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여 미터 높이의 오스트리아 키츠슈타인호른 '탑 오브 잘츠부르크'에서 보는 빙하. 이곳 역시 지구온난화 등 기후위기의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김보성
2022년 여름은 참 더웠다. 필자가 살고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도 역사상 가장 뜨거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7, 8월엔 땀을 엄청 흘리며 보냈다. 천장에 설치해둔 큰 선풍기를 틀지 않으면 자기 힘든 날도 며칠씩 이어졌다.
살면서 이런 날씨 처음이라는 오스트리아인 이웃은 커튼을 쳐서 집을 동굴처럼 해두고 살았다. 집안 환기도 해가 저문 뒤에나 했다. 여름이면 공원이나 다뉴브강가 어느 귀퉁이에 앉거나 누워 해바라기를 하며 책 읽고 수다 떨기를 좋아하던 오스트리아인들은 대체로 최대한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머물면서 일단 생존부터 확보하며 지냈다.
한국도 7월 초 전국 평균 기온이 50년 만에 가장 높았다고 하니 이곳과 다르지 않았던 듯하다. 유럽이나 중국, 아프리카, 미국의 많은 지역에서 하천이 마르고 마실 물을 걱정하기도 한다는 소식을 접하며 기후학자들이 경고하던 것이 눈앞에 펼쳐지는구나 싶었다.
이탈리아나 영국은 정원에 물주기, 세차, 수영장 물 채우기 등을 일시적으로 금지했고, 전력 생산 90%를 수력발전에 의존해온 노르웨이는 수력발전소 수위가 낮아져 당장 에너지 문제로까지 비화했다. 이는 기후 위기가 당장 사상자를 내는 재난일 뿐 아니라 식량 위기, 에너지 위기, 경제 위기로 이어진다는 걸 보여준다.
극과 극의 날씨
오스트리아도 가뭄으로 일부 호수가 마르고 있지만 다행히 내가 살고 있는 빈은 당장의 물 걱정은 없다. 빈에서는 알프스 자락의 산에서 나는 질 좋은 물을 150킬로미터씩 수도관으로 끌어다 도시 전체에 공급한다.
150년 이상 된 이 시스템은 각 집으로도 물을 공급하지만 길과 공원 한쪽에 '트링크브룬넨(Trinkbrunnen, 식수샘)'을 설치해 누구든 물을 쓸 수 있게 해둔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