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모닝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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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이 음식값 인하, 정확하게 말하면 음식값에서 거두는 임대료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알았으니 이제 고속도로 휴게소 쪽으로 가보겠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입점업체가 휴게소에 내는 수수료율은 대략 40~50%입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는 남은 50~60%로 재료도 구입하고, 직원도 고용하고, 집기도 구매하고, 세금도 내야 합니다. 대략 재료비 35%, 인건비 20%, 판관비 5% 정도입니다. 따라서 40~50%의 수수료를 휴게소에 내면 업체는 남는 게 없습니다. 그러므로 질을 낮춰 원가를 떨어뜨리거나 가격을 올려 최소한의 이익을 남기려고 하는 것입니다.
질 나쁜 음식을 비싼 가격에 사 먹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화가 나지만 적자운영이 불가능한 입점업체 입장에서도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도공도 양보할 수 없고, 입점업체도 양보할 수 없다면, 이젠 남은 곳은 40~50%의 수수료(임대료)를 거두는 휴게소 운영사가 양보해야 할 상황입니다.
휴게소 운영사란 입찰을 거쳐 도공과 임대계약을 맺고 휴게소를 운영하는 민간기업으로 이들의 목적은 영업을 통한 이익입니다. 이들은 판매 음식에서 40~50%의 수수료를 거두어 대략 10~15%를 도공에 납부하고 25% 정도를 유지관리비에 사용하게 됩니다.
여기서 휴게소 운영사가 도공에 납부하는 임대료 시스템이 좀 특이한데, 매출이 증가하면 임대요율이 계속 높아지는 시스템입니다. 용어상으로는 '초과이윤환원법'이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휴게소 운영사가 적정이익을 초과해 이윤을 가져가지 못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도공이 설계한 휴게소 운영사의 적정이윤은 매출의 5~6%입니다. 즉 고속도로 휴게소의 임대료 부과 기준인 동종업계 이익률이 소매업(6.18%), 음식점업(5.32%)으로 휴게소 운영사는 이 정도 이익만 거두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휴게소 운영사가 흑자는 고사하고 적자가 나는 것입니다. 특히 비싼 임대료를 내는 대형 민자복합휴게소와 산간오지에 있는 소형휴게소가 문제입니다.
휴게소의 적자가 심각해진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고물가,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제, 휴게소 과밀, 소비자의 이용 기피 등이 있는데요. 한마디로 정리하면 매출은 늘지 않는데, 고정비 지출은 너무 많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우선 매출은 코로나19로 인해 휴게소 이용객이 줄어든 점도 있지만 휴게소 음식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매우 큽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은 휴게소에서 필요한 서비스만 무료로 이용하고 일체의 지출을 거부하는 선택적 소비마저 보이는 상황입니다.
또한 고정비 증가도 물가나 인건비 상승 등 외부요인이 있지만 고속도로 휴게소가 부담하는 공공서비스 비용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휴게소는 손님이 없어도 연중무휴로 주차장, 화장실, 샤워실 등을 종일 운영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비용을 도공이나 고속도로 통행료에서 내주는 구조가 아닙니다. 오로지 휴게소를 방문한 이용자의 소비에서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코로나19처럼 휴게소 이용객이 줄면 공공서비스 비용 부담은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제가 분석한 결과, 이렇게 휴게소가 매년 부담하는 공공서비스 비용이 휴게소 매출의 약 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도공이 거두는 임대료가 실질적으로 15~20%나 되었던 것입니다.
누군가는 공항이나 터미널과 역을 비교하며 똑같지 않냐고 반문하겠지만 공항은 항공기 티켓과 별도로 공항 이용료를 부과합니다. 역과 터미널의 경우 이용료는 없지만 시설관리 비용을 모두 임대주인 코레일과 운송사가 부담합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만 입점업체인 '을'에게 모든 관리 비용을 전가하는 계약구조입니다.
따라서 휴게소 운영사 역시 10~15%의 임대료에 더해 4~5%에 달하는 공공시설 유지비를 부담하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부담할 능력은 없는 셈입니다.
해결 불가능한 과제 아냐

▲수도권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 자료사진.
연합뉴스
그렇다면 지금까지 어떻게 유지되었던 것일까요? 과거 휴게소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시절에는 이런 구조에서도 영업이 가능했습니다. 휴게소는 부족했고 이용객은 넘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휴게소도 너무 많고 이용객의 소비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도공은 매년 새로운 고속도로와 휴게소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운전자의 편의를 보장하기 위해 매 25km마다 정규휴게소를, 그 중간에는 간이휴게소를 짓고 있는데요. 이렇게 늘어난 휴게소가 공공서비스 차원에서는 장점이지만 매출이 있어야 운영 가능한 휴게소로는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고속도로 휴게소가 공공시설로서 무료 서비스도 유지하고 음식값도 시중과 비슷하게 낮추며 품질도 높이려면 휴게소 운영사에 시중과 동등한 수준의 임대료만 걷거나 휴게소에 전가한 공공서비스 비용을 보전해 주어야 합니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휴게소 음식 불만에는 이런 복잡한 돈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구조에 대한 이해와 '휴게소 이용료'와 같은 새로운 재원 마련이 해결되지 않는 한 휴게소는 계속 밥값을 올리려고 할 것이고, 도공은 외부의 질타가 있을 때만 잠깐 움직일 뿐 근본적인 해결에는 외면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휴게소에서 국민이 내는 밥값으로 공기업 직원의 성과급과 공공서비스 비용을 마련한다는 게 비정상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휴게소를 무료로 이용하는 사람은 어떤 부담도 없는 반면, 휴게소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그 몫까지 대신 부담하는 구조는 형평성에서도 어긋나 보입니다.
그런데 휴게소 식사로부터 거두어들이는 도공 임대료는 연간 500~600억 원에 불과합니다. 어찌 보면 큰 돈이지만 해마다 설과 추석 연휴 통행료 면제로 사라지는 1400~1500억 보다는 적습니다. 따라서 이 돈을 마련하는 것은 해결 불가능한 과제도 아닙니다. 정부와 도공, 휴게소가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재정대책을 수립해 국민이 느끼는 고통과 불만이 머지않아 해소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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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값 10% 인하하면 휴게소 음식불만 해결될까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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