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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종철 열사의 친형 박종부씨.
 고 박종철 열사의 친형 박종부씨.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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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박종부(58)씨 등 박종철 열사 유가족에게 기대감이 생겼다. 이상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법률상 허용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자료 공개를 허용하겠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유가족에게 또다시 신청한 자료의 '일부'만 공개했다.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전향적인 자료공개'를 기대하고 있던 유가족을 검찰이 기만한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은 검찰의 자료공개 거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최대한 공개하겠다"고 해놓고, 또 다시 일부만 공개

이상호 2차장은 이날 박종철 열사의 친형 박종부씨가 신청한 '박종철 고문치사-축소·은폐 사건 기록 공개' 문제를 언급했다. <오마이뉴스>와 <연합뉴스>에서 잇달아 검찰이 수사기록 공개를 거부했다고 보도한 데 따른 대응이었다.

이 차장은 "(1차 신청과 관련해) 공소장, 공판조서, 증거목록, 피해자쪽 진술·제출서류 등 일부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라며 "나머지 피의자 (진술·)제출서류와 수사기록 일체는 기사에 언급된 이유(명예 등 침해, 소송관계인 공개 부동의, 증거능력 불인정 등)로 공개를 불허했다"라고 전했다.

다만 이 차장은 지난달 26일 박종부씨가 2차로 신청한 기록공개 여부는 전향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이번에 유족 측에서 신청 목록을 특정했는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된 부분(기록)은 형사소송법과 규칙에 따라 일반사건처럼 허용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법률상 허용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허용할 방침이다"라고 해서 유가족 쪽의 기대감을 높였다.

박상옥 검사가 지난 1987년 1월 20일 고문경찰관 강진규 경사를 신문하고 남긴 조서 중 일부.
 박상옥 검사가 지난 1987년 1월 20일 고문경찰관 강진규 경사를 신문하고 남긴 조서 중 일부.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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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찰은 이날 박종부씨에게 공판조서의 일부만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는 지난 1988년 진행됐던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 재판에 출석한 21명 증인들의 심문내용이었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부실수사 논란을 검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료였다.  

검찰은 지난 1987년 5월 2차 수사에서 사건 축소·은폐에 깊숙이 관여한 강민창 전 본부장을 "범인 축소 조작에 가담한 혐의가 전혀 없다"라며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6월항쟁 이후 박종철 열사 부검의 일기가 공개되자 지난 1988년 2월 강 전 본부장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함으로써 부실수사를 스스로 인정했다.   

"검찰 임무의 중요성 보여준 사건"이라고 해놓고...

박종부씨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검찰은 두 차례 자료 신청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물고문 경찰관들 5명) 신문조서가 들어 있는 검경 수사기록 등 수사와 관련된 자료들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며 "이날도 공판조서의 일부만 공개해서 3차로 자료를 신청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왜 검찰이 수사기록들을 공개하지 않는지 그 이유가 궁금할 뿐이다"라고 토로했다.

검찰은 지난 2008년 '검찰 창설 60주년'을 맞아 검사와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검찰 60년사의 최대 사건으로 '박종철 고문치사-축소·은폐사건'을 선정했다.

당시 검찰은 '박종철 고문치사-축소·은폐사건'이 "경찰의 고문사실이 은폐됐던 사건으로, 결과적으로는 6·10 항쟁으로 이어져 권위주의 시절이 종식됐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라며 "인권보호기관으로서 검찰 임무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건이다"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검찰이 수사를 잘해서 경찰의 고문사실이 드러났고, 이것이 6월항쟁으로 이어져 권위주의체제를 끝장냈다는 평가다. 그런데 7년 전 그렇게 '자화자찬'했던 사건의 수사기록을 왜 공개하지 않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검찰출신 대법관 후보 지키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야당 "검찰출신 대법관 후보자 지키기 의심"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은 검찰의 수사기록 공개 거부를 쟁점화하고 나섰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박 후보자가 또 다른 고문 수사관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수사하자고 용기 있게 제기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기록을 달라고 했는데 검찰이 내놓고 있지 않다"라며 " 개인정보 위험이 있다며 내놓지 않고 있는데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서 대변인은 "고문수사관이 더 있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검사자격 박탈이다"라며 "민주화를 외치다 고문을 당하다 죽어간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을 덮고 가자고 한다면 이것은 역사를 역행하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유족이 요청한 자료들을 보면 박 후보자가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가 분명해진다"라며 "그런데 검찰은 엉뚱한 자료만 내놓고, 아무런 해명 없이 유족이 요청한 자료는 내놓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검찰 출신 대법관 후보자 지키기'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박 후보자가 이 사건(부실수사)과 무관하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수사기록 공개를 촉구했다.

[관련기사]

박종철 열사 형 박종부씨 인터뷰 "박상옥, '막내검사'였다고 책임 비켜설 수 없다"
검찰은 왜 '박종철사건 수사기록' 공개 거부했나? 


태그:#박상옥, #박종철, #박종부,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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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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