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강제적 동의 철회와 이용자 권리 보장 및 면담 요청 기자회견'이 2022년 7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Meta(메타) 국내 대리인 사무소앞에서 경실련, 민변 디지털정보위, 서울YMCA시민중계실,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주최로 열렸다.
권우성
한국에서는 2017년 2월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온라인 맞춤형 광고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용자의 동의 없이 쿠키를 통한 행태정보 수집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져왔고, 이에 대한 감독기구의 대응도 없었다. 국내에서 표적광고 문제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22년 5월 메타가 개정된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대한 동의를 강제하면서부터였다.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면서도 모두 '필수'로 선택하도록 하고 동의를 강제한 것이 이용자의 반발을 불렀다. 결국 메타는 동의 강제 절차를 철회했지만 이를 계기로 메타가 자신의 플랫폼(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밖에서도 이용자의 행태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마침 2022년 9월 14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구글과 메타가 맞춤형 광고 목적으로 동의 없이 타사 행태정보를 수집·이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약 1천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과 메타가 제3자 사이트의 이용자 행태정보를 수집하면서도 회원 가입 시 동의 페이지에서 이를 명확히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개인정보위는 같은 달에 온라인 맞춤형 광고의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작업반을 구성했다. 작업반은 수차례 회의를 거쳐 '온라인 맞춤형 광고 행태정보 처리 가이드라인' 초안을 만들고 올해 초에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쳤다. 이 가이드라인은 올해 중반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무소식이다.
지난 7월 5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산업계 단체들이 가이드라인이 시행된다면 국내 온라인 광고 생태계가 큰 수렁에 빠질 것이라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는 불법적인 개인정보 처리를 지속하겠다는 생떼나 다름없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불법적인 처리에 대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산업계는 쿠키나 모바일 광고 식별자 등을 통해 수집하는 행태정보가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이름이나 연락처 등 이용자를 알아볼 수 있는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란 성명,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뿐만 아니라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의미한다. 유럽연합의 개인정보보호법 역시 개인정보를 '식별된(identified) 또는 식별 가능한(identifiable) 자연인(정보 주체)과 관련한 일체의 정보'를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식별가능한 자연인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특히 이름, 식별번호, 위치정보, 온라인 식별자를 참조하거나 해당인의 신체적, 심리적, 유전적, 정신적, 경제적, 문화적 또는 사회적 정체성에 특이한 하나 이상의 요인을 참조함으로써 식별될 수 있는 자를 가리킨다"고 덧붙이고 있다.
개인정보로 규정되지 않는다면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제를 따를 필요가 없으므로 기업들은 개인정보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려 한다. 그러나 법에 의해서든 판례에 의해서든 유럽에서 IP주소, 쿠키 식별자, 휴대전화 광고ID 등이 개인정보임은 명확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업체들이 이를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간주해 왔고, 규제기관 역시 이를 개인정보로 규정하지 않았다.
이용자 행태정보를 프로파일링해서 서로 다른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서로 다른 광고를 내보내면서 개인정보가 아니라는 것은 마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개인정보의 정의에서 볼 수 있다시피, 이름이나 연락처와 같은 직접 식별자만이 개인정보가 아닐뿐더러, 광고업체에 중요한 것은 내 취향과 관심사이지 이름이나 연락처가 아니지 않은가. 또한 산업계는 표적광고가 이용자에게 유용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유용하다면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산업계가 반발한다고 개인정보위가 개인정보 보호원칙에서 후퇴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 개인정보위는 구글이나 메타와 같이 이용자 행태정보가 이용자의 계정과 연결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개인정보로 규정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해 규제를 했지만, 쿠키를 통한 행태정보 수집에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올해 말에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가이드라인에서 개인정보위가 쿠키, 광고식별자, IP주소 등을 통한 이용자 행태정보 수집과 표적광고를 위한 실시간 경매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도록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표적광고 규율을 위한 국제 규범과 조화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빅테크의 개인정보 독점이 무서운 이유
빅테크만이 표적광고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표적광고의 문제는 빅테크 이슈와 연결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구글, 메타 등 빅테크의 주요 수익원이 디지털 광고라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더 방대하고 세밀한 개인 행태정보를 보유하고 있어야 표적광고의 효용성이 높아지므로 빅테크가 표적광고 사업에 있어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빅테크는 표적광고를 위해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여 이용자에게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를 강요해 왔다.
메타는 맞춤형 광고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을 이용자가 거부하면 아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난 2월 개인정보위는 이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66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제3자 웹사이트나 앱에서의 이용자 행태정보 제공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이용을 위한 필요 최소한의 정보가 아닌데,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메타가 이용자에게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를 강제할 수 있는 것은 메타가 소셜네트워크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에서는 시장 감독기관인 연방카르텔청이 2019년 2월 메타에 대해 경쟁법 위반 시정명령을 내렸고 이듬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메타, 구글, 그리고 네이버와 카카오의 개인정보 독점은 비단 표적광고 수익을 위한 것만은 아니며, 이용자의 개인정보 침해라는 폐해만을 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빅테크의 독점력은 방대한 이용자 기반으로부터 나온다. 이용자가 많은 곳에 입점업체가 몰리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빅테크는 독점력을 악용하여 자신의 플랫폼 내에서 경쟁업체에 비해 자사의 상품을 우대할 뿐만 아니라, 인접시장으로 독점을 확대한다. 이때 이용자 행태정보는 표적광고를 위한 것일 뿐 아니라 경쟁업체와 시장에 대한 귀중한 정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용자 개인정보의 보호는 인권 보호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빅테크의 독점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오병일 /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오병일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오병일은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정보공유연대 IPLeft 대표, 정보인권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여 년간 인터넷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권, 망중립성 등 정보인권 옹호를 위한 활동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빅테크 규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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