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학부모회 이윤경 회장(왼쪽)과 김경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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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방관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김경희 : "집담회에서 우리 엄마들이 교복을 입고 역할극을 하는 이유가 학생들이 보라는 거예요. 너희들이 하는 행동을 직접 보라는 거죠. 교복을 입고 엄마들이 자기들을 연기하니까 학생들 눈이 반짝반짝하죠. 일곱 여덟 명 엄마들이 선생님 역할도 하고, 엄마 역할도 하고, 학생들 역할도 교복 입고 하니까요."
- 그래서 학부모들은 어떤 상황극을 연기하셨나요.
김경희 : "작년까지는 공부 잘하는 얄미운 학생이 만만한 학생을 터무니 없이 왕따시키는 상황을 설정했는데, 이번에는 바꿨어요. 둘이 사귀는 관계고, 내가 여학생 애인이야. 내 남자친구가 내 친구한테 뭘 물어봐. 그런데 그냥 시험 범위를 물어본 거예요. 그래서 친구는 친절하게 알려줘. 그런데 누가 이렇게 나에게 말하는 거예요. '야, 네 남자친구가 누구랑 희희덕거리더라', 그래서 '너 왜 내 남자친구랑 그렇게 얘기하는 거야? 왜 내 남자친구한테 꼬리쳐?'라고 물어보니까, 황당해서 '야, 그냥 시험 범위 알려준 거야'라고 하죠. 이 일을 계기로 그 친구를 완전히 따 시키고, 놀림거리를 만드는 거죠. 이번에 이렇게 각색을 했는데, 이런 상황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 반목과 불신의 골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다시 말씀해 주십쇼.
이윤경 : "그래서 우리는 학폭법에 학폭위로 가기 전에 갈등 조정 과정을 필수로 둬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또 하나, 학폭위가 다시 교육지원청에서 학교자치위원회로 원상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교원단체들이 반대할 것 같은데요.
이윤경 : "네, 당연하죠. 전교조도 교총도 다 반대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요. 교사들께서 솔직하게 말하면 좋겠다는 겁니다.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한 건 업무절감을 위해서 그런 거라고. 국회의원들에게도 제가 강조했어요. 하지만 의원들은 안 된다는 거예요. 교원단체들이 다 반대해서. 그러면 저는 되묻고 싶어요. 학생들은요? 왜 학교 안에서 생긴 일을 학교 밖에서 해결하라고 하느냐고요."
"학폭위는 다시 학교자치위로 가야... 교사들은 다 반대하겠지만"
- 핀란드나 노르웨이의 학폭 예방 프로그램을 보면 학교 전체(whole-school)의 참여, 그리고 교사의 개입을 강조합니다. 학급 토론과 그룹 대화를 통해 목격 학생, 방관자 학생들이 피해학생의 편에 서서 그 행위를 저지할 수 있는 적극적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모두 '학교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윤경 : "제가 아는 강릉의 한 학교는 학폭이 한 건도 없어요. 그 학교가 전교생이 100명 미만인 작은 학교이긴 한데 학폭 자체가 한 건도 없어요. 그 학교라고 왜 갈등이 없겠어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 있는데.
그런데 그런 갈등을 학폭위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그 관계 속에서 푸는 거예요. 이 학교는 전교생이 놀이를 하는 학교예요. 그래서 저는 초등학교 학부모들이나 초등학교 선생님들한테 학폭 강의를 할 때, 학폭의 대안은 놀이다, 이렇게 얘기해요. 서로 놀이를 하다 보면 같이 놀기 위해서 서로의 갈등과 의견 대립을 조정하거든요."
- 놀이가 갈등을 조정한다?
이윤경 "네, 참교육학부모회가 오래 전부터 와글와글 놀이터라는 걸 계속했는데요. 이게 뭐냐면요. 학부모들이 '놀이터 이모'라는 이름으로 예를 들면 금요일 오후 2시면 항상 학교 운동장 놀이터에 이모들이 있어, 이런 식으로 계속 학교를 찾아 갔던 거예요.
전통놀이 있죠? 오징어 게임이라든지 38선 놀이라든지 이렇게 같이 몸으로 이렇게 부대끼면서 노는 그런 놀이를 계속 했던 거예요. 그거를 본 떠서 가져간 게 강원도의 '놀이밥 100분'이에요. 지금은 교육감이 바뀌어서 제대로 안 되고 있지만요. 놀이만큼 아이들의 관계를 다져주고 갈등을 조정하는 게 없거든요. 그래서 놀이를 필수로 둬라. 특히 초등학교에선."
- 아주 공감합니다. 그리고 정말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이윤경 : "초등학교 경우에는 교과 시간 안에 놀이 시간을 반드시 둬라. 중간놀이 시간이 그래서 생긴 거예요. 근데 그것도 이제 다 또 없어졌잖아요. 그게 코로나 때문도 있겠고, 입시 위주의 교육도 있겠지만, 어쨌든 초등은 이 중간 놀이 시간이 그냥 필수로 있어야 된다고 봐요."
- 그러면 중·고등학교에선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요?
이윤경 : "중·고등은 지금은 다 없어진 HR이라고 부르는 '학급회의', 예전에는 월요일마다 있었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씩, 꼭 그 학급 회의를 했다고요. 그래서 우리 반의 문제가 무엇인지 서로 의견을 얘기하면서 '그거는 이러저러해서 아닌 것 같아' 이런 조정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지금 아예 없죠.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으로 하면서 그 시간에 다 교과 대체를 하고 있죠.
그래서 뭔가 더 나아지려고 대책을 세워야 되는데요. 계속 잘못한 사람을 격리시키고, 아예 쫓아내고, 거기다가 이제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쪽으로 그렇게만 가는 거죠. 안 없어져요, 이러면. 교사의 중재가 가능하게끔 법이 개정돼야 돼요. 그걸 필수로 거쳐서 심의에 접수하게끔 갈등 조정과 중재, 이런 걸 더 강조해야 되는 거예요."
"교사의 중재가 가능하게끔 법 개정돼야"
- 그러니까 교사에게 일정하게 권한을 부여하고,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조금씩 늘려가야 된다, 이렇게 이해해도 될까요?
이윤경 : "권한 더하기 의무예요. 교사가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인데 어떻게 보면, '우리는 그럴 의무가 없어요'라고 이제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거거든요. 이거는 당연히 교사가 할 일이에요. 교사가 교육을 하지 않는 순간, 이 학폭은 그저 행정절차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학교는 더는 교육기관이 아닌 게 되는 거죠.
그건 학교가 교육기관이기를 포기한 거예요. 학교에서 갈등 중재를 하라는 건 교사만 하라는 게 아니고요. 예전 자치위원회에서도 교사만 있었던 게 아니라 학부모 위원과 전문위원, SPO(학교전담경찰관)랑 변호사랑 다 들어갔었단 말이에요. 그 기구를 다시 부활시키고, 처벌이나 조치를 위한 기구가 아니라 화해와 중재를 위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 현재는 이런 제도가 전혀 없나요.
이윤경 :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그런 말씀을 하세요. 이미 '이런 제도는 다 있는데 피해자가 선택을 안 할 뿐이에요'라고. 그거 맞아요. 경기도는 그게 굉장히 잘 돼 있어요. 경기도에서 제일 먼저 시작해서 화해중재단이 지금 25개 교육지원청에 다 구성이 돼 있는데요. 서울 같은 경우는 그걸 형식적으로 갖춰놨지만, 저희 심의위원 받아보는 사안조사서에 '안내를 받았습니까?' 하는 항목이 있어요. 거기 안내 받았다고 체크돼 있긴 하지만, 그 제도를 신청한 학부모는 거의 없어요.
왜냐면 이 화해와 중재를 위한 기구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고 홍보조차 제대로 안 돼 있는 거예요. 화재중재단이 뭘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는 걸 알지 못하니까 다 신청 안 해요. 그러면서 서울시교육청은 '있어요'라고 얘기하더라고요. 네, 맞아요. 그런데 있는 것뿐이에요. 누구도 노력하지는 않아요."
시장이 된 학폭... 학폭위 넘어 민사를 또 거는 이유
- 학교폭력이 학교 밖으로 이동하면서 어떤 일이 생기고 있다고 보시나요.
이윤경 : "학교와 교사가 학생 갈등을 다 밖으로 내쫓으면서 정순신 사태 같은 게 벌어지는 거고요. 지금 저희 심의팀에도 변호사들이 한 명씩 다 들어오니까 물어보면, 한 건당 수임료 1000만 원부터 시작이에요.
2012년 학폭예방법이 강화된 이후부터 이미 학폭은 '시장'이 됐어요. 그래서 지금 어떤 사태가 벌어지냐면요. 지금은 이제 양쪽에서 다 변호사 선임하고 들어와요. 피해학생 측 입장에서 가해학생에 관한 조치가 원하는 대로 나오면요, 그걸로 끝이 아니예요. 그러면 피해학생 측에서는 학폭위 조치와 별개로 민사를 또 걸어요. 그래서 위자료 청구해요. 왜냐하면 변호사 수임료를 내야 하니까요. 이런 사례가 굉장히 많아지고 있어요."
- 어떻게 하면 피해학생도 가해학생도 각자 치유받고, 반성할 수 있을까요.
이윤경 : "지금처럼 이렇게 3호 조치, 6호 조치, 이렇게 조치로서 하면 절대로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반성하지 못해요. 그러니까 이 학생한테는 정말 상대방 아이가 뭐 때문에 힘들어했는지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켜야 하고요. 그래야 반성할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우리가 지금 가해학생한테도 잘못하고 있는 거예요. 제가 가해학생도 피해자라는 게 자기가 뉘우치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나 교육을 받지 못하는 거에요."
-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 수 있는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이윤경 : "피해학생을 이해할 수 있게끔 하고, 그 학생이 나 때문에 마음에 이런 상처를 입었구나 하는 걸 반성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하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무조건 조치로만 내려지잖아요. 그러면 진짜 이거는 면죄부예요."
김경희 : "학습의 계기가 돼야 해요. 예를 들면 우리 학교 3학년 몇반에 학폭 사안이 일어났다면, 그 내용에 관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해야. 왜 쉬쉬하느냐고요."
- 4.12 종합대책에도 일부 포함됐지만, 법률 지원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윤경 : "교육청에 예를 들면 국선 변호사 같은 변호사를 두고, 그렇게 무료로 법률 지원을 해준다든지 어려운 상황인 분들에게 법률 지원을 해달라고 하면, 그걸 교육청이나 교육부나 뭐라고 하냐면요, 그런 제도는 이미 갖춰져 있는데 그들이 신청을 안 할 뿐이라고 얘기해요. 그런데 그런 답변이야말로 하나마나한 얘기예요. 왜냐면요. 그분들(법률적인 조력이 필요한 분들)은 이런 게 있는지도 몰라요."
- 이런 행정서비스 정보에 관한 불균형도 아주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윤경 : "그러니까요. '찾아가는 복지'가 돼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전화도 해봤어요. 통합지원센터라고 교육청에 학폭 담당 지원센터가 있어요. 제가 일부러 전화해보니까 '저희는 교사들을 변호하는 변호사지 학부모나 학생을 상담하는 변호사가 아닙니다', 이렇게 말해요. 현실이 이 지경인데, 교육청에서는 변호사가 있다고, 지원 시스템이 있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그럼 똑같은 거예요. 그렇게 정말 필요한 사람들한테는 그림의 떡인 거예요. 그런 시스템 자체가."
-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어떻게 찾아가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요?
이윤경 : "이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담임 선생님이란 말이에요. 근데 담임 선생님들이 그런 조력 제도를 학부모께 '이런 데 전화해 보세요'라든지 하고 알려주지 않으면 대다수 학부모는 잘 몰라요. 1차적인 대응이 제일 필요한데, 지금 1차적인 대응을 다 학교 바깥으로 넘겨버리는 게 제일 문제인 거예요."
"내가 정순신 때문에 너무 화가 나는 건"
- 드라마 <더 글로리>는 어떻게 보셨나요.
이윤경 : "저는 그런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되게 걱정이 되는 게 그래서 엄벌에 처해야 돼, 결론이 늘 그렇게 나요. 저는 그게 제일 겁나는 거예요. 연진이 같은 애들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저는 사실 피해학생 학부모였거든요. 그런데 이런 제도는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거예요. 피해자한테도 도움이 안 돼요. 제가 왜 이렇게 얘기하느냐면요, 말로만 '모든 아이가 우리 아이'라고 얘기하고 있거든요. 실상은 지금 아이의 미래를 완전히 망쳐 놓는데요."
김경희
: "정순신 때문에 너무 화가 나는 게 그거예요. 이제 생활기록부 기재에서 대학 입시 반영까지 갔잖아요. 제가 대학교육협의회 회의에도 참석하는데요. 이제 학폭을 대학 입시에 반영해야 한다고 교육부에서 공문이 내려온 거예요. 어떻게 반영할지 총장님들 고민해 주세요, 그걸 지금 대학교육협의에서 논의하고 있어요. 그런데요, 소년범도 생활기록부에 기재 안 해요. 소년범도 생기부 기재를 안 하는데 학폭만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대학입시에까지 반영한다는 거예요. 이거 굉장히 불공평한 거거든요."
- 2012년 생기부 반영 이후 이번 4.12 대책에서 대입 정시에 반영하겠다고 하는 거 두 번째 폭탄이 될 거 같습니다.
이윤경 : "이거는 학생을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어떤 무기로 사용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이 사회가 어른들이 똘똘 뭉쳐서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너희들은 그냥 영원히 매장시킬 거야, 이런 식으로 협박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정말 그렇게 될까요? 제2 제3의 정순신이 계속 나오죠, 당연히."
- 학생들을 매장시키겠다는 어른들의 엄포다?
이윤경 : "협박이고, 엄포죠. 정말 비겁한 거예요. 저는 어른들도 똑같이 음주운전 같은 교통범죄에 그대로 적용시키라고 하고 싶어요."
김경희 : "이렇게 하면 좀 줄어들겠지? 그렇지 않아요."
- 평소 생각했던 교육적 대안은 뭐가 있을까요.
이윤경 : "두 가지만 말씀을 드리면요. 학폭위에 올라오기 전에는 반드시 이 갈등조정이나 화해중재 과정을 필수로 거치게끔 그렇게 보완해야 되고요. 현재의 전담기구가 사실 이 역할을 잘 못해요. 그러니까 화해중재단이나 갈등조정단을 교육청마다 두고 있는 곳이 많으니 거기에서 파견을 하는 거죠. 전담기구가 별도 컨설팅처럼 신청하면 그들이 가서 해주는 거, 이게 1차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담기구와 병행해서 학폭 사안을 중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두 번째로 학교도 좀 패널티가 있어야 돼요. 예를 들면 제가 지금 지원청에서 심의위원을 하면서 어떤 학교는 1년 동안 학폭 건수가 10건도 안 돼요. 어떤 학교는 53호까지 올라오는 경우도 봤어요. 그러면 이 기준을 정해서 1년에 10건 이상이 된 학교들에는 장학지도라는 게 있어요. 학교에는 장학지도를 필수로 받게끔 하고요. 왜냐하면 학폭이 많다는 건, 그 교육 공동체가 깨진 거예요. 그러면 그런 것들을 줘야 되는데 이건 절대로 안 받아들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