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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방'은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존재하는 사회현상이다. 여기에 어떤 독특한 문화적 함의가 담겨져 있을까. 기자는 13일 저녁 7시경 송파구 송파동에 위치한 피시방, <마우스 헌트>의 공동대표 김우빈(35세)씨를 만났다.

- 언제 어떻게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가?
"98년 11월에 친구의 권유로 시작하였다. 당시 친구는 명동에서 피시 23대를 갖춘 사업장을 경영하고 있었다. 당시 이용료는 지금보다 높은 시간당 2000원대로 형성되어 있었음에도 사람들이 항상 줄서서 기다릴 정도로 대단한 호황이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몰렸다고 보는가?
"물론 네트워크 게임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크)'때문이다. 당시 피시방 이용률의 80-90%는 스타크가 점유하고 있었다."

-피시방 이용자들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나? 성별이나 나이는?
"남녀 비율이 6:4 정도 된다. 나이는 대부분이 20대 초반이다."

-증권투자나 채팅따위 같은 다른 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없나?
"물론 있지만 소수다. 절대 다수가 스타크 등의 게임을 한다. 물론 한때 '하늘사랑'따위의 채팅, '퀴즈퀴즈'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했지만 금방 시들해졌다."

-피시방을 어떻게 보나? 한편에서는 정보화 사회의 기초라고 하기도 하고, 청소년 탈선의 장소라고도 하는데.
"청소년 탈선은 거의 없다. 수시로 돌아다니며 청소년들이 음란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은 철저히 막는다. 성인들도 밤이 되거나 구석에서 볼 수 있도록 하지, 청소년이 있는 경우에는 음란 사이트를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 간혹 음란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담배피우는 것을 방치하는 피시방이 있다던데 정말 소수라고 생각한다."

-피시방을 일종의 문화상품으로 미국이나 해외에 수출하려하는 움직임이 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생각해볼 문제이다. (잠시 시간을 두고) 미국의 경우 그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의문이 든다. 피시방에는 일종의 '패거리'놀이 문화가 있다. 집에 전용망을 깔아놓은 사람도 집에서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 그 역시 친구들과 함께 피시방에 와서 스타크를 즐긴다. 피시방엔 친구가 있다. 스타크를 해보았으면 알겠지만 스타크를 하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간식을 먹기도 한다. 혼자 오는 사람들은 오래 게임을 하지 않고 금방 나가버린다. 스타크 이용자, 다시 말해 피시방 이용자의 대부분은 함께 몰려온 20대 초반의 성인들이다. 미국에서는 개인주의가 발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에게 피시방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그들이 집에 전용망을 가지고 있는데 무엇하러 피시방을 찾겠는가. 일본이면 또 모르지만 미국에서 피시방은 실패할 것 같다. 유럽은 잘 모르겠고."

-피시방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글쎄, 놀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할까. 이곳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주인은 음료수나 간식 따위도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피시방이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기에 사람들이 온다."

-앞으로 전망은 어떠한가?
"별로 낙관적이지 못하다. 앞서 말했지만 피시방은 스타크때문에 성공했다. 초창기에 스타크를 즐겼던 사람들은 이미 이 게임에 싫증을 느끼고 있다. '레인보우6'나 다른 게임들은 스타크를 압도하지 못한다. 잠깐 유행하다가 금방 시들해진다. 요즘 스타크를 하는 사람들은 초창기부터 즐겼던 사람들이 아니라 최근들어 배운 사람들이 많다. 스타크를 능가하는 게임을 기대할 뿐이다. 또한 '남 잘 되는 것 못보는 습성'도 한 몫 한다. 조금 잘되는 곳이면 어김없이 다른 피시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긴다. 게다가 서로 손님을 유치하려고 출혈경쟁을 하는 바람에 이용료도 1000원까지 떨어졌다. 적정가격은 1500원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한번 내린 가격은 다시 쉽게 올릴 수도 없다. 새로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막차'라고 충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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