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송곳봉과 코끼리 바위
ⓒ 이종원
고등학교 때 저는 지리 선생님을 참 좋아했습니다. 전국 어느 곳에 대해 질문해도 막힘 없이 답변해주고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아주 재미있게 설명해주었거든요. 아마 저는 그 때부터 여행을 꿈꾸었는지 모릅니다.

"선생님. 가본 곳 중에 어디가 제일 좋습니까?"

전국 구석구석 다니신 분이 저의 난감한 질문에 고민할 줄 알았더니 선뜻 '울릉도'라는 답을 주네요. 어릴 때부터 가슴 속에 품었던 울릉도를 30대 후반이 돼서야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그토록 추천했는지 눈으로 보고서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울릉도 여행은 크게 3코스로 나눌 수 있지요. 육로관광과 해상관광 그리고 성인봉 등반입니다. 힘들게 찾아갔는데 일정을 넉넉하게 잡으셔야 합니다. 3개 중에 어느 하나라도 놓치면 후회할 수 있으니 최소한 2박3일 일정을 잡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독도박물관

▲ 독도박물관
ⓒ 이종원
항아리 모양처럼 움푹 들어간 도동항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약수공원을 방문합니다. 울릉도는 거의 산지이기 때문에 마을도 도심의 산동네처럼 경사가 급합니다. 그만큼 평지가 없다는 증거지요.

10여분 발품을 팔고 나면 땀이 목줄기를 타고 내려옵니다. 시원스레 흐르고 있는 약수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어요. 설악산의 오색약수나 주왕산의 달기 약수처럼 톡 쏘는 것이 마치 설탕 빠진 사이다 맛입니다. 철분과 미네랄이 가득 녹아 있기 때문이지요.

'유치환시비' '안용복장군 충혼비'를 둘러보고 독도박물관에 들어갑니다. 국내 유일의 영토박물관이며, 독도가 우리 땅임을 말해주는 지도와 전적이 가득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독도의 4계절을 보여주는 영상실은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날씨가 쾌청하면 박물관 옆에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십시오. 92km 떨어진 독도가 아스라이 보입니다.

해안 드라이브 코스-육로관광 (4시간 소요)

자동차로 달리면 육지 도로와는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360도 회전하는 나선식 고가도로가 있고 신호등 달린 터널에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듭니다. 나선식 고가도로 아이디어를 낸 공무원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까지 했다고 합니다. 척박한 환경의 극복이야말로 오늘의 아름다움을 일구어냈습니다.

울릉도 해안도로를 보면 인간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절벽을 타고 돌을 뚫어 만들었거든요. 국내 최고의 건설비(1미터당 193만원)가 드는 것이 이해가 갑니다. 40년 공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완전한 일주도로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고사리, 더덕, 취나물, 부지깽이 밭이 급계단을 이루고 있는 것도 신기하지요. 한 평의 땅도 놀리지 않고 밭을 일구는 농민들의 모습을 보고 고마움을 느낍니다. 울릉도 어느 식당을 가도 고소한 나물 반찬을 만나는 것은 이들의 노력이 아닐까요?

한적하게 자리잡은 몽돌해수욕장에서는 파도가 칠 때마다 "쏴-쏴-" 자연의 소리로 화답합니다. 벼랑 끝에 아스라이 걸쳐 있는 기암괴석에서 뿌리내린 향나무를 보노라면 온갖 세파에도 지조를 지킨 우리네 선비처럼 보인답니다.

그러나 삶의 질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따라오지 못합니다. 교육문제 때문에 섬을 떠난 사람이 늘고 있고 곳곳에 폐교가 있어 가슴 아프게 합니다. 의료시설이 변변치 않아 조금이라도 병에 걸리면 낭패지요. 예전엔 맹장 때문에 죽은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 성하신당
ⓒ 이종원
한때 군청 소재지였던 태하항에는 울릉도 수호신 동남동녀를 모신 '성하신당'이 있답니다. 새 선박의 진수를 할 때 꼭 이곳에 제사를 지내 무사안전과 풍어를 기원합니다. 사당 안에는 비단옷, 이불, 양초 등 신혼방처럼 꾸며져 있으며 어린 남자와 여자를 수호신으로 모시고 있어 섬사람의 순박함을 엿봅니다.

구불구불한 현포령을 넘으면 거대한 선풍기인 풍력발전소 나옵니다. 바람으로 전기를 만든 것이 참 신기합니다.

▲ 송곳봉과 호국약사여래불
ⓒ 이종원
현포항을 지나면 하늘로 치솟은 바위를 볼 수 있는데 바로 '송곳봉'이랍니다. 울릉도에서 모든 기가 이곳에 집결하는 곳이랍니다. 그 곳에 커다란 돌부처가 앉아 있는데 독도를 바라보고 있답니다. 그 앞에 '추산일가'(054-791-7788)라는 그림 같은 집이 있지요. 이곳에서 산채비빔밥을 먹으며 일몰을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지요. 군데군데 풍혈이 있는데 바위 속에서 차가운 바람이 붑니다. 천연 에어콘인 셈이지요.

나리분지와 성인봉

▲ 나리분지에 있는 투막집
ⓒ 이종원
천부항에서 버스로 나리분지 오르는 길이 수월치만은 않습니다. '강원도 기사는 저리 가라'라는 말이 틀리지는 않습니다.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다 보면 어느덧 고개가 나오고 그걸 넘으면 드넓은 평야가 나온답니다. 이 산중에 이런 분지를 보는 것이 마냥 신기합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화구에서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합니다. 너와집과 투막집이 잘 보존되어 있어 선인들의 생활상을 살짝 엿보고 왔습니다.

성인봉

▲ 성인봉 원시림
ⓒ 이종원
울릉도에서 성인봉에 오르지 않는다면 울릉도 반을 놓친 거나 마찬가지랍니다. 나리분지에서 2시간 정도 등반을 하면 성인봉 정상에 오를 수 있고 다시 2시간 정도 하산하면 도동항에 닿을 수 있지요. 날이 맑으면 섬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됩니다. 그 행운을 얻으려면 평소에 덕을 많이 쌓으십시오. 저는 덕이 없는지라 보지 못했습니다. 등반하면서 만나게 되는 천연기념물 울릉국화와 섬백리향 군락지가 가슴 설레게 만들지요.

오르면 오를수록 울창한 원시림에 그만 넋이 빠집니다. 천연 고사리 밭 사이에 비바람을 이겨낸 고목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답니다. 울릉도의 참 맛은 바로 이 원시림에 있답니다. 울릉도가 물 걱정을 하지 않을 정도로 수량이 풍부하고 태풍에 산사태가 나지 않는 이유는 이 숲에서 찾을 수 있지요.

해상관광(2시간 소요)

▲ 도동항 갈매기
ⓒ 이종원
우선 배를 탈 때는 우측에 자리잡아야 기암 절벽을 관찰할 수 있지요. 한번의 선택이 해상관광의 묘미를 좌우합니다. 출발부터 갈매기들이 환송을 나옵니다. 새우깡 하나에 온갖 묘기를 다 부립니다. 통구미를 지나면 기암괴석이 연출한 비경에 탄성을 자아냅니다.

▲ 사자암
ⓒ 이종원
사자바위, 거북바위, 용바위, 국수바위, 곰바위, 만물상을 보고 무릎을 칩니다. 그러나 그것은 앞으로 나올 비경의 전주곡에 불과 합니다. 태하 황토굴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나면 그 유명한 '대풍령 낚시터'가 나옵니다. 기암괴석에 몸을 의지한 채 강태공이 되는 겁니다. 이곳의 일몰이 참 멋지다는데… 꼭 보길 바랍니다.

울릉도 절경 중에 하나인 '코끼리 바위'가 바다에 두둥실 떠 있습니다. 돌을 차곡차곡 쪼개어 놓은 듯 일정한 배열로 이루어져 있어 실재 코끼리의 피부처럼 보인답니다. 이런 비경은 만들어준 절대자에게 감사드릴 뿐입니다.

▲ 삼선암
ⓒ 이종원
그 뒤에 나타난 상선암은 세 선녀가 하늘로 올라갈 시간을 놓쳐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서 바위로 변했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습니다. 울릉도 제 1의 절경답게 탐승객의 넋을 빼어 놓습니다. 관음도, 죽도, 저동항을 거치면 출발지인 도동항에 도착합니다.

행남 해안산책로 (2km: 1시간 소요)

▲ 행남 해안 산책로
ⓒ 이종원
도동 선착장을 따라가면 기암괴석이 사이로 산책로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은은한 조명빛이 바다를 비추고 있어 저녁나절 거니는 것이 운치가 있지요. 해안선을 따라 바위벽을 따라가면 해안초소가 나옵니다. 이 곳에서 대숲을 지나 산자락을 타면 하얀 등대가 나온다. 등대지기에게 인사를 하면 한아름 미소를 보내줍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없이 인간내음이 묻어나지요. 바다를 바라보며 '등대지기'란 노래를 불러보세요. 센티멘탈한 기분이 들 겁니다.

오징어배가 내뿜는 불빛이 너울너울 춤추고 있고, 아늑한 저동항이 삶의 체온을 느끼게 합니다. 중간에 해변 카페가 있는데 커피 음미하던지 오징어 회를 시켜놓고 비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습니다. 산책로마다 낚시꾼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저동항에는 낚시대를 빌려주는 가게가 있다.

"많이 잡혀요?"
"물 반 고기 반입니다."

먹거리

싱싱한 울릉도 오징어(4마리 1만원)는 싱싱하고 굵직합니다. 육지에서 먹는 맛과는 비교할 수 없이 달고 고소하지요. 소주 한잔에 들이키면 "캬-" 소리가 절로 납니다. 이밖에 약초를 먹인 한우를 숯불에 구워내는 약소불고기(1인분 1만3천원)도 일품입니다. 상추쌈 대신 울릉도 특산인 명이나물에 싸먹으면 은은한 맛이 입안 가득 남아 있지요.

울릉도 홍합에 채소를 넣고 김을 뿌려 양념간장에 비며 먹는 홍합밥(1만원)도 울릉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별미랍니다. 그러나 울릉도는 물가가 육지보다 비싸니 웬만하면 배를 탈 때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울릉도 여행메모

1)배편

포항에서 오전 10시 출발 3시간 소요 4만9천원
묵호에서 오전 10시 30분 출발 2시간 20분소요 4만2천원
포항여객선터미널 054-242-5111
묵호여객선터미널 033-531-5891
울릉여객선터미널 054-791-0803

2) 육로관광

버스 1인당 1만5천원
택시 1대 8만-10만원
*문의: 울릉관광(http://ulleungtour.co.kr) 054-791-0066

3)쾌속 유람선 일주관광

1인당 : 1만3천원
*문의: 유람선 협회: 054-791-4468

숙박업소는 도동항 근처에 많다. (온돌방 3만원/침대방 4만원)
/ 이종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