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이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의 성폭력 사건 주장 관련 정의당 입장을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소연
B 위원장과의 사건에 관해 강 전 대표와 직접 소통하고 사건 해결을 중재했던 배복주 위원장도 정의당의 해명을 보완했다. 배 위원장은 강 전 대표가 "성추행이라고 판단하는 시점은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가능하다"라면서도 당시 강 전 대표가 B 위원장과의 사건을 '성추행으로 여기지 않았고 그럴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자신도 이를 신뢰했다고 한다.
또 강 전 대표가 책임있는 단위에서 비공개로 해결 방안을 논의하자고 요구해서 여영국 대표에게 전달했고 이에 대표단 회의가 개최되었으며 당이 해명한 것과 같이 절차가 마무리 되었다고 설명했다.
강 전 대표는 이런 정의당의 해명에 대해 성폭력을 '불필요한 신체접촉'으로 표현한 점, B 위원장과의 사건에 대해 피해자인 자신이 '성폭력이 아니다'라고 공식화하지 않았는데도 성폭력 사건이 아닌 사건으로 표현된 점, 공천 과정에서 B 위원장의 공천 여부에 관한 의견을 피해자인 자신에게 묻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정의당의 해명을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현재 강 전 대표와 정의당 양측은 서로 같은 사건을 두고 다른 진실로 공방을 벌이고 언론들이 이를 중계하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더는 기회 없을지도 모른다
이번 강 전 대표의 폭로로 촉발된 사태는 매우 복잡하다. 두 개의 성폭력 사건과 하나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강 전 대표의 주장과 정의당의 불투명한 대처가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인 출구가 보일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해결이 어렵다고 또는 지방선거가 코 앞이라고 사건을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진보정치라는 당의 근간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당의 성폭력 문제 해결 절차를 전면적으로 촘촘하게 재구성해야 한다.
성폭력 문제 해결 절차를 전담하는 젠더인권특위나 다른 전담기구의 위상과 조사권한의 적극성을 제고하고 체계적인 해결 절차와 그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의당은 강 전 대표의 요구대로 절차가 이뤄졌다고 해명했지만 강 전 대표는 당의 경직된 비공개 대표단 회의 그리고 대선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강하게 위축되어 피해 사실과 적절한 해결 절차를 스스로 판단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또 2차 가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한다고 해서 해결 절차 과정을 무조건 비공개, 익명, 정보 통제로 할 수만은 없다. 오히려 정당과 같은 공적 조직일수록 이러한 해결 절차의 신뢰성이 중요하다.
정의당이 청년정의당 A 당직자의 성폭력 피해자로서 강 전 대표에 대한 보호 또는 관리를 제대로 했는지도 의문이다. 현재 자신이 가해자인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당기위에 제소돼 정의당과 일종의 분쟁 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강 전 대표는 엄연히 당원이고 피해자다. 따라서 정의당은 다른 사건들과 별개로 강 전 대표를 보호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강 전 대표는 폭로와 함께 당으로부터의 고립감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폭로에 대해 정의당이 공식 해명을 발표하기까지 당으로부터 강 전 대표에게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젠더인권특위 배복주 위원장이 '성추행이라고 판단하는 시점은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가능하다'라고 공언한 만큼 지금이라도 정의당은 강 전 대표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 해결 절차를 재착수하고 B 위원장에 대한 공천 적합여부도 재논의하는 게 옳다.
무엇보다 성상납 의혹이 제기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부터 보좌관을 성추행해 제명된 박완주 의원까지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성비위로 얼룩져있다.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정의당으로선 김종철 전 대표의 장혜영 의원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1년 남짓밖에 안 됐다. 이번에도 제대로 된 해결과 반성이 없다면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다시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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