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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교육수준은 국가경쟁력 순위라고 말한다. 교육과 국가경쟁력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교육이 한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교육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 또한 교육 현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를 만든 것 또한 교육이며, 이곳에 서 있게 해 준 것 또한 교육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처음엔 단순히 지구 저 쪽에 있는 로마라는 도시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한 권, 한 권 읽어나가면서 단순히 그들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천년 왕국 로마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그들을 있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한 그들.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도 못했던 그들.

무엇이 로마의 천년왕국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었을까?

로마의 번성요인은 단순히 어느 한 가지 요인에 국한된 것이 아닐뿐더러 이것을 분석해 보는 것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흔치 않은, 아직도 유럽인들의 정신, 문화, 정치 모든 면에서 그리스처럼 고향 역할을 하고 있는 로마에 대한 불가사의를 풀고 우리나라의 현실에 적용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배자도 동지로 끌어안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그들의 열린 생각에서, 그들이 정복한 피지배자들에게 똑같은 시민권을 나눠주는데 인색하지 않았던 포용의 습성에서도 그들이 대제국을 다스릴 자질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그들을 만들어 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교육이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교육 부문은 10권(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에서 잠깐 소개가 되고 있을 뿐 전반적으로 조금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위대한 영웅도 그들을 만든 것은 교육이기에 그런 아쉬움을 잠시 접어 둔 채 로마의 교육에서 열린 교육의 문제점과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로마교육의 특징을 몇 가지로 살펴보면 실용제일주의 문화로서 공학·법률·정부 등의 영역에 영향을 미쳤다. 그렇기 때문에 '쓸모 있는 사람'이 그들이 추구하는 교육목표였다. 청소년은 부모로부터 고대 로마의 영웅과 위인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훌륭한 행동을 모범으로 삼았으며, 도덕과 준법정신을 소중히 여기는 민족이었다. 이러한 로마교육은 오늘날 실천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인 교육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퀸틸리아누스의 체벌금지, 개성존중, 흥미와 유희 중시, 교사 선택의 중요성은 현대 교육이론의 기초를 제공하였으며, 열린 교육의 기반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로마시대에는 아동의 교육을 이상 국가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근세에는 문예부흥의 영향으로 인한 인문주의 사상의 함양으로서 실시하였다.

실천주의 아동중심 교육이 로마 교육 핵심

19세기에는 페스탈로치가 인간애에 의한 아동교육의 실천을 강조함으로서 인간으로서 아동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20세기에 이르러서는 프로이트, 에릭슨, 피아제 등 아동에 대한 연구 활동에 의하여 아동교육 이론이 정립되고, 현대 심리학에 의해 아동을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로써 아동의 독자성에 대한 인식이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실용주의 교육, 실천주의 교육, 아동중심의 교육이 로마 교육의 핵심인 것이다. 실용주의, 실천주의, 아동중심주의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한국의 열린 교육이 아닌가 싶다.

어느 날 아이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수업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 한국 학생들이 고공점프를 하게 됐다. 너무 높은 곳이어서 학생들이 벌벌 떨고 있었다. 독일 교관이 나서서 독일 학생에게 "명령이다. 뛰어내려라!"라고 하자 아무 말 하지 않고 뛰어내렸다. 그러자 영국 교관이 영국 학생에게 "신사라면 뛰어내려라"라고 하자 뛰어내렸다. 프랑스 교관이 프랑스 학생에게 "어때? 아름답지 않은가?"라고 하자 바로 뛰어내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한국 학생이 구석에서 벌벌 떨며 절대 뛰어내리지 않겠다고 고래고래 악을 쓰자 그 학생의 교관이 말했다. 

"성적에 반영된다."

그 말을 듣자 한국 학생은 가장 멋진 폼으로 뛰어내렸다.

우리의 교육 실정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한국은 전통적인 권위주의와 성인 중심의 교육관에서 탈피하여 아동의 개성과 흥미, 욕구, 적성, 자발성 등을 교육의 중요한 원리로 삼고 외부의 강제나 통제에 의한 교육을 배격하는 아동 중심의 교육운동을 하자는 취지에서 열린 교육을 실시해왔다.

이것의 핵심 사상은 각 아동의 발달 속도를 고려하여 아동을 속박하지 않는 자연적이고 자율적인 학습을 도모하며 개인의 필요와 특성에 맞는 개별화된 학습 기회를 부여해서 주입식 교육을 버리고 창조적인 사고력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발달과 더불어 훈육, 권위, 통제를 중심으로 한 전근대적 교육관을 극복하고 아동을 한 인격체-사회공동체의 당당한 일원으로-이자 교육의 주체로서 격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의무교육의 확대와 함께 민주주의적 의식과 생활의 정착에도 결정적 기여를 했다. 한국의 열린 교육이 이론대로 실시된다면 분명 긍정적인 면을 많이 가진 교육제도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실시를 해보니 긍정적인 면 외에 몇 가지 문제점이 부각되기 시작헀다.

점수 따기 경쟁보다 학생 잘 가르치는 경쟁으로 바꾸어야

첫째가 교사 제도에 관련된 문제이다. 로마의 교사 제도를 보면 교재선택이나 교육법 모두 교사에게 일임하고 국정교과서나 커리큘럼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교사에게 일임하는 특혜를 받는 것은 그만큼의 교육효과가 나지 않으면 다른 학원에 아이를 보내게 되니까 자유시장 경쟁 체제를 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한국 교육에 적용시켜 승진을 위한 점수 따기 경쟁보다는 학생을 잘 가르치려는 경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교원 자격증 제도를 개혁하거나, 교원 초빙제 확산, 계약직 교원제 도입, 학생 및 학부모의 학교․학급 선택권 부여 등의 보다 더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기초지식 교육이 상대적으로 경시된다는 것이다. 사실지식을 가르치기보다는 지식이 필요한 장소와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일정한 커리큘럼이 정해져 있는 교과서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억압하기 때문에 계획된 교육보다는 그 때 그 때의 아이들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창조적인 사고능력을 발달시키는 가장 좋은 길이라는 것이다.

교육과정의 모든 내용을 모든 학생이 다 알도록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교육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교육과정 내용을 많이 하여 다 가르치도록 하기보다는 교육과정의 내용을 줄이고 '필수학습요소'를 선정하여 교사가 '필수학습요소'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여지를 두어야 한다.

세 번째로 열린 교육, 대안교육의 교육자들은 경쟁이란 말 자체를 매우 싫어한다. 교육을 망친 주된 원인이 경쟁을 조장하고 아이들을 서열화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쟁이나 협동의 문제는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개인과 공동체의 모순으로 사람이 가지는 공동체로의 귀속성과 개인의 독립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우리가 경쟁이나 갈등을 극복하자는 것과 경쟁이나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학습과정에서 더 좋은 학습 성취를 위해서 또는 학교 간에 더 질 높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더 노력하는 것 자체가 경쟁 아닌가?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경쟁이 나쁘니 좋으니 할 것이 아니라 개별적 존재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이 경쟁을 어떻게 사회발전의 요구에 맞게 잘 관리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 일이다.

경쟁이나 대립보다는 협력과 조화라는 가치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고 미래 공동체사회의 기본가치이기도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개인들의 차이나 욕구에서 비롯되는 경쟁의 측면을 무시하는 것은 현실 사회운영에 대해 무관심한 것이든지 아니면 공상을 즐기는 것일 뿐이며 그렇기 때문에 교육문제의 해결에도 어떠한 도움도 줄 수가 없다.

이 몇 가지 문제점 외에도 많은 개선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의 열린 교육이다. 100% 완벽한 그 무언가는 없듯이 늘 개선해 나가며 좋은 쪽으로 찾는 것이 현시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우리 교육에 이런 말을 덧붙이고 싶다.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살아가야

향기로운 삶을 사는 사람은 자기를 비울 줄 아는 사람이다. 비울 줄 안다는 것은 자신의 욕망을 다스릴 줄 안다는 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고 늘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향기를 느끼게 된다. 나의 것, 나의 욕망, 나의 욕심을 비우고 언제나 다른 사람의 필요에 귀 기울이는 그런 사람에게서 말이다.

향기로운 삶을 사는 사람은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다. 누구나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를 좋아한다. 이것이 과시욕을 부추기기도 하고 명예심을 추구하게도 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소리 없이 자신의 존재를 낮추는 이들에게서 향기를 느낀다. 일부러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나오는 겸허의 마음을 가진 자들에게 말이다.

향기로운 삶을 사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알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언제나 제 가치를 알고 내가 누구며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자 에릭 프롬은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 올바르게 정립되어야만 타인에 대한 사랑 역시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제 가치를 아는 사람 그래서 제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으며 살아가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서 우리는 향기를 맡게 된다.

향기로운 삶… 그것은 일정한 틀을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각양 각색의 모습대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발현될 것이다. 자신을 비우며 살아가기를 연습할 때, 자신을 낮추며 사는 것을 훈련할 때 또한 언제나 자신의 가치를 생각하며 그 가치로움을 지키며 살아가고 자 할 때 어느새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그런 자신만의 향기가 생겨날 것이라고 믿어본다.

자신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 열린 교육으로 만들어진 사람이 내는 향기가 아닐까 싶다.

로마인 이야기 1 (1판 1쇄)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1995)


태그:#로마인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교육, #열린 교육,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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