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19일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집중 촛불'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모든 사람들에게 욕을 들입다 얻어먹었던 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 점거가 전형적이다. 곤지암 허브터미널 안에 있는 물건들은 빨리 나가서 누군가에게 도착해야 했고, 택배노조는 물건들의 속도와 사람들의 편의를 '인질 삼아서' 갈려나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얼마 전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와 비슷한 맥락이다. 사람들의 발걸음을 인질 삼아서 살아가겠다고 최선을 다했다. 그 사이에 오갔을 더 많은 물자, 더 발전했을 기술, 더 나아졌을 세상을 생각해보라.
법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지켜야 하겠지만, 법 해석이라는 게 존재하는 이유는 법도 법 나름이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원래 하기로 했던 노정합의를 부속계약서로 뒤집어 엎어 버렸지만, 합의는 '법'의 문제는 아니다. 점거농성이 더욱 엄정하게 법으로 처벌받아야 하는 이유는 이렇듯 세상이 앞으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이유와 비슷하다. 세상의 시계를 더 빨리 굴리기 위해선, 속도를 인질 삼는 일부터 집어치우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민간 주도 괜찮은 일자리 창출
걸핏하면 공공 영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는 인간들은 정확하게 자신이 공산주의자라고 밝힐 필요가 있다. 공공에 떠맡겨 버리면 당연히 속도가 느려진다. 공무원들이 느리다고 그렇게 욕을 해대는 사람들에게, 윤 당선인은 당연한 세상의 이치를 알려주고 있다. 속도가 느려지면 경쟁에서 뒤처진다. 뒤처지다 보면 쥐도 새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괜찮은 일자리'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임금을 안정적으로 많이 받고, 해고 위협에 불안하지 않고, 직장에서 괴롭힘 당하지 않고, 과로에 시달리지 않는 일자리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말해왔듯 세상의 속도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야기를 다르게 할 수 있다.
더 빠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즐겁게 야근을 하고, 자기 자신을 극기하며 발전시켜서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고, 그 성취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고, 그렇게 기업도 노동자도 함께 성장하는 '빠른' 사회 속에서라면,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당연히 괜찮은 일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공공 주도 일자리 따위로는 느낄 수 없는 강렬한 경쟁과 자기성취의 쾌감이 120시간도 거뜬히 버틸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지역별 최저임금, 비정규직 노사협의 등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멋진 공약들이 있지만, 이 세 가지만 살펴보아도 윤 당선인의 5년 동안 얼마나 세상이 빨라질지 기대가 된다. 아마 SF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압도적인 기술들이 5년이 지나면 다 이뤄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기술의 생김새는 그 기술을 구상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라, 아무래도 천천히 같이 가는 기술보다는 앞으로 혼자 빨리 가는 기술들이 많이 나오겠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기술의 진보란 속도의 진보에 다름 아니지 않겠는가.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학교 학생회관에 있는 취업 게시판. 2020.9.16
연합뉴스
한 가지 문제가 있긴 하다. 느린 사람들이 바로 그 경우다. 솔직히 걸음도 느리고 생각도 느린 나는, 약간 자신은 없다. 어쩌면 그 세상에 내가 살아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그렇지만 어디 일이 다 그렇게 쉽게 돌아가겠나. 원래 큰일을 하다 보면 부수적 피해는 있을 수밖에 없다. 빠르지 않으면 도태되는 게 당연하다. 남들이랑 발걸음 맞추면 빨리 못 간다. 지금 눈앞에 버스가 들어오면 뛰어야지, 심지어 그 버스가 내 뒤를 쫓아오면 미친 듯이 뛰어야지. 빨리 가는 게 최우선인데, 어떻게 같이 간담?
나는 그렇다 쳐도, 같은 나라의 같은 시대를 살아가게 될 여러분은 5년 뒤에도 건강하게 빠른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속도를 살아가시길 기원한다. 다만 나랑 속도가 비슷한 사람들은, 다른 해결책을 찾아봐야 할 수도 있다. 함께 걸어가는 속도를 만들 싸움의 기회란 언제든 또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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