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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헌앞에 있는 큰 노거수 그리고 기다란 의자
ⓒ 서정일
관광버스에서 내린 40~50대로 보이는 30여명의 관람객이 동문에서부터 시작된 큰 길을 따라 바삐 걷는다. 그러더니 동헌을 지나 길 중간쯤에 있는 <대장금> 촬영장으로 가는 골목으로 순식간에 우르르 몰려간다. 그리고 남문이 있는 성곽 위를 걷는가 싶더니 다시 버스를 타고 시야에서 사라진다.

정확히 38분, 따라가 무엇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냐고 묻고도 싶지만 그들에게서 나올 법한 말은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 "시간이 없어서요" "뭐 볼 것이 있나요?" 구차스럽게 애걸하듯 손목을 끄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쯤 잡고 싶어지는 그들의 바짓가랑이.

'낙안읍성에 와서는 잠깐 여유를 가져도 좋습니다'

낙안읍성은 시골이다. 때론 너무 한가하고 조용해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하며 자그마한 풀벌레 소리가 눈을 감고 있으면 온천지에 울려 퍼져 오페라의 아리아처럼 들리곤 한다. 하지만 이렇듯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순식간에 왔다가는 관람객들에겐 결코 들려주지 않는 소리.

사실 바삐 움직이는 게 습관화 되어 있는 도심인들에겐 황소걸음처럼 천천히 흘러 다니는 모든 것들이 답답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똑딱' 이 아닌 '또옥딱' 하고 지나가는 시계의 초침은 일상에서는 보기 힘든 낙안읍성만의 볼거리이며 느낌. 그런 소중한 것들을 가슴에 담아가지 못하는 관람객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동문을 통과해서 행길가에 있지만 조용하고 느낌이 있는 세심정
ⓒ 서정일
이런 소중한 경험을 놓치고 가는 일이 없도록 여기 여행팁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거창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복잡스러운 것도 아니다. 단지,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에 한 번쯤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먼저 입구인 동문을 통과해서 서문으로 향하는 길목, 동헌 앞에 있는 커다란 노거수 밑의 기다란 의자에 앉아본다. 낙안읍성의 중심이며 시원스럽게 시야가 뚫려있는 곳이다. 햇볕을 충분히 가려주는 초록색의 나뭇잎들은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내고 풀벌레 소리가 가장 우렁찬 곳이다. 한가함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

두 번째는 조금 더 서문으로 걸어가다 왼편으로 장승이 서 있는 길이 나오는데 그길로 들어서면 세심정이라 쓰인 자그마한 정자 하나가 있다. 길가에 있지만 나무에 둘러싸여 조용하고 신발을 벗고 올라서면 뭉게구름이 떠 있는 하늘 그곳을 자유스럽게 날아다니는 잠자리 등과 마주할 수 있다.

▲ 매표소 밖에 있어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좋은 자그마한 정자
ⓒ 서정일
마지막으로 입구이자 출구인 동문을 나서면 우측으로 또 하나의 자그마한 정자가 있다. 관람을 모두 끝내고 마무리하는 곳으로는 제격이다. 혹자는 그런 곳에서 쉰다고 달라질 게 뭐 있을까 하고 의구심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그런 분들은 한 번 실천해 보길 권한다.

'자연이 품으로 들어오고 고향이 생각나며 부모님이 떠오르며 어릴 적 모습으로 돌아간다.'

좀 더 여유롭고 좀 더 느긋하게 만나는 낙안읍성, 곱절의 느낌을 전해 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낙안읍성 http://www.nag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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