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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재래시장의 상권이 위축된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형 마트들이 생겨나면서부터 '정'으로 운영된다던 재래시장은 계속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충북 청주는 타지역의 재래시장과는 달리 전통 재래시장과 번화가를 합쳐놓는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성안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길은 육거리시장과 성안길 번화가를 합쳐놓은 길로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쇼핑도 하고 문화생활도 하기 위해 찾고 있다.

▲ 청주 육거리시장 입구
ⓒ 최상진
청주 한복판, 가장 오래된 육거리시장

육거리시장은 청주 한복판에 있는데 시장 초입이 육거리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육거리 시장이라고 부른다. 이곳은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으로도 유명하다.

시장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밭에서 직접 농사지은 마늘이며 고추, 상추 등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나란히 앉아 지나가는 손님들을 부르고 있었다. 고추를 하나라도 더 넣으려고 애쓰는 손님과 이 정도면 충분히 에누리했다고 말하는 상인의 실랑이가 지나가던 사람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 재래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인심 좋은 아주머니들
ⓒ 최상진
시장 안에는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가득했다. 산더미같이 마늘을 쌓아놓은 장면부터 길거리 리어카에서 생선을 파는 아주머니, 만 원짜리 시장표 족발, 파자마, 토마토나 자두 등 직접 농사지은 과일까지 말 그대로 없는 것이 없었다. 시장을 돌아다니는 동안 십수 년 전, 엄마와 손잡고 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시장통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먹을거리는 사라지고 옷, 신발 등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옷가게들 사이로 쌀이나 조, 피 등을 파는 할머니들과 과일을 파는 상인들이 서로 어우러져 있다.

옷가게 사이를 두리번거리면서 다니던 중 나는 40대 이상의 옷과 신발을 판매한다는 한 상인을 만났다. 재래시장의 위기를 인식하고 있다는 그는 "그래도 다른 시장은 죽어가고만 있는데 우리는 젊은이들이 찾는 번화가와 적절히 공생해 그렇게 큰 위기는 없다"고 말했다.

육거리시장에서 출발해 30분쯤 걸었을까? 육거리시장과 성안길을 분리한다고 알려진 한 차도에 다다랐다.

성안길에 대기업 백화점 들어선다고 상인들 술렁

성안길은 청주에서 가장 큰 번화가다. 10대와 20대라는 주 연령층을 반영하듯 이곳에는 젊은이들을 겨냥한 상점들과 대형 쇼핑몰, 영화관이 자리 잡고 있다. 또 거리 사이마다 화장품 가게, 액세서리 가게들이 많아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 근 십년만에 리어카에서 생선파는 상인을 만났다.
ⓒ 최상진
최근 성안길이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영화 <짝패>의 촬영지로 청주 곳곳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이 영화에서 성안길은 류승완, 정두홍 두 배우가 야구선수, 고교일진, 힙합청년 등 200대 2의 싸움을 하는 신에서 등장했다. 아마도 육거리까지 곧게 이어진 길의 지형적 특성과 다른 번화가들과는 달리 밤에 사람이 더 없다는 인위적 특성이 많이 작용했을 것 같다.

최근 성안길은 다른 번화가들이 겪고 있는 투쟁을 시작했다. 대기업의 백화점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투쟁이다. 성안길에서 2년째 액세서리를 팔고 있다는 김모씨는 "대기업 백화점이 들어서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성안길의 중소 상권은 모두 사라져버리는 것 아니냐"며 "성안길뿐만 아니라 육거리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님 윤자영(21)씨는 "청주에서 가장 큰 번화가는 성안길이기 때문에 백화점이 들어온다고 해서 상권의 큰 타격을 입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 성안길은 청주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번화가다.
ⓒ 최상진
성안길 상권에 대해 인터뷰를 마칠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재빨리 비를 피해 찾은 곳은 길거리 떡볶이집. 성안길 내에는 4~5곳의 떡볶이집이 있는데 모두 각각의 개성이 있다.

눈물 나게 매운 집, 여러 어묵을 더해주는 집, 할머니가 해주는 고유의 맛이 남아있는 집 등. 오늘은 여러 어묵을 더해주는 집에서 떡볶이를 먹기로 했다. 2천 원짜리 떡볶이를 해치우며 호호와 쓰~읍을 외쳐대는 동안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멎었다.

시장과 번화가를 잇는 행사나 정책이 필요해

성안길과 육거리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아쉬웠던 점은 서로 연계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육거리와 성안길을 나누어 들어가면 10~20대, 30~40대, 50~60대의 공간이 나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 짝패의 200대 2 액션 씬도 성안길에서 촬영했다
ⓒ CJ엔터테인먼트
시장과 번화가 사이를 연결하는 길도 하나밖에 없고 그마저 차도로 갈라져 있다. 이 때문에 시장과 번화가가 분리된 듯한 느낌을 주어 학생들은 시장 쪽으로 가지 않고, 시장 손님들은 굳이 번화가를 구경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시장과 번화가를 잇는 문화행사나 교류정책이 생긴다면 좀 달라질 수 있을 텐데.

앞으로 백화점이 들어서고 상권이 변화하면 육거리시장과 성안길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먹고 먹히는 상권전쟁 속의 다른 지역들의 시장, 번화가와는 달리 서로 공존해 온 이곳의 공생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 대형 백화점의 입점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성안길 한가운데에 걸려있다.
ⓒ 최상진

덧붙이는 글 | 최상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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