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여성페스티벌에 소개된 평화의 소녀상. 라이프치히대 일본학과 슈테피 리히터 교수와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
이유진
이날 라이프치히 행사는 한국의 극우파 몇몇이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러 독일에 온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관련기사 :
'소녀상' 철거 요청하러 독일 가는 한국인, 반기는 일본 극우)
독일의 반응은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절레절레.' 익숙하다는 표정이다. 역사를 부정하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도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는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이 있다. 독일은 역사부정론자들에 이골이 났다. 이들이 존재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독일이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공공장소에서 역사를 부정하면 형사 처벌을 받는다는 점이다.
'독일 형법 제130조 국민선동'
3항. 국가사회주의(나치) 지배 하에서 범해진 국제형법 제6조 제1항에서 규정된 종류의 행위를 공공의 평온을 교란하기에 적합한 방법으로 공연히 또는 집회에서 동의하거나, 부인하거나, 위험성을 경시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4항. 공연히 또는 집회에서 국가사회주의(나치)의 폭력적이고 자의적 지배에 동의하거나 찬양하거나 정당화함으로써 피해자의 존엄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공공의 평온을 교란한 자는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베를린 홀로코스트 추념비 앞에서 나치 부정론자들의 집회나 시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들은 독일에서 유튜브 채널도, 후원 계좌를 운영할 수도 없다.
홀로코스트 역사에서도 수많은 개인들의 다른 삶이 있었다. 나치 부역자도 있었고, 빵 한 조각에 같은 피해자를 팔아먹는 이들도 있었다. 유대인을 도왔던 독일인도 많았다. 이 모든 복잡성 속에서도 나치 역사를 대하는 독일의 태도는 분명하다.
끊임없는 역사 반성, 끊임없는 사과. 역사 부정론자들에 대한 단호한 대처와 처벌. 교육과 문화를 통해 세대를 넘어 계속되는 기억. 사안을 분절화해서 역사를 호도하지 않는다. 나치 반성에 몰두한 탓(?)에 이전의 제국주의 역사 반성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는 정도다. 독일이 나치 역사를 짊어지고도 국제 사회에서 존중받고 평가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 극우파가 독일 와서 가야 할 곳
이런 곳에서 일본 제국주의 역사를 부정하겠다니, 번지수가 틀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것도 현지의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대처였다. 한일관계에 고립되어 있는 건 오히려 그들이다.
비싼 비행기표로 이왕 오는 김에 베를린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념비에 가 보기를 추천한다. 독일이 역사 반성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역사 부정론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고 있는지 보고 배울 수 있기를. 주소는 '코라 베를리너 길 1번지(Cora-Berliner-Straße 1, 10117 Berlin)'. 참고로 코라 베를리너는 나치 범죄 희생자의 이름이다.
그 사이 독일 대학과 학생들,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현지 단체와 시민들은 묵묵히 제 할 일을 할 것이다.
*참고 :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코리아협의회의 연재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사람들'에 소개돼 있다. http://omn.kr/1xbs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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