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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김민수
<오마이뉴스>와 인연을 갖게 된 이후 1216번째 기사를 쓰고 있다. 이것이 가능하게 했던 것, 그것은 '들꽃'이었다. 얼추 꽃과 관련된 기사만 400여 건에 이르니 들꽃은 내게 있어서 소중한 기사거리였던 것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단순히 그들이 기사거리로만 다가온 것이 아니라 그들을 만나고 사진기에 담고 그들에 대한 글을 쓰면서 내 삶이 변했다는 것이다.

ⓒ 김민수
그들의 삶을 통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묻고 또 물었던 것이다.
올해 초, 제주도에서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이 막 피어나기 시작할 때 6년의 제주생활을 접고 서울로 이사를 했다. 4개월여 서울에서 적응을 하지 못해서 상당히 애를 먹었고, 지금은 힘든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이방인처럼 어색하기만 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게 했던 부분은 꽃을 만나기 위해서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BRI@제주에 있을 때에는 그저 새벽에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고, 일이 있어 시내 나갔다 오는 중 자투리 시간을 내어 숲으로, 오름으로 걷다보면 사계절 내내 들꽃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흙이 조금만 있어도, 보도블록 틈에서도 꽃은 피어 있었지만 그 정도로 들꽃에 대한 그리움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최소한 경기도권에는 들어가야 하고 강원도는 가야 들꽃들을 만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때론 만나고 싶은 꽃을 찍기 위해 왕복 400km가 넘는 길을 달려가기도 했다. 그러나 일에 붙들려 늘 들꽃들이 피고지는 시기를 놓치곤 했다. 그래도 주말이면, 쉬는 날이면 열심히 다녀오곤 했다.

그렇게 일년 동안 찍었던 꽃들을 대략 정리해 보니 250여 종의 꽃을 담았고, 올해 <오마이뉴스>에 꽃에 대한 글을 85편 올렸다. 250종 중에서는 제주도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종도 많았기에 악조건 속에서 쾌거를 이룬 것 같아 뿌듯했다.

서울이 고향이면서도 넉넉한 자연의 품 제주도에서의 생활과는 전혀 다른 팍팍한 도시생활이 쉽지 않았다. 적응을 하지 못할 것 같아 시골로 혼자라도 내려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많은 고민을 했지만 가장의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적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10개월이 지난 지금은 완전 서울촌놈이 되어 적응을 잘하고 살아가고 있다.

촐퇴근 시간을 빼면 홀로 사색하고 명상하고 글을 쓸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럴수록 일기를 쓴다는 심정으로 더 악다물고 글쓰기를 했다. <오마이뉴스>는 내게 있어서 세상과 소통하는 장이었고, 내 생각을 타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몇 년간 <오마이뉴스>는 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 김민수
자연을 만나면서 느꼈던 것들을 누군가와 나누는 일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이 존재지향적인 삶을 살아가듯 그들을 통해서 얻는 작은 깨달음이라도 소유하지 않고 함께 나누는 것이 자연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한 해 동안 만난 250여 종의 꽃, 그들을 죽 모아보니 꽃피는 새 봄이 더 그리워진다.

내년에는 올해 만나지 못했던 꽃들을 또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전해준 이야기들을 하나 둘 <오마이뉴스> 가족들과 나눌 것이다. 나는 산과 들에서 <오마이뉴스> 특종을 잡았다. 우리의 일상 어디에나 특종은 있겠지만 가장 편안한 특종은 나에게 있어서 산야의 들꽃이요 자연이다.

ⓒ 김민수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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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부려보았다. 250컷을 한 기사에 다 소개할 수 있을까 하는 욕심. 그러나 그것은 정말 욕심이었다. 언제 저렇게 많은 들꽃들을 만났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달팽이걸음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그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그러니 올해 만났던 250여 종의 꽃은 달팽이걸음이 느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게는 참으로 소중하다.

연말에 기쁜 소식이 출판사로부터 날아왔다. 이전 연재기사 <내게로 다가온 꽃들>이 두 권의 책으로 묶여져 세상에 나왔는데 환경부에서 '우수환경도서'로 선정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이래저래 들꽃이 내 삶도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경제적인 도움들까지도 주고 있으니 들꽃은 기사의 좋은 소재일 뿐만 아니라 내겐 노다지다. 물론 그 노다지는 혼자 가지려고 하면 없어지는 것, 바라보고 내년에 또 그 곳에 피어나길 바라며 보기만 해야 하는 노다지다.

정치나 사회 혹은 교육의 문제에 대한 기사를 쓰면 들꽃에 관한 기사나 사는이야기에 비해서 조회수도 높고, 독자의견도 많다. 그런데 그런 경우 대부분 유쾌하지 못하다. 어차피 어느 한 편을 아프게 하는 내용이기에 다른 한 편으로부터 비판을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는이야기나 들꽃이야기에는 댓글이 많이 달리지 않아도 아주 따스한 댓글이 올라오고 가끔씩은 깜작 놀랄만한 조회수가 기록되기도 하니 기사를 올린 후에도 마음이 따스해진다.

특종은 우리의 일상 어디에나 있다.
그것을 어떻게 특종으로 만드는가는 각자의 몫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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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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