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고인돌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고인돌 왕국’이다. 특히 고창에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인돌 447기가 있다.
빅팜컴퍼니.
•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고인돌이 무덤인 줄 아셨어요? 아니에요." 그 다음 줄을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갈망했던 진짜 이야기, 솔루션으로 접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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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
•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는 뭘까. 분명한 건 100만 명이 읽으면 세상이 바뀐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알게 되면 그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이 말은 곧 세상을 바꾸려면 100만 명이 읽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들이 뭔가를 열심히 읽는 세상이 아니다. 100만 명이 읽게 만들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은 1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100명이 읽게 만드는 거다.
• 변화를 만드는 강력한 이야기란 무엇일까. 조직행동론을 연구하는 칩 히스와 댄 히스는 '스틱!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에서 성공하는 이야기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첫째, Simple(간단하게),
• 둘째, unexpected(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 셋째, concrete(구체적으로),
• 넷째, credible(믿을 만하게),
• 다섯째, emotional(감정에 호소해서),
• 여섯째, stories(이야기)로 풀어내라는 것이다.
• 강력한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정희선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오남매 빵집, 솔직히 맛없더라.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맛있는 것 같더라. 몸에도 좋은 것 같더라." 이렇게 반전이 필요하다. 훅 치고 들어가야 한다. 정부가 보리 수매를 중단했다, 이건 농사 그만 지으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보리로 맥주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사람들이 맥주 마시러 군산에 오게 됐다. 이렇게 감동의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고인돌이 한국의 스톤헨지라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하게 된다. 그런데 재밌는 건 고인돌이 그냥 버려져 있었다는 것.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것들이 연결돼 있는 거대한 메시지더라, 이게 무슨 의미일까. 이렇게 풀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
• 나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 첫째, 새로운 프레임을 제안하라. (남들 다 하는 이야기는 그들이 하게 내버려 두는 게 좋다. 한 발 물러나서 새로운 프레임을 발견해야 한다.)
• 둘째, 이야기의 약점을 먼저 드러내라. (약점을 감춘다고 이야기가 강력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예상되는 반론을 반격한 뒤 본론으로 들어갈 때 좀 더 강력한 이야기가 된다.)
• 셋째,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사건이 아니라 구조를 파고 들어라. (구조를 들여다보면 좀 더 큰 그림을 읽을 수 있다.)
• 넷째, 사람들의 이야기, 관계와 힘의 작동 방식에 집중하라.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 다섯째, 다른 그림과 다른 메시지를 보여줘라. (우리는 다른 이야기에 열광한다.)
• 뻔히 다 아는 이야기를 피하고, 상식과 편견을 깨뜨리되, 넘쳐나는 이야기들 사이에 묻혀 있는 진짜 진실을 끌어내고 우리 모두가 마음에 안고 있는 선의의 욕망에 호소하는 것이다. 과장하거나 임의로 가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되 핵심을 짚고 본질에 접근하는 것, 그것이 강력한 이야기의 구조이자 조건이다.
• 나는 여기에 솔루션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을 담자고 제안하고 싶다.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보자는 이야기다.
• 문제의 현상을 보지 말고 본질을 봐야 한다. 패턴을 읽고 모델을 제안하는 것이 솔루션 중심의 접근이다.
•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의 네 가지 요건을 이렇게 정리했다.
• 첫째, 문제에 대한 대응과 그 효과에 집중한다.
• 둘째, 인사이트를 담고 있어야 한다. 이게 나에게 왜 중요한가를 이야기해야 한다.
• 셋째, 철저하게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 숫자와 데이터로 입증해야 한다.
• 그리고 넷째, 한계를 언급해야 한다.
• 군산의 맥주 도시 프로젝트를 솔루션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보면 이런 이야기가 된다.
• 첫째, 문제의 본질은 2012년 정부가 보리 수매를 중단하면서 보리 재배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것이다. 해법은? 품종을 바꿔 맥주보리를 키우고 맥아를 만들기로 했다.
• 둘째,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지속가능한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의 참여를 끌어냈고 도시의 인프라를 복원하는 작업으로 확장했다. 핵심은 레거시(유산)의 힘과 경쟁력이다.
• 셋째, 50억 원을 들여 연간 250톤의 맥아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수입하는 맥아가 1년에 23만 톤 규모다. 대형 주류 회사에 납품하기에는 단가가 안 맞지만 수제 맥주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 넷째, 군산의 맥주 산업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기까지는 한동안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음식과 관광, 문화를 연계하는 연관 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 고창에서 우리가 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 첫째, 문제는 고창이 낙후됐다는 인식이다. KTX 역에서 30분이나 걸린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고 "고창에 장어와 복분자 말고 먹을 게 뭐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다.

▲고창군 심원리 삼양사 부지.
빅팜컴퍼니.
• 둘째, 해법은 단절된 이야기를 묶어 서사를 완성하고 그 이야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제안하자는 것이다. 고창은 수천 년을 버틴 신비한 고인돌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곳이다. 고인돌 언덕을 넘어가면 운곡 습지가 나온다. 고창에 이런 곳이 있었다고? 다들 깜짝 놀란다. 계단식 논이 있던 곳인데 사람들이 떠나니 30년 만에 울창한 숲이 됐다. 한 바퀴 도는데 3시간이 걸린다.
친일 논란이 아쉽긴 하지만 서정주문학관에 올라서면 바다 건너 부안이 내려다 보인다. 고창의 곡물은 미네랄과 게르마늄이 풍부한 토양에서 바닷 바람을 맞고 자라 훨씬 더 건강한 맛이라고 한다. 고창은 또 수박과 멜론의 산지다. 이모작을 하는 농가들은 전국 평균의 두 배 이상의 단위 면적당 소득을 얻는다. 전체적으로 농가 소득도 높은 편이고 먹거리 문화도 발달해 있다. 고창은 또 한국 최대의 바지락 산지다. 고창군은 7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삼양사 염전 부지와 심원면 일대 65만 평을 매입해 한국 최대의 생태 체험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이야기들을 하나로 엮어 고창의 스토리를 완성시키는 것이 컬리너리 투어 프로그램 설계의 관건이다.

▲7대째 옹기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고창군 고수면 무공해고창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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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 고창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고창을 방문한 관광객이 446만 명, 지난해 같은 기간 332만 명보다 34%나 늘어난 규모다. 올해 1000만 관광객 돌파가 가능할 거라는 전망이다. 고창군청 양희진 팀장은 "주민들의 높은 자부심을 확인한 게 가장 큰 성과였다"면서 "스토리가 살아 움직이면서 도시의 활력이 살아나고 색깔이 달라진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 넷째, 연관 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만들고 관계인구를 확장하는 게 과제다. 미식과 관광을 넘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새로운 구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 핵심은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진짜 이야기를 갈망한다. 변화를 만드는 이야기를 발굴해 보자. 적당히 포장하려 하지 말고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시 구성해 보자.
토론.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신종수 본부장은 "이미 좋은 콘텐츠는 얼마든지 있다"면서 "지역 문화와 콘텐츠도 새로운 시장이 열릴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치 크로니클'은 장 조르쥬 봉게리히텐이 2011년에 만든 다큐멘터리인데 PBS에서 방영됐다. 10여 년 전과 달리 지금 넷플릭스에서 이런 콘텐츠를 만들면 파급력이 다를 것 같다는 게 신 본부장의 제안이다.
• 레시피팩토리 박성주 대표는 "에어비앤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요리 체험이라고 해서 테스트해 봤는데 단순히 요리 체험이 아니라 플레이팅까지 제안했을 때 반응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체험의 트렌드를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다. 박 대표는 "전라북도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숙박 시설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 라이나생명전성기재단은 치매와 뇌졸중 등 환자 가족들에게 '자기 돌봄 캠프'를 지원하고 있다. 박미순 부장은 "시니어 타운으로서 최적의 입지를 확보한 고창은 관광과 문화를 연계한 다양한 혁신 모델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면서 "서사에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여행 전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프리랜스 리포터 송이진씨는 "여행 콘텐츠를 기획할 때 타깃 독자를 세 그룹으로 구분하는데 첫째, 아이가 없는 성인과 둘째, 아이가 있는 성인, 셋째, 다시 아이가 없는 성인이라고 치면 중년 이후의 여행자들은 다시 자연을 느끼기 위해 자연을 찾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을 위한 품격 높은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 우리는 쓰러진 아버지의 뒤를 이어 500년 넘게 옹기쟁이의 길을 걷고 있는 박수연 부부를 응원한다. 프랜차이즈 빵집의 공략에 맞서 흰쌀찰보리로 빵을 만들어 파는 오남매의 큰 오빠 동유홍의 이야기에 열광한다. 이들의 역경과 도전과 실패가 모두 우리의 삶과 연결돼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사람을 알고 보니 이곳은 이제 스쳐 지나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나와 연결된 특별한 공간이 된다. 여행의 발견이고 지역의 확장이다.
• 빅팜컴퍼니 안은금주 대표는 "새로운 관광의 문법이 필요하다"면서 "지속가능한 생태 관광이 확산돼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지역 주민들도 좀 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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