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취재단
기업들 돈에 파묻혀 살다가 돌아와
지난 4월 3일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이하 직책 생략)가 지명됐다. 한덕수는 익히 알려졌다시피 서울대-행정고시 출신 경제 관료로 복무하다 김영삼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국무총리와 주미 대사를 포함 경제·무역·통상 관련 청와대 및 정부 요직을 두루 지냈다. 성향을 떠나 시대적으로는 민주화 이후부터 2010년대까지 진보와 보수 정권으로부터 모두 중용되어 한 시대 내내 활약했으며, 비정치인 관료로서는 갈 수 있는 한 가장 높은 곳에서 오랫동안 머문 인재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렇게 열심히 공직 생활을 한 한덕수의 현재 재산은 본인 재산 58억 9212만 원과 배우자 재산 23억 6725만 원을 합쳐 무려 82억 5937만 원이라고 한다. 2012년 주미 대사를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물러날 때 공개한 재산보다 약 40억 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그가 이렇게 부를 축적한 데에는 고위공직자의 전관예우 재취업 덕이 크다. 그는 주미 대사를 퇴직하자마자 한국무역협회 회장으로 취임했고 그 뒤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2017년 12월부터 최근까지 고문으로 재직하며 4년 4개월간 18억 원이 넘는 연봉을 챙겼다. 앞서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8개월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지내며 1억 5000여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언론의 추궁에 머쓱했는지 그는 무역협회 회장 당시에도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비슷한 연봉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또 지난해에는 에쓰오일(S-OIL) 사외이사로 재직하기 시작해 800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49년 생인 한덕수는 7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노인 빈곤국인 한국 상황이 무색하게 지금까지 '파이어'한 삶을 제대로 산 셈이다.
이렇게 풍족한 생활을 즐기던 그가 무엇이 아쉬워 다시 새 정부의 국무총리로 복귀하는 것일까. 아마도 윤석열 당선자 측의 적극적인 설득이 있었던 것 같다. 국무총리는 다른 내각과 달리 임명에는 국회의 동의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과반인 국회의 동의를 수월하게 이끌어내기 위해 호남 출신에 김대중·노무현 정권에도 중용되었고 경제 전문가인 그가 '안전하다'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런데 저렇게 기업들 돈에 파묻혀 10년이 넘게 안락하게 살았으면 적어도 공직에는 돌아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아무리 윤 당선자가 요청했다 해도 먼저 거절했어야지. 국민을 위한다는 선의도 선의가 아니고 경제를 구한다는 다짐도 믿을 수 없다.
그가 받고 있는 의혹은 공직에서 물러난 후 불어난 재산만이 아니다. 1989년부터 1999년까지 상공부 산업정책국장, 청와대 통상산업비서관, 통상산업부 차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외국 기업의 국내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직에 머물렀던 10년간 서울 종로구 신문로 단독주택을 미국 통신업체 에이티앤티(AT&T)와 미국계 글로벌 정유사 모빌(현 엑슨모빌)의 자회사 모빌오일코리아에 임대해 6억 2천만 원의 고액 임대소득을 올린 일도 있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한덕수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한 것을 두고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외환은행을 불법 매각한 론스타의 국내 법률대리인이었다는 점을 들어 지난 6일 그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상황이 이런데 그가 총괄하는 국정을 어떤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 한덕수 총리 지명자의 낙마를 진심으로 빈다. 이제 그만 그가 진짜로 퇴직해 지긋지긋한 노인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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