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정 전교조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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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부모 소환제
일단 첫 번째, 학부모 소환이 가능해야 합니다. 담임이든 교사든 학교에서 학부모를 소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가 처음에는 굉장히 작은 잘못을 한단 말이죠. 어렸을 때는 그것이 아이가 볼 때도 부모가 볼 때도 자기의 재력과 자기의 뒷배경과 경찰력과 이런 것들이 학교에서 안 통한다는 거를 부모한테도 알려줘야 되고 특히 아이한테 그걸 알려줘야 되거든요.
그래서 여기는 평등한 곳이다라는 걸 인식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 걸 제대로 하려면, 지금 제도에서는 학부모 소환제가 필요한 거죠. 외국에는 학부모 소환제가 있는 나라가 많아요. 미국만 해도 학부모 소환제가 다 있으니까. 소환해서 벌을 주는 건 아닌데… 어떤 권위의 문제죠. 학교의 권위 문제, 이게 첫 번째 제가 생각하는 방안이고요.
2. 학부모회의 집단화
두 번째는 학부모회가 집단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 학부모는 혼자 자기의 재력과 권력을 가지고 학교에 개입할 수가 있어요. 그 개인화된 권력을 집단화하면 학부모 전체가 동의하는 절차를 걸쳐서만 학교에 개입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이 학부모회라는 집단에 학교에 대한 여러 가지 결정에 대한 동의권을 주거든요.
독일은 학급, 학부모회, 학년 전체가 논의를 해서 이런저런 학교 문제에 관해서는 이렇게 처벌하는 게 맞다. 그렇게 결정하면 아무리 어떤 학부모가 돈이 많고 권력이 있다고 한들, 그 규칙대로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어요.
몇몇 개인이 학교를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해야죠. 이런 민주적인 합의와 규칙에 따라서 학교를 운영하면 몇몇 개인 학부모의 학교 개입 여지가 막을 수 있고, 이 세상은 덜 민주화되고 돈 때문에 권력 때문에 지지고 볶더라도 학교는 최소한 민주화된 상태에서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어요. 학교 구성원 스스로 만든 규칙과 원칙을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배우도록 하는 장치는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죠.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요."
- 학폭 처리와 관련해선 교사의 권한은 어떻습니까. 흔히 말하는 학생의 빈부차이가 정말 학폭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십니까.
최선정: "아이들 빈부 격차에 따라서 이게 학교폭력의 모순이 고착화하는 상황인 거죠. 지금은 아이들을 지킬 수가 없는 상태인 거죠. 왜냐하면 모든 절차가 다 법적으로 가게 돼 있으니까 교사는 개입을 못하고 중재권도 없고 그러니까 넘겨버려요.
그러면 법정 소송으로 가면 돈 많은 쪽이 이기잖아요. 그러니까 피해자가 억울한데 가해자를 처벌할 수가 없고, 재판에서는 무죄를 받고 내려와 버리는 법적인 면죄부를 줘버리는 그런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고요."
- (…) 예전보다 나아진 학교 모습이 그래도 있다면요.
최선정: "학생에 대한 물리적인 폭력이 사라졌죠. 그래서 지금은 그런 눈에 보이는 것들은 다 없어졌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제 그 대신에 이런 게 있는 거죠. 아이들을 체벌하지 않는다고 하고 그다음에 아이들의 인권을 지켜줘야 하는 거는 당연히 대원칙인데, 그러면 그 대신에 선생님의 교육적인 어떤 권리라든지 학교에 대한 어떤 교육력이라든지 이런 거는 어떻게 확보할 건지… 그런 대책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죠."
- '교육력'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좀 더 풀이해주신다면요.
최선정: "교육을 시킬 수 있는 힘, 능력을 교육력이라고 하는데요. 이제 학교는 입시 공부만 시키고 있죠. 그렇지 애들한테 제대로 된 인성 교육을 한다든지 관계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다든지 하여튼 우리가 얘기하는 진짜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을 안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교사의 권위와 학교의 권위가 생길 리가 없죠. 어려운 일이죠. 오히려 학교보다는 학원이 나으니까. 학교는 이제 졸업장 따야 하니까 억지로 다녀야 하는 곳인 거고요."
- 무한경쟁의 입시교육 체제에서 '인성교육'은 가능할까요? 그런 모순적인 요구를 감당해야 하는 교사의 입장에 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최선정: "일반 교사 입장에서 과거에는 체벌을 통해 교육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권한을 박탈당했다고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는 게 없죠. 과거에는 억지로라도 때려가면서 다 입시 공부에 매달리게 했단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요. 입시 공부를 못 시키면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 되는데 그것도 할 수 없죠. 입시 교육 외에는 다른 교육은 없으니까요.
입시교육과 인성 교육은 양립이 불가능합니다. 경쟁을 시켜야 하니까요. 경쟁 교육은 그 자체로 반인성교육이예요. 왜냐하면 친구를 이겨야 된다고 계속 가르치면서 뭔 인성 교육을 하겠어요. 번지르르한 말은 할 수 있는데 실제로 하는 행동이 그렇잖아요. 학교에서 경쟁을 가르치고, 이기는 법을 가르치는데 학교폭력 역시 없어지기가 어렵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학생들은 학생대로 계속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이걸 어디에 화풀이할까 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입시교육 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어요. 대학갈 때 시험 보는 거는 어느 나라 다 있는 거지만, 그걸 중심으로 아이들을 교육하지는 않아요. 독일도 입시교육은 없어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은 다 있지만요. 유럽 대부분 국가는 입시 교육을 하지 않아요. 솔직히 미국도 어떤 대학에 가려는 목적이 있는 아이들만을 위한 입시 교육이 있는 거지 나머지 아이들은 그것과 상관없이 살죠."
3.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슬로우뉴스: 2019년 당시, 학폭위를 학교에서 교육청으로 이관(2020년 3월)하기 직전 상황을 말씀해주시죠.
조희연 교육감: "당시에는 어땠었냐면요. 생활부장이 모든 교사들의 기피부장이었어요. 생활부장을 구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교사들이 어떤 소망을 갖고 있었냐면 학폭 관리 업무만 학교에서 빼주면 내가 정말 교육할 만하다. 그렇게 교사들이 하소연을 했어요.
그래서 제가 가끔 선생님들 만나면 '제가 그래서 학폭위 이관했는데, 지금은 행복하세요?' 그렇게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 진정한 교육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당시 교사들은 부담과 심리적 압박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학폭위를 학교로부터 떼어내는 작업을 제가 주도했었고, 그 점에서는 만족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있는 거죠."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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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의 재량과 권한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학교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게 문제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조희연: "
100% 동의합니다. 그러니까 교사의 재량권일 수도 있고, 교권일 수도 있고, 교사의 교육 활동권이고, 이런 것을 훨씬 더 두텁게 보호해야 되는 절박한 시대로 와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행정하면서 보면 이런 거예요. 공무원들이 보신주의나 소극 행정에 빠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왜냐하면 요만한 잘못만 해도 난리가 나요. 그리고 언론에서 대서특필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교육청은 뭘 하고 있느냐고 비판해요. 그러면 우리 교육청은 시늉이라도 해야 돼요. 이런 악순환에 빠지면요. 공무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교사도 계속 이런 사건이 쌓이면서 위축되는 거죠.
학폭 사건도 마찬가지예요. 학부모들 항의하죠. 또 나중에 소송전 휘말리죠. 교육지원청이 법률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지만, 결국 교사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야죠. 그러면 결국 개입하지 않고 다른 데로 보내게 됩니다. 불개입주의가 현재로선 가장 최선의 방책인 거예요. 하지만 저는 어떤 의미에서 교사는 최대의 교육적 개입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대의 교육 불개입주의자가 돼 버리는 상황이죠."
- 학부모가 교사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문제도 크고, 학교가 학부모 사이에 어떤 중재 역할을 못하는 역량 부족의 문제도 큰 것 같습니다. 교육감께서 말씀하신 오래전 마을 공동체의 역할, 이를테면 정말 진심으로 야단 쳐주는 어른의 존재가 지금은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극도로 개인화됐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어떻게 그런 역할을 학교 안으로 회복시킬 것인가. 대안을 듣고 싶습니다.
조희연: "네, 할 얘기가 너무 많아요. 저는 우리 사회에 대한 상당한 위기의식이 있어요. 지금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공존의 교육, 공존의 사회도 그런 맥락에서 얘기하고 있는 거죠. 교육에 있어서 언제나 '본질로 돌아가자'는 '백 투 더 베이식스'라는 문제의식이 있는 거고요."
- 교사, 학생, 학부모는 학교의 3주체입니다. 이들 주체는 제한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자가 아니라 공동의 목적을 위한 협력자가 돼야 할 텐데요. 그런 조화와 균형은 깨지고, 무한 경쟁입시 구조 속에서 (일부) 학부모가 자기 자녀의 이익, 권리 확보를 위해 학교에 너무 개입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조희연: "제가 2014년 교육감이 될 때만 하더라도 교사보다는 약자로서의 학생 권한을 어떻게 더 강화할 거냐는 문제가 더 시급했어요. 학생인권도 그 맥락에서 나왔고요. 그 다음에 학부모도 완전히 애 맡겨놓은 완전히 죄인이었죠. 그런데 그랬던 학부모를 어떻게 당당한 참여자로 만들 거냐는 관점에서 이제 일을 해왔었어요.
그런데 이제 지금은 시계추가 정반대로 왔어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정확히 학생의 권리도 보장돼야 하고, 학부모 참여권도 보장돼야 하지만,
지금은 학부모 참여권이 너무 과잉되는 거예요.
화나면 바로 교실에 쫓아 올라가요. 이제 시계추가 반대 방향으로 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얘기대로
교사의 재량과 권한을 좀 강화해서 교육적 판단, 교육적 개입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혹시라도 어떤 문제에 대해서 좀 두터운 보호, 이렇게 가야만 이 문제가 좀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선생님들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조희연: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게 아동학대 문제입니다. 교사로서는 일정한 교육적 해결을 위해서 학생을 지도했는데 학부모에 의해 아동학대로 신고될 수 있는 거죠."
- 학생인권과 교권을 마치 대립하는 것으로 보는 시선에 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참고로 최근, 2023년 7월 22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이 붕괴됐다"고 말했다 - 기자 주)
조희연: "저는 병행론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학생인권은 인권대로 철저하게 보장하면서 동시에 병행해서 교사의 교육 활동권과 지도권을 두텁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 이렇게 저는 교육활동보호조례도 만들어서 지금 제출해 놓은 상태고요.
교육부에서도 교육활동 지도, 교권 보호 조항들을 확대해서 최근에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권이 명문화됐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권을 지속적으로 거부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 있어서는 지도할 수 있는 이 방향으로 보완이 이뤄져 가고 있습니다. 이런 방향에서 학생권을 보장하면서도 그것의 과잉을 막고 그와 함께 병행해서 교사의 교권을 충분히 강화하는 게 필요하고요.
그런데 이게 다 우리 사회 전체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권리와 의무, 권리와 책임 이게 다 동일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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