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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당하지 않고 싸웠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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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돌림을 주도한 친구는 누구였어요.
"분위기를 만드는 친구가 있어요. 걔가 저랑 되게 친했어요. 라이벌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 비슷한 것도 많고,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이기고 싶어 하는 느낌을 느꼈죠. 저 혼자 생각했을 때는 서로가 서로를 좀 닮고 싶어 했어요. 저도 제가 생각하는 그 친구의 강점이 있었고, 그 친구도 그 친구가 생각하는 저의 강점이 있었는데 서로 넌 대단해, 이렇게 인정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조금 더 잘해서 쟤보다 좀 잘나고 싶다는 생각이 서로한테 있었거든요.
근데 그러니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걸 서로가 조금은 알아서 가끔 진짜 속 터놓고 얘기하는 날은 그런 마음까지도 이야기할 때도 있었거든요. 근데 일상생활하다 보면 둘이 있는 날보다는 다른 친구들하고 섞여 있는 경우가 더 많다 보니까 그럴 때는 서로 그냥 이기고 싶어 했던 거 같아요."
- 화해하려고 시도해 봤습니까?
"전화할 수 있냐고 카톡을 보냈었는데 읽고 씹길래(무시하길래) 그냥 아직 생각이 없나 보다 하고 그냥 기다리고 있어요. 평소 같았으면 다음날 학교에 가서 물어보거나 할 텐데 어색한 사이가 되다 보니까 용기가 안 났던 거죠. 그냥 그 친구가 말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따돌림 가해자 무리에 속했던 경험
- 다른 친구 왕따시켜본 적도 있다고 했죠?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저에 대한 뒷담(화)을 까고 다녀서 제가 알게 됐어요. 그래서 쟤가 내 이야기를 뒤에서 이렇게저렇게 하고 다녔다더라고 말했더니 친구들이 공감해주면서 쟤는 중학교 때부터 저랬다, 막 이렇게 하고 그러다가 이제 속된 말로 안 좋은 나쁜 친구로 이렇게 돼버려서요. 나중에는 남자를 엄청 밝힌다더라, 이런 이야기까지 하면서. 그 아이가 왕따가 됐죠. 그러다가 또 학기 중반쯤 다 가서 화해했어요."
- 나를 위해 왕따에 가담했던 친구들이 이젠 나를 왕따시키는 상황이네요?
"네, 맞아요. 일단 뒤에서 분위기를 다 만들어 놔요. 그러니까 수업 끝나고 화장실에 다 같이 모여요. 화장실에서 '저 년이 내 얘기를 이렇게 저렇게 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분위기를 잡아요. '그 X 미친 거 아니야? 왜 있지도 않은 얘기로 내 뒷담을 까고 다녀?' 이렇게 얘기하다가 종이 쳐서 다시 수업을 듣고 오면 그 친구에 대해 화나는 감정이 있는 채로 수업을 듣고 다시 또 모였을 때는 또 새로운 얘기가 또 나와요. '근데 걔 사실 중학교 때부터 이상했어.' 이런 식으로요. 그걸 다 아니까 더 힘든 거죠. 얘들이 이제 나한테 이러는구나."
- 가해자 그룹과 피해자 그룹이 구별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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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인싸(이 글에선 인기 있는 학생)' 친구들이 가해자가 되고, '아싸(이 글에선 인기 없는 학생)'인 친구들이 피해자가 되는데, 인싸가 되려면 공부를 잘하거나 예쁘거나 잘생겼거나 돈이 많거나 운동을 잘하거나… 학교 선생님들 입장에서 되게 모범생이었던 친구들이 가해자인 경우가 종종 있어요.
왜냐하면 애초에 아싸는 (다른 아이들을) 왕따시킬 수 있는 조건이 안 돼요. 부모님이 두 분이 다 계시고, 어느 정도 살고, 친구들이랑 나가서 같이 밥 먹고 외식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데 어려움 없고, 학원도 어느 정도 다니고, 거기에 맞는 학업 수준 성취도 어느 정도 하고… 이런 친구들이 아니면 대부분 다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애들이 보통에 따라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까…
보통에서 조금만 멀어지면 이상한 애로 취급을 하거든요."
▲공격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보통은 되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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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문제가 있을 때 주변에서 나서서 함께 처리하는 게 좋아요, 아니면 조용히 나 혼자 처리하는 게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그냥 따로 조용하게 처리하는 쪽이 좋은 것 같아요. 이런 게 알려져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어서요. 왜냐하면 '쟤랑 쟤랑 뭐 있었잖아', 이런 얘기 들으면 그 후에 친구 사귈 때 어렵기만 하고 좋은 게 없어요. 도와주려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는데 이런 문제가 공론화되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죠."
- 결국 힘이 센 쪽으로 붙는 건가요?
"네. 완전히 그렇죠. 어쨌든 힘 센 쪽에 붙고, 분위기에 휩쓸리게 되고요. 누군가가 요즘 평판이 안 좋으면 떠서 다른 쪽으로 붙었다가 다시 또 얘가 뭐 잘못됐다는 식으로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또 반대쪽 와서 붙었다가… 어른들보다도 힘의 논리에 취약한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자기가 이 무리에서 떨어지면 다음 대책이 생각나지 않으니까요. 어떻게 해서든지 붙어 있으려고 하고, 자기가 주관이 있고 소신이 있더라도 그 소신보다 힘이 먼저고, 집단의 분위기가 먼저인 것 같아요."
- 학폭 결과를 입시에 반영하면 서로 좀 조심하게 될까요?
"그럴 것 같지는 않아요, 솔직히. 왜냐하면
학교폭력 사건을 만들지 않으려고 학교에서 접거든요. 중학교 때 저희 학교 친구들끼리 심한 패싸움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학교 차원에서 막아가지고 그냥 너네끼리 화해하고 끝내라 이런 식으로 없던 걸로 했던 경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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