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종부세와 양도세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장치
현행 종부세와 양도소득세는 결함이 있기는 하지만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대표적인 정책 수단이다. 두 세금이 없이 부동산 투기 근절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1주택자 종부세를 폐지하겠다며 전체 체계의 한쪽을 허물려는 송영길 후보를 곱게 보기는 어렵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정책 오류는 엄청나다. 하지만 그것은 부동산 과세를 강화해서가 아니라 시기를 놓친 데서 찾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린 데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장치가 미흡했다는 사정이 크게 작용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려면 부동산 과세를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2020년경까지 이 장치를 마련하는 데 소홀했다. 급기야 2020년 7월경부터 부동산 과세 강화에 나섰지만 이미 부동산값은 오를 대로 오른 뒤였다. 4.7 보궐선거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것은 부동산 세금 때문이 아니라 부동산값 폭등 때문이었다.
작년에 종부세가 고지된 다음 형평성 시비가 일기는 했지만, 이는 갑작스레 강화된 부동산 세금에 무리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부동산 세금에 책임을 돌리자면, 불로소득 환수와 시장 안정을 위한 과세 강화 그 자체가 아니라 이미 부동산값을 폭등시킨 다음에 세금까지 올린 정책 무능을 거론해야 할 것이다. 바둑으로 따지면 착점이 아니라 수순이 문제였던 셈이다.
주택 수 기준의 차등 과세가 초래한 부작용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면,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야만 한다. 양도세도 부동산 불로소득을 상시 환수하는 장치로 정착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가액 기준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보유세든, 양도세든 금액 기준으로 일률과세하면 형평성 시비가 일어날 여지가 없고, 자원 배분의 왜곡도 최소화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가액 기준 외에 주택 수와 보유자의 나이, 그리고 보유 기간 등을 기준으로 차등 과세하는 방법을 자주 활용해 왔다.
이는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문 정부는 출범 후 내내 보유세 강화를 미적대다가 2020년 7.10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와 법인을 중심으로 종부세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책은 어떻게 해서든 부동산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소산이었지만 지역과 주택 수, 그리고 소유자의 성격(개인이냐 법인이냐)에 따라 과세 방식을 달리하는 차등 과세를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여기에는 '1주택자는 실수요자, 다주택자와 법인은 투기꾼'이라는 프레임이 강하게 작용했다.
2021년 11월 종부세 고지 후 언론에는 주택 보유가액이 같은데도 한 채 가진 사람과 두 채 가진 사람의 종부세액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든지, 이사 가려고 새집을 샀는데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장기보유 고령자에게 '살인적인' 종부세가 부과됐다든지, 법인으로 등록했다는 이유로 협동조합 주택이나 공동체 주택에 감당키 어려운 종부세가 고지됐다든지 하는 사례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이는 모두 주택 수 기준의 차등 과세가 초래한 부작용이었다.
부동산 세금을 주택 수에 따라 차등 과세하면 형평성 시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자원 배분도 왜곡된다. 20억 원짜리 주택을 가진 사람에게는 과세하지 않으면서 10억 원짜리 주택을 두 채 가진 사람에게 과세한다면 바로 형평성 시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실거주 1주택자를 우대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이미 현행 종부세법에 그들을 우대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장기 보유자나 고령자의 경우 더 많이 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