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20 13:42최종 업데이트 22.05.2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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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전문가이자 토지정의 운동가인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전강수 교수가 경제정의와 부동산 문제에 관해 정론을 피력하고 그때그때 부각하는 경제 이슈를 해설하는 '전강수의 경세제민'을 연재합니다. '경세제민'은 세상을 잘 경영해 국민을 편안히 한다는 뜻으로 썼으며 이 말을 줄인 것이 '경제'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해방 후 농지개혁으로 잠시 실현했던 '평등지권 사회'를 회복하기를 꿈꿉니다.[편집자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평가하는 첫 번째 칼럼(이명박·윤석열 흉내 내는 송영길, 어색하기 짝이 없다 http://omn.kr/1yows)을 쓴 다음 후속 칼럼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지방선거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필자가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를 비판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 송영길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부동산 공약을 보고는 두 번째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종부세 제도 뒤흔들어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1주택자 종부세를 폐지하겠다는 송영길 후보 공약의 오류를 지적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대표적인 정책 수단인 종부세의 틀을 허물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필자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처음에 1주택자의 종부세만 거론하던 송영길 후보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는 다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을 현행 6억 원에서 11억 원(공시가격 기준)으로 올리겠다는 새로운 생각을 밝혔기 때문이다.

과세 기준을 이렇게 올리면 과세 대상자는 줄어들고 세 부담은 감소한다. 얼핏 보면 보유가액이 적은 다주택자의 부담을 없애주는 조치인 듯하나 실상 세 부담 감소폭은 고액 보유자일수록 커지기 때문에 이는 전형적인 '부자 감세'에 해당한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2022.1.9 ⓒ 연합뉴스

 
송영길 후보가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넘어서 다주택자 종부세 완화 공약까지 내걸면서 동원하는 논거가 재미있다. 주택 수 기준의 차등 과세는 과세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던 필자의 견해를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송 후보가 어느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필자의 칼럼을 읽어봤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으니 '차용'이라는 용어를 써도 무방할 듯하다). 

필자는 지난번 칼럼에서 "부동산 세금을 주택 수에 따라 차등 과세하면 형평성 시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자원 배분도 왜곡된다. 20억 원짜리 주택을 가진 사람에게는 과세하지 않으면서 10억 원짜리 주택을 두 채 가진 사람에게 과세한다면 바로 형평성 시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썼다.

취지는 1주택자만 면세해주는 차등 과세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데 있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 논리를 다주택자 감세의 논거로 활용하다니 필자로서는 씁쓸한 마음을 금하기 어렵다. 

현행 종부세 제도에 들어 있는 불합리한 부분은 시가 기준으로 일률 누진 과세했던 노무현 정부 당시의 원래 종부세를 회복하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합리적 해결의 길이 뻔히 보이는데도, 송영길 후보는 1주택자 종부세는 폐지하고 다주택자 종부세는 감세해 아예 종부세 제도 자체를 약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15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세금을 징벌적 수단으로 이용해 집값을 잡겠다는 생각과 과감히 결별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언론은 그의 선언을 "부동산 다주택자에 대한 대대적 감세 공약"이라고 성격 규정했다. 

고약한 것은 송 후보가 자신의 부동산 정책 공약을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는 사실이다. 송 후보 공약 발표 후 하루 만에 더불어민주당은 다주택자 종부세의 과세 기준을 6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조속히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신속한 대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세훈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고려할 때 송영길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주택자의 종부세를 완화한다고 해서 그들이 송 후보에게 투표할 리도 만무하다. 선거 결과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효과도 의심스러운 정치 전술을 위해 당 전체가 정체성을 내던지는 결정을 내렸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을 표방해 온 더불어민주당이 어찌 되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그 길로 계속 가면 더불어민주당은 '강부자 정당', '부자 감세 정당'이라는 낙인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부동산 감세 노선을 일관되게 견지해 온 국민의힘으로서는 두 손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오죽하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송영길 후보의 공약을 보고 "부동산 문제만 놓고 보면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들 정도라서 칭찬해 주고 싶다"라고 했을까. 
 

인사 나누는 송영길-오세훈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이벤트 광장에서 열린 서울특별시학원연합회 2022 학교폭력예방 캠페인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 연합뉴스

 
이명박 부동산 정책과 판박이

송영길 후보가 종부세·양도세 완화와 함께 제시한 주택 공급대책 또한 가관이다. 송 후보는 부동산값 폭등의 원인을 제대로 된 공급 정책 없이 세금과 규제를 남발했다는 데서 찾는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용적률 상향,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그리고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서울의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거기에 '누구나 집' 프로젝트가 양념처럼 더해진다('누구나 집'이란 신혼부부 등 돈 없는 서민이 10년 동안 저렴한 비용으로 살다가 10년 후 최초 분양가로 매입할 수 있는 주택을 가리킨다). 

송 후보는 용적률 상향으로 늘어나는 주택에 대해 기존 세입자에게 우선 입주권을 주겠다는 둥, 블록체인을 이용한 디지털 자산으로 개발이익이 시민에게 돌아가게 하겠다는 둥 허황한 말을 덧붙이면서 본질을 흐리고 있지만, 그의 공약은 이명박에게서 시작된 '국힘'식 부동산 정책과 판박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쳤다는 것을 상기해보라.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추진되지는 못했지만, 용적률 상향은 이명박 후보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첫해인 2008년에 치러진 총선은 한마디로 '뉴타운 선거'였다. 서울의 모든 선거구에서 뉴타운 지정을 약속하는 한나라당(국힘의 전신)의 선거 현수막이 걸렸다. 그때 어처구니없게도 통합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후보들도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뉴타운 지정을 약속했다.

누가 더 유권자의 탐욕을 자극해 표를 얻을지 경쟁하는 형국이었는데, 결과는 통합민주당의 참패였다(통합민주당은 서울의 48개 선거구에서 7곳밖에 이기지 못했다). 어설프게 한나라당 식 정책을 따라 하다가 맞이한 '참극'이었다.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2010년을 전후하여 부동산 시장이 침체로 돌아서면서 뉴타운으로 상징되던 이명박식 도시개발 정책은 곳곳에 흉물을 남기고 참담하게 실패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서울 곳곳에서 뉴타운을 해제해달라고 요구하는 주민들의 민원을 처리하느라 한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공급확대 정책의 문제점

필자는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부동산값 폭등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고 해결책을 공급 확대에서 찾는 견해의 허구성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여기서 그 내용을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요점 두 가지만 짚어둔다. 

첫째, 작금의 부동산값 폭등은 공급 부족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동안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공급은 역대 정부 최고 수준이었다. 또 2017년 5월부터 2021년 5월까지의 주택가격 변동 요인을 분석한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가격 폭등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낮은 금리였다(이는 수요 요인이다). 반면, 공급 요인은 주택가격 변동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둘째, 공급 확대 정책은 투기 국면에 시행되면 오히려 투기를 증폭시키고, 시장 침체기에 시행되면 부동산값 폭락을 초래한다. 부동산 가격 변동의 진폭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니 송영길 후보의 주장과는 달리, 이 정책은 부동산 문제 해결책이 될 수가 없다. 송영길 후보가 '경기 불안정화' 정책을 들고나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서울 동대문구 일대 아파트 단지. ⓒ 권우성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허점이 더 드러난다. 용적률을 500%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내용과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주택공급을 하겠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그들에 따르면 이런 정책을 시행할 때에는 전체 도시계획 차원에서 정책이 수반할 연관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송 후보는 이 공약을 만들면서 교통이나 주거여건 그리고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 봤는지 모르겠다.

용적률 상향으로 늘어나는 주택에 대해 기존 세입자에게 우선 입주권을 주겠다든지 블록체인을 이용한 디지털 자산으로 개발이익이 시민에게 돌아가게 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입주권의 대가를 감당할 수 있는 세입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스러울 뿐 아니라, 개발이익 환수 제도를 놔두고 블록체인으로 개발이익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말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송영길 후보는 당연히 제기될 이런 의문에 대해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엉터리 '누구나 집' 프로젝트

송영길 후보가 신혼부부와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도와줄 비책으로 제시한 '누구나 집' 프로젝트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이 프로젝트는 처음에 분양가의 10% 정도만 내면 10년 동안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고 10년 후에는 최초 분양가로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신혼부부와 서민에게는 귀가 솔깃할 만한 방안이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0년 동안 입주자의 임대료를 낮춰주려면 다른 누군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텐데 누구에게 그 비용을 부담시킬 것인가. 아무리 낮춰주더라도 입주자의 임대료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이고 10년 후 분양가를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을 텐데, 이런 사업으로 신혼부부와 서민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하던 지난해 6월 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누구나집 5.0 및 누구나주택보증 시스템 도입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서철모 화성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우 누구나집 입주자는 분양을 받으면서 엄청난 특혜를 누릴 텐데 그때 제기될 형평성 논란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입주자를 우대하면 할수록 사업자의 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데 어느 건설업체가 그런 사업에 참여하겠는가. 

한마디로 누구나 집 프로젝트는 정의롭지도 않고 실현 가능성도 떨어진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격언을 믿는 사람이라면, 이 프로젝트가 엉터리임을 금방 깨닫는다. 하지만 혹시 필자가 모르는 비상한 수단이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송영길 후보는 위의 의문에 대해 답변을 충실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만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누구나 집 프로젝트는 득표용 '사탕발림'에 불과하다는 뜻이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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