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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고향이라는 전라도 음식 제대로 다루지 못해 아쉬워

▲ 음식의 맛은 그날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 이종찬
지난 2005년 1월 31일, '오늘 저녁 아귀찜에 막걸리 한 잔 어때요?'로 <오마이뉴스> 문화란에 연재를 시작한 '음식사냥 맛사냥'이 100회를 맞이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이 101번째다. 왜냐하면 연재번호가 겹친 게 한 꼭지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글쓴이가 쓴 '음식사냥 맛사냥'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큰 절 올린다.

아마도 따로 마련되어 있는 제 연재기사 창을 꼼꼼히 살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떤 꼭지는 갑자기 연재번호가 한 칸 건너뛰기도 하고, 어떤 꼭지는 연재번호가 겹쳐져 있는 곳도 있을 것이다. 이는 모두 철딱서니 없는 글쓴이의 실수다. 간혹, 음식기사를 연재기사에 넣지 않고 '사는이야기'로 보낸 때가 몇 번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글쓴이는 우리 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먹어 보았다. 그중에는 글쓴이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음식도 더러 있었고, 평소에도 즐겨 먹었던 음식도 꽤 있었다. 또한 어떤 음식은 입맛에 맞지 않은 음식도 있었고, 어떤 음식은 자주 먹곤 했지만 독특한 감칠맛이 깃들어 있는 음식도 있었다.

맛글을 쓰면서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맛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전라도 음식과 산간지역의 색다른 맛이 배어 있는 강원도 음식, 그리고 첩첩산중 두메산골이라 불리는 충청도 내륙지역의 독특한 음식을 제대로 맛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어질 음식 연재기사 '맛이 있는 풍경'에서 하나 하나 깊이 있게 다룰 것이다. 약속한다.

'어머니의 손맛'은 어릴 때 자주 먹던 음식의 맛

▲ '음식사냥 맛사냥' 100회를 되돌아보며
ⓒ 이종찬
▲ 지난 봄 창원 비음산 오솔길 옆에서 미나리를 손질하고 있는 아낙네들
ⓒ 이종찬
음식의 깊은 감칠맛은 그 음식을 다루는 사람의 손맛이 결정한다. 제 아무리 맛난 재료로 갖가지 양념을 해도 음식을 다루는 사람의 손맛이 없으면 그 재료가 갖고 있는 저마다의 독특한 맛을 낼 수가 없다. 옛 속담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라는 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음식을 멋드러지게 꾸며도 맛이 없으면 '앙코 없는 진빵'에 다름 아니다.

가장 잘 만든 음식은 그저 바라만 보아도 침이 꿀꺽 삼켜질 정도로 빛깔이나 향, 모양이 잘 어울려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혀끝에 착착 감길 정도의 기막힌 맛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어머니의 손맛이란 것도 바로 이 때문에 나온 말이다.

지금, 경기도 파주 보광사 수구암에 있는 효림 스님은 한때 글쓴이와 음식을 나눠먹으며 이런 말을 툭 던진 때가 있다. "어머니의 손맛이라는 것은 별개 아니고, 어릴 때부터 자주 먹던 그 음식의 맛이다, 이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서 해 주시는 그 음식맛이 늘 입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렇다. 하루에 세 끼를 먹는 사람의 몸이란 것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수많은 음식을 맛본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어릴 때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시던 그 음식의 맛을 쉬이 잊지 못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나서 어른이 될 때까지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시는 그 음식을 먹는다. 그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몸을 성장시켜준 어머니의 손맛을 쉬이 잊지 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음식의 맛은 사람의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 마산의 명물 아귀찜은 마른 아귀를 쓰는 것이 특징이다
ⓒ 이종찬
▲ 민물장어는 스태미나에 그만이다
ⓒ 이종찬
음식의 맛은 그날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아무리 빛깔이나 모양이 멋들어지고 맛나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그 음식이 놓여 있는 분위기와 풍경, 날씨, 컨디션, 배고픔, 배부름에 따라 음식의 맛이 달라진다. 이는 아무리 산해진미가 쌓여 있어도 몸과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말과 같다.

제 아무리 입맛을 돋우는 맛난 음식이 차려져 있다 하더라도 그 음식이 놓여 있는 장소나 분위기가 맞지 않으면 제맛이 나지 않는다. 붉은 포도주를 목이 긴 유리잔이 아닌 사발에 부어놓고 포장마차에서 먹는다면 제맛이 나겠는가. 허연 막걸리를 목이 긴 유리잔에 따라놓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마신다면 제맛이 나겠는가.

날씨가 몹시 무더운 날, 땡볕에 앉아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뜨거운 국밥을 먹으라고 한다면 누가 먹겠는가. 손발이 몹시 시린 날, 포장마차에 서서 얼음이 동동 떠다니는 콩국수를 먹을 수 있겠는가. 이가 몹시 아픈 날, 족발이나 딱딱한 음식을 준다면 누가 먹을 수 있겠는가. 쌀밥을 먹고 싶은 날, 죽을 준다면 기분이 좋겠는가.

금세 밥을 배부르게 먹었는데, 몸에 아주 좋은 음식이라며 구수한 내음이 나는 황태국 한 그릇을 더 먹으라고 한다면 어찌 먹겠는가. 며칠 동안 굶어 배가 몹시 고픈 날, 아무리 맛없게 조리한 음식이라 하더라도 꿀맛이 나지 않겠는가. 간밤 술을 많이 마셔 속이 몹시 쓰린 새벽, 한 잔의 물이 얼마나 시원하고 달던가.

100가지 음식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은?

▲ 봄철 회의 대명사 도다리
ⓒ 이종찬
▲ 나와 작은딸 빛나가 좋아하는 호박잎 쌈
ⓒ 이종찬
누군가 글쓴이에게 그동안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음식 중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그동안 소개했던 100가지 음식 중 아마도 글쓴이가 맛이 없다고 업신여긴 음식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하긴, 그 음식마다에 배인 독특한 맛이 없었다면 어찌 글로 옮겨 적었겠는가.

글쓴이는 술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글쓴이는 평소에도 속풀이와 숙취해소에 좋은 해장국 종류를 즐긴다. 그동안 애독자들에게 소개한 해장국 중에서 지금도 자주 생각나는 음식은 강원도 내설악 아래에서 먹었던 뽀오얀 우윳빛 감도는 황태국과 경북 울진에서 먹었던 생대구탕, 그리고 서울 마포에서 소주 한 잔과 함께 먹었던 설렁탕이다.

찜 종류로는 냄새만 맡아도 코끝을 톡톡 쏘는, 매콤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나는 반쯤 말린 아귀로 만드는 아귀찜과 오도독 소리를 내며 씹으면 톡 터지면서 향긋한 바다맛이 입속을 맴도는 미더덕찜이다. 이어 가까운 벗들과 소주 한 잔 나누며 즐기기 좋은 음식으로는 경기도 파주에 있는 차돌박이 구이와 서울 을지로6가에 있는 김치삼겹살이다.

그밖에 글쓴이가 집에서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을 손꼽으라면 콩나물해장국과 수제비이며, 쌈 종류로는 미나리쌈과 호박잎쌈을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제피가루와 방아를 넣은 추어탕과 애호박을 송송 썰어 넣은 된장찌개를 즐긴다. 사실, 고기 종류는 육고기든 물고기든 어릴 때부터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 의령 망개떡 먹어 보셨습니까?
ⓒ 이종찬
▲ 닭은 짚불에 그을려야 제맛이 난다
ⓒ 이종찬
조금 앞에 글쓴이가 술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누군가 이렇게 묻는 것만 같다. 무슨 술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이는 두말 하면 잔소리로 막걸리다. 글쓴이는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더라도 가장 먼저 그 지역의 막걸리 맛부터 먼저 본다. 막걸리가 쓰고 달고, 뻑뻑하고 묽고에 따라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 글로 '음식사냥 맛사냥'은 그 긴 여행길에서 내려선다. 하지만 글쓴이의 음식기행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수많은 음식들이 '저요! 저요!' 하면서 글쓴이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새롭게 연재될 '맛이 있는 풍경'에서는 애독자들을 새로운 맛과 풍경이 있는 음식세계로 이끌어들일 것이다. 기대하시라!

▲ 황태국은 속쓰림과 숙취해소에 그만이다
ⓒ 이종찬

덧붙이는 글 | ※ 그동안 독자 여러분의 수많은 사랑을 받았던 <음식사냥 맛사냥>은 이번 회로 끝을 냅니다. 이어 20일(월)부터 새로운 음식연재 <맛이 있는 풍경>을 선보입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더 큰 사랑과 따가운 채찍질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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