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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100분 토론
ⓒ MBC
현재 방송 3사에서 방송되고 있는 이른바 토론프로그램들은 그 형식적인 딱딱함 만큼이나 사실, 여타의 TV프로그램보다는 꽤 높은 진입장벽을 요구한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토론이라는 권위에 대한 원칙의 측면. 그리고 그 토론프로그램이 다루는 주제의 선정이 프로그램 성격상 다양한 계층의 시청자들과는 거리가 있는, 즉 일부 그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계층의 사람들만이 토론을 즐기는데 적용된다는 점이 있다.

따라서 시청자들이 토론프로그램을 볼 때에 느끼는 고루한 감정은 꽤 많은 공통적인 요소를 내포하는데, '지루하다', '재미가 없다' 등의 의견이 그것이다.

사실, 모든 TV프로그램이 모두다 재미가 있을 이유는 없다. 게다가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전문가들이 저마다 다른 생각과 이상으로 상대방을 설득시켜야 하는 토론프로그램이라면, 그것이 가지는 '가치'를 생각해 어찌 보면 그 '재미'라는 것과 절대 양립되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토론프로그램의 진정한 목적은 광의의 개념에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 여론을 모으고 이러한 여론으로 협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며, 협의의 개념에서 그 문제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각자 문제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라 한다면, 분명 토론프로그램은 더 이상 시청률에 성역이 아니다. 그들은 분명 더 많은 시청자들을 토론프로그램에 실질적 패널로 이끌 의무가 존재하는 것이다.

솔직해져라! 더 솔직해져라!

감색 정장에 무채색 넥타이를 맨 정치인이 오늘의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빙빙 돌려 얘기한다. 시청자들은 이미 저 패널의 발언은 '정치적'임을 간파하고 있지만, 진행자도 상대편 패널도 쉽게 발언을 끊을 수 없다. 분명 저 발언은 아마 10분 전에도 한 얘기일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토론프로그램을 보면서 늘 안고 가야할 시청자들의 짐이었다. 공개석상이라는 한계점을 인지하더라도, 이러한 점이 계속해서 누적될수록 시청자들은 토론프로그램에 가지는 실망과 염증은 커져만 간다.

반대로 얼마 전 KBS 1TV <심야토론>에 출현해 의견의 옳고 그름 여부를 떠나, 군 가산점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표현해 누리꾼들로부터 '어록'이라 불린 전원책 변호사의 발언이나, 슬슬 피해가며 논점을 흐려놓는 정치적 발언을 집요하게 따져 들어 그 사람이 '진의파악'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MBC TV <100분 토론>의 손석희씨가 많은 이들에게 열광을 받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 KBS 1TV <심야토론>에 출연해 군 가산점에 대한 가감없는 발언을 해, 많은 화제를 모았던 전원책 변호사.
ⓒ KBS
이러한 솔직한 발언과 정치적 색깔이 배제된 토론의 테이블은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굳이 100분이나 할 필요조차 없다. 거기에 더해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이면서 이것이 곧 재미있는 토론프로그램, 아니 최소한 지루하지않은 토론프로그램을 만드는 첫 번째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토론프로그램 권위가 가지는 가치의 그늘

앞서 언급했듯 우리나라에서 토론은 그들 스스로 상당한 권위와 전문성을 요한다. 심지어는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자가 옷차림에도 신경 써야 하는 곳이 그곳이다.

그러나 현재 토론프로그램은 이러한 권위와 전문성의 가치에 입각해 스스로 범위를 좁혀나가는 측면도 보이는데, 특히 토론 주제 선정에 있어서 '정치'와 '이념' 같은 고매한 곳에 과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정치'와 '이념'이라는 것이 사실 한 국가를 이끌어 나가는 핵심적인 요소임에는 분명하고 그것이 토론프로그램의 어떠한 '가치'로서 적용되는 것도 인정하지만, 그것이 토론프로그램에 주제의 과반수로 작용해선 곤란하며, 그것이 또한 여러 번 반복되는 모습은 더욱더 곤란하다.

▲ KBS 심야토론
ⓒ KBS
그래서일까. 오늘 저녁 차 안에서 듣던 라디오 토론프로그램의 정치적 주제가, 그 다음 날 저녁 TV토론 프로그램의 주제로 또다시 버젓이 등장한다. 또한 이 주제는 다른 방송국의 토론프로그램으로까지 번식되어, 같은 이야기를 채널만 달리하고 그대로 반복한다. 심지어는 이렇게 반복되어 토론을 진행하더라도 속 시원한 이야기의 발견은 극히 드물며, 그러는 사이에 시청자들은 더욱 빠른 발걸음으로 그들을 떠난다.

'현실주제'는 어디 갔나?

이처럼 우리가 매일 접하고 보는 사회는 사실 토론프로그램이 보는 그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혹은 일반 시민들이 직접 부딪히는 세상의 문제는 어찌 보면 정치와 이념과의 문제와는 별로 관계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현실사회의 지엽적인 문제점들 역시 분명 토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토론프로그램이 지향하는 권위적 가치에 가로막혀 버려지는 현실적 주제는 절대적으로 보호될 필요가 있다.

EBS TV <토론카페>의 기름값 진실에 대한 토론이나 신해철씨의 등장으로 많은 화제를 낳았던 MBC <100분 토론>의 MP3 논쟁, 학교 체벌논쟁 등이 그 좋은 예인데, 바로 내 앞에, 바로 우리 곁에서 벌어지는 현실적 토론주제. 혹은 많은 이들이 경험했고, 인식하고 있었던 경험적 토론주제.

이러한 주제선정이 바로 '솔직함'과 더불어 TV 토론프로그램이 '재미'를 통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두 번째 요소이자, 가져야 할 새로운 가치로 작용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넥타이 풀고, 이야기합시다!

▲ EBS <토론카페>
ⓒ EBS
토론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러니하게도 '의견만 존재할 뿐, 결론이 없다'는 것이다. '끝장'을 보려고 토론을 24시간 동안 한다고 해도 그것이 '회의'가 아닌 '토론'인 이상 절대로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기실 토론의 출발 자체가 결국 답이 없으니까 토론하자는 것이 아니었던가를 생각한다면,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다.

따라서 TV 토론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청자는 토론프로그램이 가지는 특정한 주제에 대해 각자가 다 자신만의 의견을 내포한다. 즉, 아무리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제라도 어차피 판단의 여지는 이미 그들 머릿속에 60-70퍼센트는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토론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는 그들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맹점이나 간과한 나머지 30-40퍼센트를 채우기 위해서다.

토론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패널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가지는 목적은 TV를 보는 시청자들을 자신의 의견에 추종자 내지는 지지자로 만들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TV에서 진행되는 토론을 시청하는 개인은 객체이지만, 결론을 내리는 데에는 판단의 주체로서 시청자는 존재하기 때문에, 토론프로그램은 결국 시청자들이 그들 자신의 올바른 결론을 내리기 위한 도우미 역할을 할 때 그 진정한 가치가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토론프로그램에 올바른 감상법이란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논쟁의 보충적인 사안이지, '올바른 결론'을 이끌어내는 절대적인 척도는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토론프로그램이 가지는 권위적 가치는 사실 시청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다시 말해 넥타이를 풀자는 것이다.

고루한 색상에 토론 넥타이는 '재미'를 반감시킬 뿐 아니라, 그로 인해 그들이 갖는 진정한 가치 역시 절하시킨다는 점을, 그들은 알 필요가 분명히 있다.

덧붙이는 글 | 티뷰기자단 기사입니다.


태그:#100분 토론, #심야토론, #토론카페, #토론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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