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주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온갖 미디어는 재테크와 투자를 통해 재산을 증식하는 것이 시대의 도덕인 것처럼 강변한다. 그것이 불확실성에 기반한 도박에 가깝든(주식처럼), 사회 전반의 규칙을 흔들고 누군가에겐 피해가 미치는 일이든(투기처럼), 돈을 많이 버는 것, 지금 이 사회는 안온하지 않으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선이라고, 그러려면 집을 사라고, 집을 사는 것만이 네가 지금 바라는 것이라고.
이것은 내가 바라는 것일까 아니면 이 사회가 (그러니까 철저하리만치 자본화 된 사회가) 바라는 것일까.
내 친구는 정말 '집'을 갖고 싶었을까(직장이 있는 상암동에서 지하철만 1시간 40분을 타야 하는 하남의 아파트를), 아니면 그는 '재산'이 늘어나길 바랐을까. 그럼 재산은 왜 늘리고 싶었을까. 그 욕망은 무엇에서 파생했을까. 이 모든 맥락과 개연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건 이런 질문이기도 하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그물 밖에 있는 욕망
친구와 술을 마시고 일어나는 길, 계산은 내가 했다. 9억 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으면서 술까지 얻어마시냐고 따져봤지만, 친구가 "난 하우스 푸어"라고 주장하는 통에 별 수 없이 계산했다. 그는 이제 술을 마셔도 택시를 타지 않고, 술값이나 밥값을 최대한 아끼고, 간간이 즐기던 취미 생활도(그의 취미 생활은 엘지 트윈스의 굿즈와 최애 선수의 마킹 유니폼을 사모으는 것이었다) 잘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덕분에 더 검소해졌으니 어떤 면에선 다행"이라고 말했다.
검소함이 미덕이라는 것, 어떤 종류의 욕망을 거세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선이고 덕이라는 가르침은 고래로부터 내려온 관념이다(가톨릭의 7가지 죄악에는 탐욕, 색욕, 식탐이 들어간다. 일곱 죄악 중 하나인 질투 역시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소유욕이니 이 또한 욕망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욕망을 제어하여 참는 것을 미덕이라고 가르친 것인데 이는 포섭된 욕망, 즉 권장하여 이룩하는 것이 덕(德)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견디고 제거해야 하는 욕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을 사 재산을 증식하고 싶다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술을 마시고 싶다는 욕망을 참는 것. 그러니까 어떤 욕망(재산을 불리는 것)은 선한 것이어서 강변되고 어떤 욕망은 그 선한 욕망을 실현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죄악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결국 여기에 욕망을 갖고 실현하는 주체로서의 '나'는 없다.
그것은 아마 당신의 영혼이 아닐 것 같아요
들뢰즈는 욕망이란 인칭이나 사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편력하는 환경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고 말했다. 욕망이란 어떤 것을 갖고 싶다거나 어떤 것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 다시 말해 사회적 맥락이나 고유한 특질과 본성, 타자와 관계맺음으로 발생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다.
집을 사고 싶다는 욕망, 재산을 증식하고 싶다는 욕망은 그 자체로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 같은 정체 모를 바람은 결국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한다. 그저 욕망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이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질 뿐이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얻어내지 못한 채 변화하지 않는 움직임과 에너지를 욕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주체로서의 '나'는 사라지고 이 사회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도구로 활용될 뿐이다.
생산하지 못하는 욕망을 욕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결국 보면, 하남의 아파트값은 떨어졌고, 출퇴근은 왕복 4시간이 걸리게 되었고, 엘지 트윈스는 굿즈를 사주는 팬을 잃었다. 남은 것은 부채와 그 부채를 먹이 삼아 증식하는 이 자본주의 사회의 영속성뿐이다.
친구는 아파트를 사면서 '영혼을 끌어모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 것이 아닌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끌어모은 영혼은 누구의 것일까. 아마 나의 것은 아니겠지. 우리는 서로의 영혼을 볼모 삼아 내 것 아닌 것의 욕망을 대리해주는 것으로 다른 무엇, 우리의 더 나은 삶을 구성하는 것과는 별반 상관없는 것을 위해 복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삶을 구성하고 기획하는 욕망을 찾아내는 일이다. 내가 지금 바라 마지않는 것이 과연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지를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이다. 다시 질문, 영혼을 끌어모아서까지 갖고 싶은,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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