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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5명의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중소기업분야 신지식인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KAT시스템 국오선(40) 사장은 S/W업계에서도 괴짜중의 괴짜다. 길게 딴 꽁지머리에 생활한복만을 고집해 흡사 도인의 인상을 풍기는 그는 공고 출신이면서 공인회계사 자격을 딴 데 이어 S/W벤처기업을 설립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12월 21일 찾은 KAT시스템은 벤처기업들이 몰려있는 테헤란밸리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구로공단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그가 굳이 공단 부근에 뿌리를 내린 이유가 궁금했다.

"고객 50% 이상이 제조업체들인데 그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당연하죠. 애초 벤처기업들을 모두 이곳으로 오게 만들어 구로를 벤처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요즘엔 정말 구로밸리를 만든다는 얘기도 들리네요."

"우린 벤처기업이 아닌데요"

중소기업용 회계관리 프로그램 개발을 계기로 벤처인의 길에 들어선 국오선 사장은 중소기업을 위한 한국형 ERP시스템을 개발해 2,500여개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평범한 공인회계사에 머물기 싫어 S/W벤처기업을 창업했다는 국오선 사장의 독특한 벤처인생과 ERP업계 유망업체 대표로서의 포부를 들어봤다.

"우린 벤처기업이 아니에요. 벤처기업 인증도 S/W신기술로 받았고요. 뚜렷한 수익모델 없이 벤처캐피탈에서 투자 받은 테헤란밸리 기업들이 진짜 벤처기업이죠."

잠시 혼동이 생겼지만 이어지는 말에서 '고위험 고수익'의 특성을 지닌 벤처기업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말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요즘엔 벤처기업의 원래 의미가 변질된 것 같아요. 유망중소기업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말이죠. 우리는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갖추고 있어 망할 확률이 없기 때문에 벤처기업이라고 볼 수도 없는 거죠."

공고 출신 공인회계사, 벤처에 도전

국오선(39) 사장은 지난 11월 중소기업분야 신지식인에 선정된 뒤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그가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데에는 KAT시스템이 지닌 기술력 외에도 그의 독특한 이력과 평범하지 않은 겉모습도 한 몫 했다.

그는 공고 출신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고등고시만큼이나 합격하기 어렵다는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했다. 여기까지도 순탄하지 않은 길이었음에도 그는 그 곳에 머물지 않고 S/W개발사업에까지 뛰어들었다.

"우리나라에 회계사가 3천여명이나 돼요. 이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전체 평균보다는 높아야 하는데 전 지식능력은 몰라도 인적 네트워크가 취약해요. 1등할 자신이 없을 바에야 다른 회계사들이 할 수 없으면서 공고출신인 제 장점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컴퓨터 S/W개발이었던 거죠."

같은 ERP업체인 더존디지털웨어 김택진 사장이나 아이비즈넷 박병진 사장 역시 공인회계사 출신 벤처 CEO들이다. 하지만 회계사의 마인드로 강한 추진력이 필요한 벤처기업 경영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상적인 회계사라면 벤처기업 못했겠죠. 회계사들은 늘 의심하게 훈련돼 있기 때문에 그 틀을 깨고 나와야 사업을 할 수 있죠."

꽁지머리에 생활한복, 튀는 사장님

하지만 그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우선 그의 외양부터 보통사람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생활한복을 일상복처럼 즐겨 입고 1년전 부터 기른 머리를 뒤로 묶고 다닌다. 하지만 그가 보통사람과 다른 외양을 갖게 된 사연은 의외로 단순하다.

"튀어야겠다, 평범하게 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또 비즈니스에 성공하기 위해선 보다 많이 기억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머리 묶는 건 5년 전부터 별러 왔는데 작년 8월이 돼서야 묶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얼굴이 시큰거렸는데 이젠 자연스럽네요."

그렇다면 생활한복은?
"거래업체가 결제대금 대신 생활한복 수십 벌을 보내와서 직원들에게 모두 나눠줬는데 아무도 안입고 다니는 거예요. 그게 수백만원짜린데 아깝잖아요. 그래서 저부터 솔선해서 입고 다닌게 이젠 일상복이 돼버렸죠."

그는 지난해 대전에서 서울까지 단독으로 도보여행을 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도 강릉-서울간 도보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이번 '고행길'은 개발패키지팀 직원 6명이 8일간의 전 일정을 함께 하고 나머지 직원들도 일부 구간에 참여하는 형태 등 사실상 KAT시스템 전직원이 동참한 대장정이 돼버렸다.

이처럼 일반적인 사장들의 권위적인 모습이나 형식에 치우친 모습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직원들에게 직원들 비영리기업 이사장, 'KAT 교주'로 불리기도 한다.

"토종 ERP의 자존심 지키겠다"

KAT시스템이 주력하고 있는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은 외산 제품과 국산 제품이 맞물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다. 한국ERP협회에 소속된 업체만 200여개. 이중 KAT시스템은 삼성SDS, 영림원, 한국하이네트, 더존디지털웨어 등 자체 개발한 솔루션을 갖고 있는 국내 업체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KAT시스템의 타깃은 패키지당 150~200만원대의 중소기업대상 저가제품. 하지만 국오선 사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12월초 ERP업계 최초로 ISO 9001 인증을 받은 것을 계기로 앞으로 제대로 된 한국형 ERP 패키지 개발해 중견, 대기업시장까지 진출하는 것이다.

여기엔 3년의 기간과 300억원 투자를 필요로 하는 만큼 KAT시스템 같은 중소기업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회사 유지에만 급급했던 국내 ERP업체들은 지금이라도 독자적인 제품을 만들어 외국제품과 경쟁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세계시장에서 경쟁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특히 지금까지 중견기업 이상만을 대상으로 시스템 공급했던 외국기업이 앞으로는 ASP사업을 통해 중소기업 분야까지 침투가 예상돼 가만히 앉아있다간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어요."

음성인식 ERP 개발에 도전

KAT시스템이 현재 개발중인 제품중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정통부 정보화촉진기금 10억원을 융자받아 개발중인 '음성인식 지능형 ERP'였다. IMT2000 상용화에 맞춰 모바일ERP와 함께 무선인터넷시대에 대비하겠다는 것인데 그 자신도 인정할 정도로 당장의 수익성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너무 앞서나간다고 그래요. 하지만 음성인식 ERP는 새로운 수익창출을 떠나 기존 ERP의 기능을 강화하고 활용 범위를 넓히는데 의미가 있죠. 수익성은 장담할 수 없지만 외국제품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ERP업체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회사명 변경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국오선 사장의 ERP사업에 대한 애착은 대단하다.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ERP 도입이 필요해요. 특히 대기업에 종속된 중소기업들은 저마다 다른 ERP시스템을 도입한 대기업의 요구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ERP도입이 어렵죠. 따라서 자료변환이 용이한 ERP 범용시스템을 만들어야 세계시장에도 경쟁력이 있어요."

국오선 사장은 자신의 회사에 대해 스스로 '매출 30억원짜리 3류 기업'이라고 '폄하'한다. 여기엔 지금까지는 마케팅 없이 업체들 사이의 입소문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업들이 주고객이기 때문에 B2C사업이나 소비재처럼 유행에 민감하지 않아 광고나 마케팅은 의미가 없었지만 올해 들어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코스닥 등록 계획도 세웠기 때문에 앞으로는 회사를 알리고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마케팅에도 주력할 생각입니다."


국오선 프로파일

홈페이지 : www.ohsunny.co.kr

1962년 1월 전남 담양 출생
1987년 2월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 졸업
1990년 9월 공인회계사 자격 취득
1990년 10월 산동회계법인 감사부/컨설팅 근무
1993년 7월 국오선세무회계사무소 설립
1994년 1월 KAT-PRO, KAT-ERP 개발
1997년 5월 (주)KAT시스템 설립
2000년 11월 중소기업분야 신지식인 선정(중기청)

KAT시스템(www.kat.co.kr)

설립일: 1997년 5월
자본금: 14억 8,300만원
직원수: 40명
주요사업: 재무관련 기업통합관리시스템 개발 및 구축
주소: 서울시 구로구 구로3동 1125-6 동해빌딩 7층
연락처: 02-866-7400
실적: 30억원(2000년 예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코스닥신문 12월28일자에 실린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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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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