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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안읍성 북쪽 성곽, 가로 세로 각 15센티 정도의 구멍이 성곽 안쪽과 바깥쪽을 직선으로 관통하고 있다. 붉은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문제의 구멍이다.
ⓒ 서정일
“낙안읍성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고개를 살래살래 젓는다. 관람객들은 물론이며 지역민들 또한 반응은 똑 같다. 소개하는 책자 어디에도 그런 것에 관해서 언급이 없고 1400여 미터의 성곽 중에서 겨우 15센티 남짓한 다람쥐 소굴 같은 구멍을 찾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이기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아는 바와 같이 낙안읍성은 초기에 흙으로 쌓아올린 토성이었다. 그러다 400여 년 전부터 지금과 같은 모양새로 돌로 쌓아 올린 석성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니 많은 부분이 비바람에 훼손되기도 하고 논밭의 축대를 쌓거나 주춧돌로 사용하기 위해 성곽을 허물어버려 복원을 시작할 당시엔 상당부분이 원형의 모습을 잃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복원할 때 잘 못한 것 아닐까요?" 하지만 여기 구멍이 뚫려있는 성곽 북쪽은 거의 원형에 가깝게 남아있던 유일한 곳이었기에 복원상의 오류로 인해 생긴 구멍이지 않을까 라는 해석은 있을 수 없다. 분명 석성을 쌓을 때부터 생긴 것이며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일부러 구멍을 내 놓았다고 풀이할 수밖에 없는 구조.

▲ 구멍은 사각형으로 입구는 어른 한뼘보다는 작다. 하지만 주먹이 들어갈 정도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직선으로 관통되어 있어 자세히 보면 바깥 풍경이 보인다.
ⓒ 서정일
"통신구로 해석하고 있습니다만 정확한 표현은 보류하고 있습니다." 성곽 전문가 손영식 박사와의 통화에서 손 박사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설명을 했다. 낙안읍성만의 특이한 현상이기에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가칭 통신구로 보고 있는 자그마한 다람쥐 소굴 같은 구멍, 도대체 정체는 뭘까?

먼저 구멍이 있는 북쪽성곽의 구조를 살펴보면 적이 성곽을 타고 넘어 올 수 없도록 밖에서는 약 3미터 정도의 높이, 안에서는 계단을 이용하여 신속하게 성곽에 오를 수 있도록 약 1.8미터정도다. 전반적으로 성곽내부의 지표면은 성곽 밖 보다 높게 되어있다.

구멍의 모양은 사각형으로 가로 세로가 각각 15-6센티 정도, 성곽의 안쪽과 바깥쪽을 직선으로 관통하고 있고 길이는 약 2.5미터정도 된다. 정교하게 일직선으로 만들어졌고 돌을 쌓아놓은 형태로 봐서도 "자연적으로 생긴 게 아닐까요?"라는 질문 또한 일축하고 있다.

안쪽 사람은 무릎을 꿇고 앉아 구멍에 대고 소리를 내면 바깥사람은 편안한 자세로 서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서찰을 전해줬다고 해도 긴 막대로 밀어주면 서로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즉, 높이는 안에서는 지표면에서 50여센티미터 정도, 밖에서는 1.5미터정도. 소리로 내용을 전달하거나 서신으로 왕래하거나 모두 무리가 없어 보여 충분히 통신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 자연적으로 생겼다거나 더구나 보수 과정에서의 구멍으로는 보기 힘들다. 자세히 살펴보면 입구에서 부터 납작한 돌로 사각형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반대편 출구도 역시 정확히 사각형의 모습이다.
ⓒ 서정일
"혹시 현안이라는 것은 아닐까요?" 내부에서 외부의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일종의 암문형태의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밖의 풍경을 본다고 하기엔 너무나 작아 충분하게 시야를 확보하기 힘든 구조이기에 설득력은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 용도가 어찌되었든 낙안읍성 성곽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연구해 봐야 할 가치 있고 재미난 것임엔 틀림없다.

덧붙이는 글 | 일명 통신구로 불리는 작은 구멍은 낙안읍성 성곽 북쪽 가설무대 뒤편에 노거수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성곽내부 지표면에서 50여센티 높이에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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