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트스트림 2 가스관의 육상인입시설이 있는 독일 루브민에서 4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숄츠(총리)와 하베크(경제장관)는 거짓말쟁이들"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시위대는 노르트스트림2를 가동할 것을 촉구하고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비난했다.
연합뉴스
유럽연합이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에 포함시켰던 이유는 전쟁이라는 특수 환경, 전시 에너지 수급 비상상황, 각국의 경제적 이해관계, 유럽연합에 요구되는 응집력의 필요성 등에 따라 결정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원전이 친환경 분류체계에 들어가기 위해 준수해야 하는 엄격한 조건들 역시 잊지 않았다.
원전이 유럽의 친환경 분류체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새 원전을 짓기 위해서는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2050년까지 구체적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핵연료봉이 녹지 않게 하는 새 기술 적용도 조건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친환경'에 대한 정확한 정의 안에 놓여 있다. 원전이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원자력 발전은 화석연료들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현저히 적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 내기까지의 과정만 놓고 보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후 방사능 폐기물을 저장하는 등 발전소 폐로 과정까지 전 과정을 포함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원전 운영 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화석연료보다 적지만 원전 건설, 운영, 연료 생성, 해체 등 전 과정을 고려하면 이산화탄소의 배출 양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더욱이 이산화탄소 외 CH4, N20 등 다른 주요 배출가스까지 포함한다면 원전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더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탄소배출 제한이 친환경과 동의어인지 역시 살펴봐야 한다. 환경문제는 대기오염뿐 아니라 수질오염, 토양오염, 일조방해, 소음공해, 시각공해 등 인간의 건강과 자연의 보존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한국의 환경정책기본법 제3조 4항에서도 이 점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그러한 다방면의 환경문제 가운데 기후변화가 한 부분을 차지하고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라는 구체적이고 기형적인 형태의 흐름으로 나타나며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탄소배출이 꼽히고 그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방안으로 에너지 생산 체계의 전환이 거론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탄소중립은 환경문제 전체 가운데 (물론 아주 중요한) 한 부분에 해당될 뿐이다. 단지 발전 단계의 탄소 배출이 적다는 이유로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으로 묘사하는 것은 따라서 무리한 환원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적 착시의 책임에는 유럽연합도 한몫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들은 2022년이라는 특정 맥락에서 원전을 녹색 분류체계에 포함시켰다. 그 맥락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수 맥락에서 만들어진 분류체계에 원전을 넣음으로써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가 된다는 엄청난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은 큰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에너지문제, 환경문제, 경제문제 등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하는 것은 옳다. 아니, 꼭 그래야 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용어의 혼란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에너지 생산 단계의 경제성과 제한적 탄소배출이 바로 친환경적이라고 소급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엄밀한 용어 선정과 정의가 환경문제에 접근하는 가장 첫 단계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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