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전장연과 이준석, 그리고 김예지
전장연은 지난 12월부터 3월 25일까지 27차례 출근길 지하철 휠체어 탑승 선전전을 벌였다. 대선기간 동안에는 대선 후보들에게, 대선이 끝난 후에는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 인권권리 예산 편성을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나도 이 시위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들었다. 뉴스에서 그들은 휠체어를 타고 출근시간 혼잡한 역을 누비고 문에 끼이고 휠체어에서 넘어지면서 비좁은 만원 지하철 열차 공간을 점유하고 있었다. 다리가 회복되고 3년 동안 화를 완전히 잃어버린 나는 그냥 전장연이 또 그렇게 시위를 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사람이란 게 이렇게 무심하고 얄팍하다.
생각해보면 그들은 20년 전부터 항상 그랬다. 버스에 몸을 묶고, 휠체어로 띠를 만들어 차도를 막고, 넘어지고 고함쳤다. 그들의 투쟁 방법은 다른 사람들의 이동에 불편을 초래했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위태로운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아마 내가 잠시나마 느꼈던 것과 같은 그 화들이 켜켜이 쌓여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행동이고, 아무도 동등한 위치에서 소통하지 않아서 취할 수밖에 없는 전술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3월 2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SNS에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두고 "불특정한 최대 다수의 불편이 특별한 우리에 대한 관심"이라며 비난했다. "최대 다수의 불편"에 의존하는 사회는 문명사회가 아니니 전장연에게 "불특정 다수의 불편을 볼모 삼는 시위"를 조건 없이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준석 대표의 SNS를 보고 잊었던 화가 다시 가시처럼 가슴을 찔렀다.
이준석 대표는 철지난 공리주의의 문장을 그럴 듯하게 빌려와 엉터리 형식논리로 전장연의 시위를 떼쓰기로 깎아내렸다. 장애인들은 평생을 이준석이 이야기 한 불편 속에서 산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불편을 겪지 말아야할 최대다수에 장애인들은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전장연은 그 '최대다수'에 장애인들도 포함되어야 한다며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가 어떤 악의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장애인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그가 당대표임에도 이런 스스로를 자각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의 발언에 가장 처음 반응한 이는 놀랍게도 같은 당 비례대표 의원이자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이었다. 김예지 의원은 전장연 시위 현장을 찾아 무릎을 꿇고 이준석 대표를 대신해 전장연 활동가들과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전장연의 박경석 대표는 김예지 의원이 보인 예의에 마음이 괴로운 듯 고개를 떨군 채 한동안 들지 못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지하철타기 출근 선전전에 동참해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며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다.
유성호
이후 전장연과 김예지 의원에게는 전례 없는 규모의 연대와 후원이 이어졌고, 이준석 SNS 포스팅 댓글에는 여전히 장애인 혐오 댓글이 넘쳐나는 중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정치,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정치란 과연 무엇일까. 결국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말과 풍경들이 그 사람을 말해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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