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규모
AGEE-Stat 번역
원전이 필요하다는 주장 뒤에는 항상 신재생에너지로는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다는 이유가 뒤따른다.
독일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 규모는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 기준 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중은 전체 전력생산량의 45%. 당초 목표인 35%를 초과 달성했다. 올해 들어 바람이 부족해 전력 생산이 줄었다. 풍력발전량이 지난해 대비 10% 감소했다. 바로 여기서 '에너지 공급 불안정'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전체 추이를 보면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독일 환경청은 "바람의 편차가 크지만 새로운 풍력발전단지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덕분에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독일 경제연구소(DIW)는 지난 11월 24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내년 탈원전 이후에도 독일 전력 공급은 안정적일 것"이라며 "2038년 탈석탄으로 인한 공급 우려도 기우"라고 전망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해 전체 전력 생산의 4%인 20 TWh를 수출했다. 유럽 주변국과 연계된 에너지 송전 시스템 등을 봤을 때도 공급 안정성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DIW는 설명했다.
날씨의 영향을 받는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방법은 원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신재생에너지 설치를 더욱 늘리고, 잉여 전력이 발생할 경우 이를 저장해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2011년 이후 지금까지 노후 원전이 차례대로 폐쇄되었고, 그 공백을 신재생에너지가 꾸준히 채워왔다. 에너지 대란은 없었다. 앞으로 남은 원전이 폐쇄된다고 해도 전체 전력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DIW의 분석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독일 새 정부가 내세운 야심찬 목표만큼 실제로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확장할 수 있을지 여부다. 가장 큰 과제는 주민 수용성. 염광희 박사는 "독일은 빠른 성과를 기대하며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를 설치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여러 곳에, 태양광의 경우 지붕 등 잉여 공간을 이용하면서 주민수용성을 높여왔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독일에도 풍력발전기 높이의 10배 거리 안에 주거단지가 없어야 한다는 이격거리 규제가 있는데, 새 정부는 이 규제를 조정하면서 자원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원전 운영 회사조차 "원자력은 독일에서 끝났다"... 과거보다 혁신 준비
▲독일 링엔 지역에서 RWE가 운영하는 원자력발전소. 2022년 말에 운영이 종료된다. RWE는 이 부지를 활용한 친환경 수소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RWE
독일이 원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원전을 운영하는 기업 때문이다. 독일에서 아직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중인 기업은 RWE, Eon, EnBW 3곳. 이들은 이미 탈원전 이후의 판을 짰다.
독일 링엔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 중인 RWE는 셸 등 다른 에너지 기업과 함께 녹색 수소 생산과 활용, 판매를 위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원자력 발전소가 있던 자리는 녹색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발전소로 변모한다. RWE는 "독일에서 원자력발전소는 단종된 모델"이라며 "우리는 2022년 말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고, 안전한 해체를 책임진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 중인 기업 Eon도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원전 폐쇄 직전에 (기후 전환을 위한) 원전의 기여를 논의하는 건 너무 늦었고 유용하지도 않다"라고 밝혔다. EnBW는 "탈원전은 2011년 정치적 사회적으로 합의됐고, 법적으로도 명확히 규정됐다. 원자력은 독일에서 끝났다"라고 말했다.
원전의 폐쇄 시기를 법에 명시하면서 원전 운영사의 역할은 남은 기간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폐쇄 이후 안전하게 원전을 해체하는 일이다. 신규 원전 설립이나 수명 연장을 논의하기에는 현실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늦었다.
독일 원전 운영사들은 이미 손을 떠난 원전에 미련을 두기보다 선도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에너지 기업을 지향한다. 독일이 원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바로 과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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