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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
ⓒ 극단 파티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박성현 작, 이성열 연출, 극단 파티)라는 독특한 이름의 작품이 대학로 학전 블루 소극장에서 공연중이다. 이 작품은 작년 김동현의 연출로 공연된 적이 있으며 시체로 발견 된 405호 아줌마의 죽음과 죽음에 관계된 주변 이웃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 사이의 관계와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작품은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처럼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 극이 끝나기 때문에 기존의 극적구조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거북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썩어서 시체로 발견된 그래서 미궁으로 빠진 사건을 다루고 있다보니 섬뜩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복잡한 이야기 구조와 상징들로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 작품을 연출가 이성열의 세련된 연출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8월 7일, 공연장이 한창인 대학로 학전 블루소극장에서 이성열 연출을 만나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연출가 이성열
ⓒ 한상언
-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제목이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인데 405호 아줌마는 안나온다. 405호 아줌마는 극중에서 죽은지 석 달만에 시체로 발견된다. 이 극은 그 위층에 사는 505호 부부와 아래층에 사는 305호 상준이 엄마, 그리고 건너편 동에 사는 107동 505호에 사는 사진작가 이 세 그룹이 405호 아줌마의 자살 사건을 두고 이리 저리 얽히고 설키며 진행된다.

사진작가는 405호 아줌마를 짝사랑했던 것 같고, 그래서 매일 훔쳐보고 사진도 찍고 그랬던 사람이다. 위층에 사는 부부 중 남편은 언젠가 한번 술에 취해서 405호 집에 들어가 잠을 잔 적이 있고, 상준이 엄마는 아이를 잃어 버렸는데 405호 아줌마가 자기 아이를 훔쳐갔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식의 사건이 얽히면서 극이 전개된다. 나중에 결국 누가 어떻게 해서 405호 아줌마를 죽였는지 아니면 자살을 했는지 알 수 없다. 미궁에 빠진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은 미스테리한 구성으로 되어 있긴 하지만 실제적으로 405호 아줌마의 죽음에 의문을 푸는 것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을 통해서 이 부부가 가지고 있는 서로에 대한 욕망, 불신, 감추어 졌던 치부 이런 것들을 들어내 보이고 사진 작가를 통해서는 은밀하게 남의 삶을 훔쳐보고 싶은 욕망들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갖가지 욕망들이 가지가지 무늿결을 이루면서 서로 지그재그 교차하여 사람들의 은밀한 욕망과 은밀할수록 가까워질 수 있는 공범자적인 이상한 이웃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부부의 공간인 505호는 시간이 순행하는데 비해 107동 사진작가의 공간은 시간이 역행한다.
"이 극의 구성은 원작자가 써놓은 그대로 전개되고 있다. 505호 지호네 집에서는 시간이 봄에서 가을로 진행이 되고 건너편 동에 사는 사진작가의 집에서는 가을에서 봄으로 거꾸로 전개된다. 그래서 극을 보고 있으면 하나는 시간이 자연적인 정순(正巡)의 시간대로 또 다른 공간에서는 자연적인 것에 반대되는 역순의 구조로 시간이 전개된다. 또한 그것이 교차 편집되어 정순 한번 쭉 흐르고 역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정순이었다가 역순이었다가 또 다시 정순이었다가 역순이었다 이런 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시간의 교차편집은 과거에서 현재로 오는 그러한 기억과 또 미래에서 과거로 가는 기억, 방향성이 서로 다른 두 시간대의 기억이 서로 맞부딪히면서 서로를 상쇄하기도 하고 서로를 망각시키기도 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감췄던 것을 드러내기도 한다. 미묘한 시간의 숨겨진 의미망이랄까? 숨겨진 틈바구니랄까? 그런 것들을 들추기 위한 구성이다."

▲ 연출가 이성열
ⓒ 한상언
- 아파트라는 공간이 주는 상징, 사진을 통한 인간 관계의 상징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아파트라는 것이 흔히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주부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게 밀폐되어있어 사생활이 보호되고, 또 여러 가지 경계망에 의해서 안전지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대를 보면 아시겠지만 무대를 다 비웠다. 벽이 없다. 아파트라는 것이 사실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밀폐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오픈 되어 있고 안전하지 않고 어느 날 어느 사람에 의해서 침입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이 극에선 아파트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사진이라는 기재는 여기서 일종의 타인과의 관계맺음의 또 다른 방식으로 쓰여지고 있다. 예를 들어서 사진 작가는 약간 콤플렉스가 있는 인물로 그려져 있다. 다른 사람과 직접적으로 만나지 못하고 항상 사진기를 통해서만 만난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에 대해서 항상 사진을 통해서만 카메라의 눈을 통해서만 들여다본다. 또 여기 진수와 지호, 그러니까 사진사와 남편이 만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이 두 사람도 서로 멀쩡히 대화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서로 카메라를 들이댄다. 서로가 이웃이 될 것처럼 하다 타인이 될 수밖에 없는 장면들을 사진기를 통해서 형상화하고 있다. 한마디로 카메라는 전도된, 도착된 관계 맺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작년 9월 초연이후 다시 공연하게되었다. 이 작품을 공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작년에는 연출가와 배우가 지금과 달랐다. 이번에 완전히 새로 만들게 된 것이다. '하나의 텍스트가 만드는 사람이 달라짐으로서 어떻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가' 이 작품을 통해서 시험적으로 해 볼 수 있었다.

작년에 연출했던 분이나 저나 작가나 다 같은 극단 파티의 동인들이다. 그래서 저희들은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다르게 확인해 보자 해서 그 중의 한 명인 제가 연출을 맡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배우들도 다 바뀌게 되고 무대도 바뀌고 그래서 거의 다 새롭게 만들게 된 샘이다."

- 작년 공연과 비교해서 가장 달라진 것이 무대인 것 같다.
"작년에는 모던한 사실적인 아파트의 거실, 삼면이 벽으로 가로막힌 그런 아파트로 실내를 그려냈는데 이번 무대는 벽이 없어서 누구나 들여다 볼 수 있고 누구나 침입하기 쉬운 그런 오픈된, 그래서 개방적인 것 같지만 무대가 각이 많이 져 있어서 위태위태한 떨어질 것 같은 공간으로 표현했다. 이런 식으로 표현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한 무대이다. 한마디로 심리적인 것을 표면화시킨 무대라 할 수 있다.

극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상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중요한 관계맺음이나 사건의 발견이나 심리적인 전개에 있어서는 표현적인 요소를 많이 쓰고 있다. 조명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여기서 표현적이라고 하는 것은 심리적인 것을 외면화해서 시각적이거나 청각적으로 표출한 과정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이 무대에 의해서 유발되어 졌다고 할 수 있다."

▲ 연출가 이성열
ⓒ 한상언
- 배우의 구성이 재미있다. 서로 다른 다섯 극단의 대표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외인구단이다. 극단 파티는 현재 연출, 작가, 디자이너 이런 사람들이 동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직 배우들이 동인으로 없다. 그러다 보니 어차피 외부배우를 초청해서 같이 작업 할 수밖에 없다. 뭐 딱히 일부러 다섯 개의 극단의 대표주자를 뽑은 것은 아니고. 뽑아놓고 보니까 각기 다른 극단을 배경으로 한 배우들이 모였다. 그래서 그런지 서로 개성도 틀리고 연기 스타일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모아놓으니까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하고 재미있다. 술을 많이 먹다보니까 하나가 되서 탕 끓이듯이 국물맛이 나는 것 같다."

- 극단 파티에 거는 연극인들의 기대가 크다. 극단 파티에 대해 소개해 달라.
사실 거슬러 올라가면 97년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97년도에 지금 있는 동인들이 당시 작은 파티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하고 <키스>라는 작품을 올렸다. 그런데 <키스>가 반응이 좋아서 3년째 매년 올렸다. 문예회관에서도 하고 예술의 전당에서도 하고. 그래서 평론가 협회서 주는 상도 받기도 했다.

그때쯤 벌써 극단으로 발돋음을 했어야 하는데 마침 동인들이 유학을 가고, 지방에 교수로 가고 누구는 학교에 다시 들어가기도 하고. 서로 흩어져 있다 보니까 활동을 못하고. 3~4년 지나서 지방에 갔던 사람이 서울로 올라오고 물 건너간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학교도 졸업하고. 그래서 다시 모여서 이제 다시 해보자 해서 작은파티에서 작은을 빼고 파티라고 해서 잔치한판 크게 벌이려고 한다.

이 작품은 창단 공연이 아니다. 작년에 이 작품을 작은파티라는 이름으로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창단 준비공연같은 성격을 띄고 있고. 가을에 <405호>의 작가 박상현씨가 연출가이기도 한데 <두려워하지 않는 자>를 번안 연출해서 예술의 전당에서 한다. 그게 창단 공연이 될 것 같다. 많이 보러 오십시오."

-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를 여름 레파토리화 하면 좋을 것 같다.
"좋다. 이거 약간 공포적인 요소가 있다. 야한 요소도 있고. 여름에 하기에 좋다. 겨울에 하기 보다. 지금이 아주 좋다."

- 성공적인 공연 축하드리며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시간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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