에서 9부 리그까지 있으며 그 규모는 2,600개의 팀이 존재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축구스타를 꿈꾸며 한결같이 자기가 소속된 고장이나 지역을 대표로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구단주는 기업의 소유가 아니라 지역주민 투표제로 선출한다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 인터나시오날 메인 스타디움.
ⓒ 손철균
필자는 당시 브라질 '리오그란데 술' 주(州) '포르테 알리그리‘라는 시(市)에 연고를 둔 '그레미오' 클럽과 2007 대륙 간 클럽 대항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인터나시오날' 클럽을 방문했었다. 그레미오팀은 '호나우지뉴'를 배출한 클럽으로 유명하며, 인터나시오날은 현재 브라질 감독을 맡고 있는 '둥가'를 비롯해서 수많은 유능한 선수를 배출한 100여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클럽이다. 당시 필자가 인터나시오날 클럽을 찾았을 때, 2006 브라질대표팀을 이끌었던 '파레이라' 감독이 지도하고 있었다.

필자는 국내에서 유능한 인재를 브라질에 축구유학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이들 클럽의 육성 시스템을 눈여겨보았다. 당시 이 클럽에서 훈련을 받았던 선수로는 국가대표팀의 '최성국' 선수를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최성국 선수가 너무 일찍이 소속 클럽을 바꾸어 버리는 바람에 내심 아쉬워했던 그들의 안타까움이 생각난다.

브라질에는 약 60 여개의 프로클럽이 있으며 이들은 1부, 2부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인터나시오날 클럽은 자체 유소년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11~12세, 13~14세, 15~16세, 17~18세 미만으로 구분되며, 20세가 되면 프로 선수로 진출 하던가 그렇지 못하면 다른 직업을 택해야 한다. 나이 단계별로 올라갈 때마다 테스트를 실시하며 실력이 미달되면 즉시 퇴출시키고 새로운 선수로 보강한다. 때문에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훈련에 전념할 수밖에 없다. 중도에 퇴출되는 선수의 사회 적응력을 돕기 위해 팀마다 반드시 심리상담사가 상주해 있어 카운슬링을 해준다.

그런데 필자가 의아했던 것은 바로 유소년 팀의 훈련 방식이었다. 이들 유소년 팀에게는 그 어떤 경우라도 잔디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었다. 뿐만 아니라 축구화 착용도 금지였다. 모두가 신발을 벗고 실내축구와 같은 옥외의 좁은 공간에서 공놀이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나의 공을 가지고 빼앗는 게임, 가운데 한 선수를 두고 공을 돌리는 게임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에 익숙함을 길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발에 볼이 와 닿는 감각을 익히고 있었다.

나중에 필자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차고 달리는 연습을 시키면 무릎, 발목연골에 무리가 갈 수 있고 성장 판을 저해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볼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축구는 공을 가지고 재미있는 게임을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서 축구화를 신기지 않고 맨발로 볼을 컨트롤하며 받고 차는 연습을 시킨다는 이론이었다.

▲ 유소년 육성 시스템
ⓒ 손철균
나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축구 유학을 보내면서 뼈저리게 경험했다. 축구를 배워보겠다고 브라질에 축구유학을 가서는 숨겨진 부상이 발견돼 수년을 치료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이 사실을 '월드사커'와 '한국축구신문'에 근무하고, '축구아이'라는 잡지를 발간하면서, 학원축구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았다.

무리하게 운동장을 몇 바퀴 돌게 하고 심지어 소위 말하는 투지와 정신력을 함양한다는 미명아래 '산악구보'도 시키는 감독도 만나보았다. 토너먼트 식 대회에서 승리를 위해서는 스파르타식의 무리수를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원 축구가 그렇지만 이들 축구팀의 운영은 학부형들이 거출하여 운영하는 그야말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국내 무대에서 뛰고 있는 유능한 여러 선수들의 모교들도 상황은 매 한가지였다. 필자는 모 프로구단 연습장에 부러졌던 야구방망이가 놓여 있었던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

아무튼 인터나시오날 육성시스템은 12세가 되어야 비로소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다는 점이특징이다. 수개월이 지나고 1~2년이 지나면, 그들은 공을 어디에 주어야 하는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를 그러한 속에서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된다. 축구 교육은 그 이후에 시작될 수 있다. 이것이 브라질 축구의 시작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선수 전원이 반드시 풋살 코스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 풋살이란 실내축구와는 비슷하지만 풋살은 발바박으로 만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 풋살은 좁은 공간에서의 개인기 연마에 효율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바로 필자는 이점에 착안하여 국내에 돌아와 가칭 '전국풋살협회'를 창설하고 제 1회 국제 풋살대회를 추진했다. 그리고 풋살선수단이 전혀 없는 국내 사정을 고려해 국내 최초로 전국풋살대회를 개최하여 지역별 예선을 치렀다. 예선에서 우승한 팀들은 토너먼트를 거쳐 제1회 코리아 풋살국제대회에 참가할 팀이 확정되고 인터나시오날 풋살팀을 비롯한 홍콩, 등 국제 팀들을 확정지어 초청 완료했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의 비협조로 대회는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 인터나시오날에 유학중인 한국인 학생.
ⓒ 손철균
새삼스럽게 필자가 지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앞으로 축구육성 시스템과 인프라에 대한 기사를 연재하기 위해서다. 한국축구 육성에 있어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이상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 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의 발로이다. 왜 한국축구 선수들은 기본기와 경기력에 있어서 한계가 있는지를 깊이 진단해보고자 한다.

나아가 축구아이라는 유소년 축구전문 잡지의 취재부장으로 근무하면서 국내 유소년 축구 육성 클럽 팀들의 현황과 실태를 취재했었다. 이 점도 한국축구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는데 유능한 자료가 되리라 사료된다.
2007-07-31 10:22 ⓒ 2007 OhmyNews
축구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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