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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옥(59)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7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열린다. 박 후보자가 대법관에 임명제청된 지 84일 만에 열리는 청문회다.

박 후보자는 지난 1987년 1월과 5월 박종철 고문치사-조작·은폐 사건(아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1·2차 수사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실수사 책임 논란'에 휘말렸다. 청문회도 박종철 사건 부실수사 논란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윗선' 수사 부실, 공범 인지 시점, 거짓해명 논란, CCTV 미수사...

박종철 사건 수사팀에 참여했던 박 후보자는 추가 고문경찰관(3명)의 존재를 알고도 재수사에 나서거나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하지 않았다. 5명의 경찰관이 박종철 열사의 사망 원인을 '심장 쇼크사'로 조작하는 데 개입한 '윗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당시 '관계기관대책회의'가 치안본부와 검찰 수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부분은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

검찰이 지난 1987년 1월 19일 치안본부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직후부터 부실수사가 예정돼 있었다는 의혹도 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국가기록원에 보관중인 기록물을 열람한 결과, 검찰 수사팀이 같은 날 작성한 문서에는 '피의자 상대 수사는 사건 송치 전 치안본부에서 완결되도록 수사 지휘', '흥분된 매스컴의 보도 열기를 가라앉히는 조용한 수사 마무리' 등의 수사지휘 내용이 적시돼 있다. 이는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기도 전에 경찰에서 수사한 대로 사건을 마무리하려RH 했음을 보여준다. 

박 후보자가 추가 고문경찰관의 존재를 처음 인지한 시점도 쟁점이다. 그는 대법관에 임명제청된 이후 줄곧 "3월 초에 안상수 검사를 통해 알았다"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강진규 경사는 지난 1987년 5월 20일 피의자 신문에서 "전(1차수사 때)에 검사님(박상옥)이 다른 직원들이 가담되었는지 여부를 집요하게 물어보았다"고 말했고, 항소심 공판에서도 "(박상옥 검사가) '반금곤이 주범인데 왜 강진규가 주범자로 되어 있느냐?'고 추궁했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그가 1차 수사 때부터 추가 고문경찰관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후보자의 '거짓 해명'도 논란거리다. 그는 대법관에 임명제청된 직후에는 1차 수사 직후 여주지청으로 발령난 사실을 들어 "이후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잘 모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 따르면, 그는  1차 수사가 끝난 이후 재수사(2차 수사)에 투입될 것을 알고 있었고, 안상수(현 창원시장) 당시 검사에게 추가 수사 여부 등을 문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1차 수사에 참여한 검사로서 여주지청에 발령난 이후에도 수사팀과 연락하며 수사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검찰은 공범 여부와 사건 조작·은폐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대공분실 CCTV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 의원에 따르면, 조한경 경위가 지난 1987년 1월 23일 피의자 신문에서 "CCTV가 작동한다"고 진술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원택 5과 2계장과 유정방 5과장이 "CCTV가 고장났다", "노후돼 사용 안한다"라고 진술한 뒤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박 후보자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재단비리 문제로 물러난 손종국 전 경기대 총장의 친누나인 손아무개씨가 경기대 이사회 정이사에 선임되는 것을 방조했다는 의혹도 있다. 전해철 새정치연합 의원 쪽은 "박 후보자가 당시 정이사 추천권 제외 조항이 포함된 '사분위 정상화 심의원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결국 손씨의 정이사 선임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 포기 서약' 요구도 거부해 '부와 명예와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그를 향해 야당 청문위원들의 공격적인 질의가 예상된다. 

한편, 검찰은 1·2차 수사기록 공개를 거부해 가장 중요한 부분의 검증을 어렵게 만들었다. 박종철 열사의 유가족이 세 차례에 걸쳐 수사기록 공개를 신청했지만 검찰은 공판조서 등 극히 일부만 제공했다. 그런 가운데 법무부가 청문회 전날인 6일 제한된 수사-공판기록 열람을 허용했지만 야당 청문위원들은 "물리적 검토 시간조차 확보되지 않은 형식적인 열람으로는 정상적 청문회 진행이 어렵다"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 후보자 "사건의 진상을 알고도 축소하거나 은폐한 적 없다"

박 후보자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수사에 임하는 동안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며 "결코 사건의 진상을 알면서도 축소하거나 은폐한 사실은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1차 수사에서부터 공범의 존재나 경찰의 조직적인 축소, 은폐 시도를 밝혀내지 못한 점은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다"라고 덧붙였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박 후보자는 지난 1984년 9월 검사에 임용된 이후 인천지검 특수부장, 대검 중앙수사부 범죄정보관리과장,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대검 공판송무부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의정부지검장, 서울북부지검장을 지냈다. 검찰에서 물러난 이후 변호사 개업을 거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에 재임하다 양승태 대법원장에 의해 대법관에 임명제청됐다.  

박 후보자는 총 19억5600여만 원의 재산을 신고한 바 있다. 여기에는 자신의 명의로 된 서울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204.84㎡, 6억6천800만 원)와 예금(7억8400여만 원)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그는 2011년 3월부터 2014년 1월 중순까지 현대건설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2억900여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부실수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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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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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상옥,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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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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